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사태로 시작부터 어수선한 2020년의 1분기가 끝났고 이미 2분기가 시작한지도 5일째입니다.
그런데, 오늘이 4월 5일이고, 한달 뒤인 5월 5일은 입하(立夏)입니다. 즉, 24절기상 남은 봄은 한달.
봄같지 않은 봄이었지만, 이것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파트단지 앞의 대로변과 뒷산에 가득 들어선 나무도 이미 분홍색 꽃을 모두 다 떨어트리고, 잎을 한참 키워내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19 판데믹 사태로 사람들의 마음은 각박해져 있지만,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무르익어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입춘 이후로 봄이 2/3이나 흘렀고 1/3이 남아 있습니다.
판데믹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질문받는다면, 이미 와 있고 이제 떠나갈 채비를 한다고 대답해야겠군요.
그리고,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마지막 구절인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의 의미도 알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봄,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이 음악과 같이 맞이하고 싶습니다.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의 1692년작 오페라 요정의 여왕(The Fairy Queen)의 한 곡인 "이제 여름이구나, 활기차고 명랑한(Here's the summer, sprightly, gay)"과 함께. 독창자는 영국의 카운터테너 성악가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 1912-1979).
Here's the Summer, Sprightly, Gay,
Smiling, Wanton, Fresh and Fair;
Adorn'd with all the Flowers of May,
Whose various Sweets perfume the Air.
이제 여름이구나, 활기차고 명랑한,
미소짓는, 제멋대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5월의 모든 꽃들으로 장식하고
그 다채로운 향기로 하늘을 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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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0-04-05 23:21:36
벌써 입하라니... 입X라는 절기가 우리가 흔히 체감하는 계절보다는 조금 앞선 감이 없지않아 있지마는,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걸지도 모르겠지요.
이번 봄은 유난히 공기도 맑고 상쾌한 듯합니다. 느낌이 그런 걸까요.
SiteOwner
2020-04-05 23:40:24
24절기라는 게 통상적인 계절감보다는 살짝 빠른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바뀐 환경에 미리 적응하고 준비하려면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한달은 걸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미리미리 채비를 해야 하고, 계절감각이 바뀌었을 때에 허둥지둥 대응하려 들면 이미 늦었다는 데에서 이렇게 설정한 것은 아닌가...
요즘의 쾌청한 날씨와 공기는 기분 탓이라기보다는 실제상황입니다. 서부에 위치한 중국에서 산업이 침체되어 있다 보니 대기중 배출물의 양이 격감해서 편서풍에 실려 날아오는 것들도 크게 줄어 있습니다.
마키
2020-04-08 21:18:53
엊그제가 새해였는데 아차하니 벌써 4월도 중반에 접어들고 있네요.
중국에서의 외출 자제로 인해 맑아진 공기와 코로나 대비로 인해 계절성 유행병들이 맥을 못추고 쫒겨난걸 보면 이걸 좋아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한 기분이에요.
SiteOwner
2020-04-10 21:17:50
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게다가 이번주를 지나고 다음주에는 이 4월도 절반이 지나게 됩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 버렸는가에 다시금 놀라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온갖 계절성 유행병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군요. 그리고 그 자리 이상을 코로나19 감염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심정은 이렇습니다. 계절성 유행병이 있어도 괜찮으니까 코로나19는 좀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고. 그 정도로 이 판데믹에 대한 피로감이 늘어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