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는 변명에의 평론

SiteOwner, 2019-12-12 22:34:32

조회 수
132

예전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제하의 글에서 지적한 것의 연장선으로 또 시사관련의 평론을 써 보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발언이, 법의 규제범위 밖에 있는 행위를 했을 경우의 방어막으로 작용할 수는 있더라도 도덕적 비난가능성까지 면제받지는 못합니다. 이건 현행법을 명백히 어긴 것보다는 그나마 낫습니다만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책잡힐 일 없이 사는 사람들보다 낫지 않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래서 이런 변명은 리더가 되려는 자의 할 말은 아닙니다.


이번에 주목할 만한 말은 "기준이 정비되기 전" 이라는 표절에의 변명.

이것 또한 이전에 논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아예 있는 규칙 자체를 무시하는 것보다는 덜 못하지만 그렇다고 자랑스럽게 표방할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논리가 몇 가지 숨어 있다 보니 겨우 그런 것 가지고 까탈스럽게 구냐고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뽑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쟁점은 각종 기준의 형성과정.

다른 쟁점은 "악법도 법이다" 라는 법실증주의적 병폐의 정당화.


세계 각 분야의 각종 기준의 형성과정을 보면, 그것들이 어디에서인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인간의 활동의 소산이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문물이 형성되고 정교해집니다. 학위논문의 작성, 각종 법령과 사안에 적용된 판결 등도 바로 그러합니다. 처음부터 전분야를 모두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번역이나 지역사정의 반영 등으로 변형이 가해지고 하면서 기준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는 발언은 안 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예의 발언은 "악법도 법이다" 라는 법실증주의적 병폐를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도 있습니다.

법령의 성격에 어떤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법령이 그 자체로 존재하기니까 정당하다는 법실증주의적 사고방식은 실정법을 도덕 등에서 분리하였고, 따라서 오로지 판단의 기준이 현존하는 법령 등에만 있는 문제를 낳습니다. 그것이 바로 "악법도 법이다" 로 대표되는 법을 가장한 폭력.

이 사고방식으로는 어떠한 변혁이나 저항운동도 폭동이나 테러리즘 등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법령을 제정한 세력은 그 자체로 선, 그렇지 않은 세력은 그 자체로 악이 됩니다. 여기에 대해 "기준이 정비되기 전" 이라는 변명은 잠깐의 화는 피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부터 변혁을 꿈꾸고 실천했던 사람들은 그 발언으로 불순분자나 폭도로 폄하되고 말아버립니다.


20세기 후반의 국내 저항시인 박노해는 그의 작품 "역사 앞에서"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 문구가 오늘따라 더욱 준엄하게 느껴집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9-12-13 21:05:13

기준선이 있기 전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니까 밖에 있어도 OK라는 건 납득할 수가 없죠.

선 긋고 여기 안에서 경기하자고 하면 당연히 선 안에 들어와야지, "닥쳐!! 난 선 밖에 있었으니 계속 여기서 하겠다!!"고 하면 끼워주나요, "너 따로 놀아라" 하겠죠.

변명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뿐이네요...

SiteOwner

2019-12-14 13:55:09

그렇습니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자신의 지위를 결정하는 그런 저작물에 대한 생각은 고작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추하게 보일 따름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아름답지도 않다는 것은 중언부언할 것도 못됩니다.

그 변명이 혹을 감추려고 다른 데에 혹을 여러개 붙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일도 저의 평론도 없었을테니까요.

Board Menu

목록

Page 98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5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5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5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58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9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2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1
3954

이상한 공간 꿈 - 한 건물 안에 강의실이 섞인 두 학원

마드리갈 2019-12-18 131
3953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드론을 타고

2
SiteOwner 2019-12-17 173
3952

갑자기 세계관 최강자가 되었던 사연 이야기

2
SiteOwner 2019-12-16 144
3951

블랙아웃 그리고 이것저것 간단히

마드리갈 2019-12-15 128
3950

2020년이 이렇게나 가까이...

8
SiteOwner 2019-12-14 227
3949

완전전기추진의 상업용 항공기 시험비행 성공

5
마드리갈 2019-12-13 204
3948

회사 적응기 및 기타 이야기

5
Papillon 2019-12-12 194
3947

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는 변명에의 평론

2
SiteOwner 2019-12-12 132
3946

대한항공기 납북사건, 그 후 반세기

2
SiteOwner 2019-12-11 140
3945

[스포없음] 겨울왕국2 감상 후기.

2
시어하트어택 2019-12-10 144
3944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길 잘 한 것 같습니다.

4
국내산라이츄 2019-12-10 187
3943

12월의 근황 이야기

4
  • file
마키 2019-12-09 210
3942

"디아볼로의 대모험"의 기묘한 BGM

3
대왕고래 2019-12-08 164
3941

소련의 국장 이야기.

2
  • file
시어하트어택 2019-12-07 172
3940

일본에서는 린, 렌이라는 이름이 인기있다?!

2
마드리갈 2019-12-06 146
3939

올해까지만 하고 회사 그만 둡니다.

2
국내산라이츄 2019-12-05 135
3938

이기적 유전자-다윈주의의 확장

3
콘스탄티노스XI 2019-12-04 148
3937

근황 이야기

2
앨매리 2019-12-03 200
3936

미국, 70년만에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

3
마드리갈 2019-12-02 154
3935

근황 및 기타 이야기

4
Papillon 2019-12-01 173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