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그러니까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 있었고 저도 참여했던 적이 있었던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중 정말 논쟁할 거리도 못 되던 것이 "인터넷으로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물이나 가스, 우편화물 같은 물품도 보낼 수 있게 된다" 라는 주장. 그리고 이런 주장의 옹호자들도 의외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입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발달할수록 농업이나 제조업 등은 쇠퇴하게 되어 있고 그래서 서비스업이 발달하니까 인터넷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운운하는 것. 그리고 인터넷의 정의가 오락가락하는 현상도 거의 필수적으로 수반됩니다.
사실 논쟁거리도 못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 및 전제에의 동의 자체가 논리적 사고력 자체가 없다고 노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농업이나 제조업이 쇠퇴한다는 것은 대략 이런 말입니다.
1950년에는 농업이 전체 산업의 생산액 70%를 차지했는데 1990년에는 농업의 생산액이 전체 산업에서 15%만 차지했으니까 쇠퇴했다고. 그런데 이 논리는 두 시기의 전체 산업의 생산액을 말하지 않았으니까 이것을 알고 말했다면 결론은 거짓말이고 모르고 말했다면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데다 결론도 당연히 참일 수가 없습니다. 전체 산업의 생산액이 1950년에 10억 달러이고 1990년에 1000억 달러였다면, 농업의 생산액은 1950년에는 7억 달러이지만 1990년에는 150억 달러니까 21배는 넘게 된 것이고 이런 것을 쇠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게다가 케이블로 물건을 옮기지 못한다는 것에는 이런 반박도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억지도 있었고 인터넷의 개념 자체가 넓어져서 수도관, 가스관, 교통망 등도 인터넷에 포함된다는 의미확장 등 가지각색.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왜냐면, 전 이렇게 이렇게 대답할 거니까요.
"바닥에는 더한 바닥이 있습니다."
저를 인신공격하는 것입니다. 컴퓨터 사용경력이 얼마냐, 관련 자격증은 있느냐, 어차피 지방 출신이잖아, 미래를 보고 온 것도 아니잖아, 만일 되면 어떡할래 등등...
지난 6월 23일에 썼던 1주일만의 포럼 방문 및 짧은 이야기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을 이제서야 구체화해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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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
2020-07-11 23:23:10
인터넷은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이라, 미래에 대한 온갖 상상이 다 나왔으리라는것은 이해가 됩니다ㅋㅋ
SiteOwner
2020-07-13 19:56:19
분명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이 기존의 것을 완전히 폐기하는 상황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당화될 수 없는 주장도 있는데다 근거도 잘못되었고 안되면 이의제기자를 인신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오늘날의 군대에서는 활쏘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만, 이것은 양궁이나 국궁 등의 스포츠로서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것만 생각해 봐도 인터넷이 다른 문물을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7-11 23:26:10
1960년대쯤에 2020년대를 예측한 그림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던데 거기서 어떤 건 실현되었지만 어떤 건 아직도 상상이나 개발중의 영역에 있지요. 상상은 자유라고는 하나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좀... 순간이동 기술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SiteOwner
2020-07-13 20:00:41
과거에 나온 과학서적에 그런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전송인간같은. 즉 기존의 교통수단 없이도 인간을 통신회선으로 보내거나 불러오는 등의. 그런데 일단 원리적으로도 어떻게 될지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복잡성이 증대되는 이슈가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의 기술 중의 하나인 나이더스 캐널처럼 전송인간이 가능하려면 통신회선을 전제하는데, 그것보다는 직접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자력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상상도에 동의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유일 것이고, 합리적 근거가 없으면 결론은 명백합니다.
대왕고래
2020-07-12 02:27:16
하긴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시기이긴 했죠. 그래도 물체 순간이동 기술이 개발된다... SF적이네요. 진짜였으면 재미있었을텐데.
어찌보면 지금 인터넷으로 물이나 물자를 보낼 수는 있게 되었죠. 인터넷 홈쇼핑을 통해서 말이죠. 이번에도 어머니께서 그렇게 물을 24병 보내주셨어요. 택배 아저씨에게 감사를...
SiteOwner
2020-07-13 20:08:45
각종 차원도약 같은 게 가능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문제는 인터넷의 초창기에 벌어졌던 그 논쟁들이, 별로 안 좋은 표현일수도 있습니다만, 소개팅의 상대를 만난지 1분만에 그 사람과의 증손자의 결혼 문제를 논하는 것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것을 그저 저에게 싫다는 이유 하나로 억지를 부리니 뭐라고 할까요.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그 상황도 당시의 논객들은 부정했습니다. 인터넷이 교통까지도 대체해서 없앤다고...
대왕고래
2020-07-13 22:57:28
이미 상상이나 상식의 영역도 넘어선... 그냥 억지인데요. 왜 그런 주장을 진지하게 한 걸까요. 할 일이 없었나...
마키
2020-07-15 10:35:32
"인터넷으로 정보 뿐만 아니라 물품도 보낼 수 있게 된다"
일단 글자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21세기의 정보화 사회는 집에 앉아서 세상천지 일반인에게 파는 물건이라면 국적불문 그 어느것이든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니까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21세기의 미래 상상도를 보면 이미 우리 기준으로는 레트로 취급인 집체만한 덩치에 CRT 모니터가 달린 최첨단 컴퓨터로 정보사회를 다루는 묘사가 꼭 들어가곤 하는데, 그러한 상상력으로도 설마 게임기로도 UCC 영상을 감상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줄은 상상도 못한 모양이에요. (닌텐도 스위치는 니코니코 동화와 유튜브가 무료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 3DS XL은 제한적이나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면 웹페이지 열람 정도는 가능.)
SiteOwner
2020-07-18 19:58:04
인터넷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그래서 문명의 지평을 비약적으로 넓힌다고 말하면 논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지요. 문제는 당시의 토론자들 중에 다른 것은 필연적으로 쇠퇴하거나 교통 자체도 없어져서 인간이나 물자가 케이블을 타고 옮겨질 것이라는 논지를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 주장자들은 지금은 어떻게 세계를 보고 있을지...
말씀하신 미래상상도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휴대용 TV였던 금성 포키. 정말 파격적인 제품이었지만 워낙 비싼 물건이다 보니 크게 보급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노트북, 휴대용 게임콘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각종 디바이스가 많다 보니 그저 옛날 이야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