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이 쓰이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1도 없다" 라는 표현.
여기에 대해서 노골적인 거부감을 노정하면서, 이 표현은 틀렸고 "하나도 없다" 라고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만큼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약간 의외의 이유가 있습니다.
수량을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디지탈(Digital)과 아날로그(Analogue)가 있습니다. 디지탈은 불가분의 사물을 한 단위씩 세어 나가는 방식이고, 아날로그는 가분의 사물을 연속량으로 인식하여 분할하는 방식. 조금 말이 어렵습니다만, 쉽게 말하면 이런 것입니다. 계단을 몇 개 올라갔느냐가 디지탈 방식인데 반해 언덕을 몇 미터(m)나 몇 피트(ft) 올라갔는가가 아날로그 방식.
그렇다면 예의 "1도 없다" 는 아날로그 방식일 수도 있고 디지탈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하루의 24시간 분할이나 백분율의 100분할 등의 방식에서 한 단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디지탈 방식이라면 대전액션게임에서의 체력게이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딱 한 칸만 남아있는 경우를 상정하면 되겠습니다.
반면에 이와 대조적으로 "하나도 없다" 는 확실히 디지탈 방식인 것.
여기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하나도 없다" 가 디지탈 방식이니까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의 의문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는 "1도 없다" 는 아날로그 방식일 경우에 틀리고 디지탈 방식일 경우에 맞는, 그리고 어느 방식으로 쓰였는지는 그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완성되어야 확정되는 황당한 상태가 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또 이런 질문도 제기가능합니다.
애초에 아날로그, 디지탈 등의 계수방식에 대해서, 어느 쪽을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도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이 질문을 만족시키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틀렸는가에 대한 논박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하나도 없다" 라는 표현을 바르게 규정했으니까 그것이 아닌 "1도 없다" 는 틀렸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옳기에 옳다" 라는 순환논리에 지나지 않아서 건설적인 주장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나 정당성이 창출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1도 없다" 라는 표현에 열내면서 그 표현이 틀렸다고 주장해 봤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생각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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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0-06-09 23:11:05
언어는 언제나 변해왔고 신조어나 유행어도 사실 정말 입에 착착 붙지 않으면(이를테면 가격 대비 부실한 내용물을 비꼬는 창렬) 순식간에 생명력을 잃고 사그라들기 마련이죠.
2000년대 초반 국어파괴라던 통신체가 지금은 ㅋㅋㅋ로 대표되는 초성어 정도만 살아남고 거의 멸종(?)했음을 생각하면 굳이 문제될게 있나 싶을 정도에요.
SiteOwner
2020-06-10 22:35:16
그렇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밀어붙이는 억지 신조어나 국가기관에서 밀어붙이는 억지 순화어가 사라지는 것을 보더라도 말씀하신 것과 같이 언어환경에서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왜 "1도 없다" 가 틀리면서 "하나도 없다" 만 옳은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없다면 결과는 보나마나할 것입니다. 차라리 명백히 잘못된 언어사용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언어관련에서 정책입안자들과 일반적인 언중이 중시하는 현안에 대해 이렇게 시각차가 큰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확실한 답이 무엇인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