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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식 유머는 참으로 재미있어요.
주어와 목적어를 뒤바꿔 놓았을 뿐인데, 그게 또 의외로 말이 되는데다 어떤 경우에는 그 러시아식 유머가 굉장히 깊은 함의를 전달해 주기도 해서 러시아식 유머에는 특유의 묘미가 있어요. 때로는 섬찟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간단하게 예시를 들자면, 이런 것.
"사람이 개를 산책시킨다" 라는 문장을 "개가 사람을 산책시킨다" 라고 바꿔 쓸 수 있어요.
분명 개가 사람을 산책시킬 수는 없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운동부족인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다가 자기도 결국 운동을 하게 되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는 것.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인상깊은 러시아식 유머 중에는 이런 게 있어요.
WORKING!!에서 호신술 강사이자 주당인 타카나시 코즈에가 와그나리아 안에서 마시바 요헤이를 발견하자 대시하면서 하는 말이 "교제를 전제로 결혼해줘!!" 였어요.
어제 인터넷에서 본 것으로는, 조선일보 만물상에 인용된 "지방이 김정은에 체류중" 이라는 것.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정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역시 러시아식 유머 덕분에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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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0-04-24 20:45:58
러시아식 유머 하니 좀 섬뜩하긴 하지만 체르노빌 산 버섯을 판다는 노파에게 그런걸 누가 사가긴 하냐고 묻자 "많지. 시부모나 직장 상사 주려고들 사가지" 라고 답한다던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습 중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온 로봇들은 몇분만에 고장났지만 소련제 로봇은 1시간이 넘게 작업중이라 다들 감탄하는데 이어지는 작업반장의 말이 "이반! 이제 휴식해도 좋네!" (=일명 바이오 로봇. 즉 인간에 의한 수작업...) 라던지 그런 것들이 생각나네요.
마드리갈
2020-04-25 00:46:49
역시 인명경시풍조가 만연한데다 개선의 노력조차 안 보이는 러시아의 현실이 그렇게 묻어나오네요.
그래서 갑자기 한기가 싹 들어서 졸리던 기운마저 싹 가셨어요.
게다가, 러시아어 특유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기묘한 러시아식 유머가 실제로 구현된 적도 있었어요. 보리스 넴초프(Борис Немцов, 1959-2015)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피살되었는데, 분명 유명 정치인이 피살된 대형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사건 다음날 그 현장은 모스크바 시 당국이 깨끗하게 물청소를 해 버렸어요. 그렇게 사건현장은 완전히 치워졌어요. 이게 암살이자 증거인멸이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물적증거는 이미 없어졌으니 말할 수가 없어요. "러시아에서는 대통령이 당신을 암살합니다!!" 라는 러시아식 유머가 정말 무섭게 느껴지고 있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