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주최의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sian Leadership Conference, 약칭 ALC)가 내일인 11일에 서울에서 주최된다는데, 연사에 캐나다 역사상 최초, 그리고 유일한 여성 총리였던 킴 캠벨(Kim Campbell, 1947년생)이 연사로 등장한다길래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어요. 사실 킴 캠벨의 여러 면모를 보면 그렇게 대단하게 여겨져야 할 인물인지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으니까요.
예의 회의에 대해서는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려요.
코로나와 싸운 ‘철의 여인’, 복지病 깬 좌파… 4대륙 여성리더가 뜬다, 2020년 11월 2일 조선일보 기사
캐나다 첫 女총리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깼나, 2020년 11월 10일 조선일보 기사
물론 캐나다의 총리가 된 것 자체는 대단한 일.
게다가, 성평등 관련에서도 확실히 큰 업적을 남겼어요. 성평등 관련으로, 비동의 성관계 강요를 성범죄로서 처벌하는 "노 민즈 노(No means no)" 원칙을 입법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큰 업적. 그러나 이것은 정확히는 킴 캠벨 본인이 총리로서가 아니라 법무부장관으로서 세운 업적이죠. 이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캐나다의 전 총리보다는 전 법무부장관의 직위를 강조했어야 옳았어요. 게다가 캠벨 본인은 현직 캐나다 대법원의 자문위원회장이기도 하니까 이것을 내세우면 더욱 확실할텐데, 총리로서의 경력은 왜 내세우는 건지...
캐나다 역사상 킴 캠벨이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여성 총리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총리로서의 경력을 보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재임기간은 1993년 6월 25일부터 11월 4일. 132일의 임기는 캐나다의 역대 총리로서는 3번째로 짧았어요.
게다가, 양성평등의 강화에 공헌한 이면에는, 장애인 차별이라는 큰 과가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킴 캠벨 본인의 정치가로서의 삶을 몰락시킨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당도 완전히 몰락시킨 계기가 되었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선천적인 안면장애가 있어서 언어구사에도 약점이 있던 정치적 라이벌 쟝 크레티앙(Jean Chr?tien, 1934년생)을 TV토론에서 대놓고 모욕했으니까요. 그것도, 크레티앙의 발음장애를 따라하면서 조롱하는 악질적인 수법으로.
1993년 캐나다 총선의 결과는 쟝 크레티앙의 캐나다자유당(Liberal Party of Canada)이 81석이었다가 96석을 더 얻어서 177석으로 제1당이 되었고, 킴 캠벨의 캐나다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of Canada)이 156석이었다가 154석을 잃어서 2석만 얻게 되었고 완전히 몰락해 버렸어요.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실각하는 내각제의 특성상, 캠벨은 총리의 직위를 내려놓아야 했고, 후임 총리로서 쟝 크레티앙이 취임했어요. 이후 캐나다진보보수당은 영원히 부활하지 못했고 2003년에 해산하여 역사로 퇴장했어요.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했고 법무분야에서 활약했지만, 장애인에게는 차별적이었는데다 마이너스의 리더쉽을 보였던 킴 캠벨의 행적을 반추해 보니, 일단 높은 직위를 가졌기만 하면 리더쉽을 쉽게 말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렇게 먹고 사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그렇게 실패한 과거도 자랑스러운 경력이 되니.
평범한 일반인인 저로서는 그저 웃고 말지요. 그 리더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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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0-11-13 23:57:56
총리로서 흑역사를 찍은, 그것도 자신의 행동으로 완벽하게 말아먹은 인물을 보고, 그 인물의 화려한 업적 대신 총리임을 강조하는 건 대놓고 놀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근데 기사를 보니까 놀리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로 모르고 있었던 모양인데... 모르고 기사를 써도 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기사쓰는 게 그렇게 쉬운 거였나...
마드리갈
2020-11-14 00:32:25
공부를 너무 안 하는 거죠. 일차적인 원인은 바로 그런 데에 있다고 봐요.
게다가 이차적으로는, 국내 최고의 언론사조차도 세계를 보는 시각이 매우 협소한 것. 우리나라의 대외시각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도에 머물러 있고, 그조차도 별로 자세하게 알지 못해요. 그래서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비하나 신격화 등이 일상화되어 있거나, 아예 무지하거나 한. 캐나다조차도 미국과는 매우 다른데 보통 미국에 인접하고 영어를 쓰는 국가니까 비슷한 취급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이렇게 드러나기도 해요.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