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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석은 거의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부모님은 여행 다녀오시라고 하고, 저는 허리도 아프고 부산 다녀온 것의 후유증 때문인지 거의 앉거나 누워서 지냈네요. 그 많은 시간 동안 한 줄도 못 썼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다 못해 부끄럽지만요. 여기에 대해선 아래에서 써 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추석에는 원없이 쉬기만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잠이라는 이름의 명상을 쭉 하다 보니 "저거 다 쓸 수도 없으면서, 목록 긴 것만 보고 대리만족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반절 이상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쓸지 안쓸지 모르는 소재만 쌓아두고 자료조사는 열심히 했다며 만족하고 말아버리는... 그러니까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거죠. 제목대로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더더욱 자료만 끌어안다 끝장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버리기엔 대부분 아까운 소재들이긴 하지만 쓰지 않아도 될, 아니 '쓸 수 없는 / 쓰면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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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TA 시리즈

?- 세계관이 완전히 다르다.

?- 사이드미션 및 기타 기능은 추가요소일 뿐 핵심 줄거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게다가 팬픽 쓸 때의 영향이 남아서 아직도 '게임으로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게 된다.

?- 가끔식 대도시 생활을 참고할 용도로만 보면 충분할 듯하다.


(2)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 스포츠카는 브랜드도 다섯 개 이상 못 댈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

?- 게다가 이미지 문제 때문에 함부로 거론할 수도 없다.

?- 사실상 참고의 의미가 없다.


(3) 역전재판, L.A. 느와르, 총성과 다이아몬드 등

?- 시스템을 참고한다고는 하지만 소설에서는 선택지를 구현하기 힘들다.

?- 게다가 선택지보다는 그 사건의 내막이 더욱 중요하다.

?- (1) 증거 제시, (2) 화제 돌리기 2가지면 충분하다.


(4) Another Case Solved, Floor 13, Covert Action, 디스 이즈 더 폴리스, 히트맨 시리즈, 페이데이 2 등

?- 저 모든 작품의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한세월이다.

?- 차라리 스토리를 생각해보고 그때그때 참고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는 건 Floor 13이나 Covert Action이다.


(5) 세인츠 로우 시리즈, 슬리핑 독스, 용과 같이 시리즈 등

?- (1)번과 마찬가지로 추가요소는 핵심 줄거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추가요소를 부풀린다기보단, 핵심에서 추가요소로 나가는 방향을 고려하라.


(6) 명탐정 코난, 김전일, 마인탐정 네우로, 데드 라이징(게임) 등

?- (5)와 마찬가지. 구태여 다른 작품을 억지로 집어삼킬 이유도 필요도 없다.

?- 패러디 위주로 나가고 싶은 건지, 나만의 세계관을 풀어내고 싶은 건지 확실히 정해라.


(7)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주로 에치오 3부작), 심시티, 삼국지 시리즈 등

?- 뒷세계와의 공생 같은 건 마음대로 구상하면 된다. 굳이 모티브를 찾을 필요는 없다.

?- (5)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끼워맞추지 말고 핵심 스토리를 먼저 생각해라.


(8) 기타 고전게임 및 작품

?- 맵은 맵일 뿐, 결국 스토리는 내가 만들어서 붙이는 것이다.

?- 다른 세계관의 편입 역시 (5)와 마찬가지로 억지로 가져와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


(A) 기타 언급하지 않았지만 활용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가나다순)

?- 가가탐정사무소 : 셜록 홈즈 시리즈는 나도 알고 있다.

?- 라면요리왕 : 라멘에 대해서 모른다.

?- 레프트 4 데드 시리즈 : 주인공 일행을 구태여 끌어올 이유가 있나?

?- 마스터 키튼 : 국제정세에 대해서 모른다.

?- 마작의 제왕 테츠야 : 마작에 대해서 모른다.

?- 바텐더 : 칵테일에 대해서 모른다.

?- 번 레이트 : 차라리 스토리부터 만들고 직원 이름을 붙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

?- 보난자 브라더스 : 배경은 패러디해도 되겠다만 필요한가?

?- 심야식당 : 동네 묘사는 참고가 되겠지만 너무 일본 위주다.

?- 소믈리에르 : 와인에 대해서 모른다.

?- 원피스 : 해적이고 그 쪽도 패러디 위주로 돌아간다.

?- 크레이지 택시 : 장소에 대한 스토리라고 해도, 그 장소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 페이퍼 플리즈 : 국가는 패러디해도 되겠다만 필요한가?

?- 헌터 x 헌터 : 이쪽도 패러디 위주로 돌아간다.

?- ARIA : 힐링물로서의 분위기는 참고할만 하겠지만, 캐릭터는 패러디할 필요가 있는가?

?- Q.E.D. 증명종료 : 내가 트릭을 못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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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리스트에 대한 분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네요.

?- 알지도 못하면서 참고한다고 적어놓은 것들이 꽤 된다.

?- 해당 작품의 캐릭터나 요소를 가져와서 '부풀리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 그렇게 부풀린다고 해봤자 추가 에피소드일 뿐, 핵심 스토리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계속 추가 에피소드로 연명하겠다면서 쓸데없는 자료를 조사하며 시간을 때운 거죠. 이렇게 뻔한 걸 이제서야 깨달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가장 큰 문제는 이겁니다. '작품에서는 작가가 신이니까 마음대로 묘사해도 된다'인데 계속 현실성이니 뭐니 하는 문제에 얽매인다는 거죠. 경찰이 무능하거나 부패가 만연해야 주인공 콤비가 활약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이 세계관에 대한 대략적인 사항은 나중에 글을 따로 써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건 잡혀 있는데 글로 정리한 것 같진 않아서요. 잊어버리기 전에 잠깐 짧게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되겠네요.


?- 9/11이 발생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평화롭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있는 상태.

?- 경찰에 대한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약간 미비하여 안팎으로 문제가 많다.

?- 범죄계는 마피아와 카르텔, 동양계, 길거리 갱단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 주인공 콤비는 범죄계와 부패 때문에 생긴 온갖 문제를 자신들의 방법으로 해결하며 과거를 파헤치는 것이 목표다.


당장 생각난 것만 적어서 막연하니, 추가 설명은 다음 글에서 해보겠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6 댓글

마드리갈

2019-09-17 12:49:53

연휴에 계속 쉬셨군요. 잘 하셨어요. 휴식은 중요하고, 좋은 휴식은 더욱 중요해요.

게다가 이번의 긴 휴식이 좋은 결론을 내는 데에도 확실히 공헌했어요. 그래서 그게 가장 큰 성과로 보이네요.


이렇게 결론을 내신 것, 정답을 찾으셨다고 보고 있어요.

그렇죠. 자신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작품이고 이것이 메인이 되어야 하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참고가능한 선택지일 따름이고, 그래서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 어차피 마법이나 이능력 같은 것이 묘사되지 않는 한 독자는 작품의 배경이 어딘가에 있음직한 현실세계에 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어 있으니까 딱히 현실성에 집착해야 할 이유도 도출되지 않는 거예요.

다른 작품의 오마쥬, 패러디 등이 많이 나오는 작품 중 기어와라 냐루코양, 감옥학원, 마왕님 리트라이 같은 것은 인용되는 사항의 원전을 알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모르더라도 감상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아요. 그 자체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것이 있으니까요. 이런 사례도 참고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해서 소개해 드렸어요.

Lester

2019-09-18 14:39:23

그렇게 '소재가 부족하다' 같은 강박관념은 이렇게 떨쳐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네요. 이쪽은 이쪽대로 선택지가 갈려서 걱정입니다. 장르나 주제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이런 질문은 "어떤 세상을 보고, 또 보여주고 싶은가?"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거든요. 그 답이 두 가지인데다 극과 극이라는 게 문제지만...

앨매리

2019-09-18 17:28:51

저도 비슷한 고민을 오랫동안 많이 안고 지낸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소재 욕심은 많지만 정작 글을 쓰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퇴고 욕심도 너무 많았던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오랫동안 고착되어 있다가 내린 결론은 '욕심부리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 가장 쓰고 싶은 것부터 제대로 쓰자'였습니다.
지금도 유일하게 쓰고 있는 팬픽도 연재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보니 과연 어느 세월에 완결을 낼 수 있을지, 구상해둔 후속작들을 과연 10년(!) 내로 다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만...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보단 낫지 않은가 하고 애써 생각을 돌리고 있습니다.

Lester

2019-09-19 09:46:43

퇴고 욕심은 그나마 좋은 편이죠. 이미 쓰고 나서 다듬는 것이니 나중의 연재에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쓰기는 해야겠는데 실수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입니다. 이건 나름대로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곤란할 겁니다. 꼭 예전에 명작을 내놔서 스스로 만든 허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기의 기반 정도는 유지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추가 에피소드로 필력도 다잡고 연재도 어떻게든 나간다는 생각은 좋았으나, 소재 조사에 너무 큰 비중을 뒀던 것 같네요. 어차피 정규 스토리 쪽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답도 안 나왔으니, 당분간은 짜투리 이야기로 계속 가야 할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19-09-18 21:49:38

뛰어난 조각가는 이미 소재에서 작품을 보는 심안을 갖추고 있고, 소재를 깎아서 작품을 만든다기보다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완성시킨다고 합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가를 판별하는 안목인 그 "심안" 은, 이제 Lester님도 갖고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문자답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글을 기고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Lester

2019-09-19 18:02:52

글쎄요, 이렇게까지 삽질을 했는데 '심안'이 있는지는 굉장히 의구심이 드네요(...) 그나마 패러디가 아닌 정규 스토리를 써야겠다 하고 생각하니 '현재까지 공개된 캐릭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아마 사고뭉치 키아라나 잠깐 첫 등장한 클린트 관련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가타&소노카와 콤비는 태생이 패러디라 다시 등장시키려면 좀 골치아프니, 카메오로 밀어내야 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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