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나치다" 와 "잘못됐다" 개념의 혼동에 대해

마드리갈, 2020-06-24 17:03:25

조회 수
144

생활의 여러 단면에서 이상할 정도로 혼동되는 개념이 있죠.
그 중 "지나치다" 와 "잘못됐다" 개념에 대해서는 과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것인지 분간할 길이 없지만요.

예를 들어 이런 것.
만일 평가대상이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이 일관되게 가능한 것이라면 분명 이건 "지나치다" 의 개념을 그냥 사용해도 되겠죠.
그러니까 도로에서 자동차가 달릴 때 최저속도 미만인 경우, 최저속도에서 최고속도 범위내에서 달리는 경우, 최고속도를 초과하는 경우라면 이것은 속도라는 개념 하나로 구간에 따라 "모자라다/적절하다/지나치다" 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판단해야 할 것은 해당 속도가 어느 구간에 있는가일 따름이죠. 적절구간 이외에는 "잘못됐다" 라고 말할 수 있고, "지나치다" 는 "잘못됐다" 의 부분집합이 되는 것.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위의 속도별 구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자동차가 정당한 권한없이 활주로에 진입해서 달리고 있고, 그 활주로에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려 하고 있어요.
이 경우에 자동차가 활주로 위를 300km/h로 달린다면, 이 상황은 과속일까요?
대부분의 경우, 과속이고 뭐고 논하기 이전에, "애초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에 왜 권한없이 진입해?"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게 당연하겠죠. 활주로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위한 공간이니 처음부터 문제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고, 따라서 300km/h로 달리든 말든 과속 운운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죠. 이 경우에는 "지나치다" 와 "잘못됐다" 는 아예 별개의 사안.

현실은 어떨까요?
위의 사례 중 두번째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는 것에 대해서 혼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혼동의 결과를 비난하더라도 그 혼동 자체를 비판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죠.
이런 경우를 보죠. 아동학대의 경우 "훈육이 지나쳐" 라든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등에서 "사랑이나 집착이 지나쳐" 라든지 하는 것들. 애초에 처음부터 잘못된 방법이 현실 속에서 나쁜 결과를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처음부터 잘못됐다" 라는 것은 온데간데없고, 그 문제가 "지나치다" 의 영역으로 환원되었다는 것이 보여요.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이 없이 결과만을 놓고 비난하기 마련이죠.
그러면, 과연 위에서 말한 폭력이 정도만 낮추면 적절하니까 허용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도출가능해요. "잘못됐다" 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지나치지 않으니까 괜찮다" 라는, 논리적으로는 정합성이 담보되지만 동의할 수는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나름이예요.

여러 사건 속에 숨어있는 이런 함정, 역시 가볍게 봐서는 안될 거예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88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5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5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5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58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9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2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1
4154

2020년 상반기 마지막 주말에 간단히 돌아보는 세계

2
마드리갈 2020-06-26 127
4153

6.25 전쟁 그리고 70년이 지난 오늘에

2
SiteOwner 2020-06-25 129
4152

"지나치다" 와 "잘못됐다" 개념의 혼동에 대해

마드리갈 2020-06-24 144
4151

1주일만의 포럼 방문 및 짧은 이야기

SiteOwner 2020-06-23 138
4150

여행가고 싶네요 + 소설 이야기

2
마드리갈 2020-06-22 127
4149

제 소설이 일일랭킹 1위도 해보는군요+공모전 연재 관련

3
  • file
시어하트어택 2020-06-21 133
4148

파맛 첵스, 16년 만에 출시

5
  • file
시어하트어택 2020-06-20 143
4147

오랜만에 글 써봅니다+PC문제에 대한 의견

5
  • file
콘스탄티노스XI 2020-06-19 161
4146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시작했어요

4
  • file
마키 2020-06-18 165
4145

국립국어원이 정말 필요하긴 한가...

마드리갈 2020-06-17 133
4144

성명을 잘못 불리는 캐릭터들 5

2
마드리갈 2020-06-16 160
4143

6월 15일 이야기

SiteOwner 2020-06-15 123
4142

게임을 한층 더 즐겁게 해 주는 "모드"

3
  • file
대왕고래 2020-06-14 141
4141

해저케이블은 아프리카를 돌고 돌아

3
  • file
마드리갈 2020-06-13 136
4140

구상으로 끝난 C-141과 쇼트 벨파스트의 기묘한 조합

  • file
마드리갈 2020-06-12 138
4139

우주와 심해를 모두 탐험한 68세 캐시 설리번

2
  • file
SiteOwner 2020-06-11 158
4138

창작 관련 이야기.

4
  • file
시어하트어택 2020-06-10 145
4137

도시생활에 적응하여 변화하는 여우

2
  • file
마드리갈 2020-06-09 123
4136

공공연한 비밀에 대한 생각

2
SiteOwner 2020-06-08 127
4135

"1도 없다" 라는 표현은 과연 틀린 것일까

2
SiteOwner 2020-06-07 136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