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의 유래는 미국 형사법상의 원칙 중의 하나인 이중위험의 논리이자 광의의 일사부재리 원칙.
미국의 기술자산이 연일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하나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의 모든 해군력을 능가하는 미 해군의 것으로, 지난 여름에 화재사고를 당했던 강습상륙함이 결국 폐함처리된 건, 그리고 다른 하나는 57년간 전파를 발사하며 천체는 물론이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등도 탐사했던 아레시보 천문대 전파망원경의 붕괴 건. 이 두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갑자기 할 말을 잃기도 했어요.
그럼 첫번째 건을 다루어 볼께요.
미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의 6번함인 보놈 리샤르(USS Bonhomme Richard, LHD-6)가 지난 7월 12일에 미국 샌디에이고 군항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 화재를 당하여 진화까지 4일이 걸리고 말았어요. 피해상황이 궤멸적인데다 복원비용 또한 32억 달러로 추산되어 신설계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의 신규건조 비용인 34억 달러에 근접하다 보니 결국 미 해군의 선택은 복원하지 않고 피해 함정을 폐함처리하는 방향이 되었어요. 이렇게 보놈 리샤르는 취역후 22년 3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폐기되고, 해체하면서 확보될 사용가능한 부품은 동형함의 유지보수를 위한 자재로 유용될 예정이예요.
싸움은 시작하지도 않았다(I have not yet begun to fight!)라는 이 군함의 표어가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질 줄이야...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Navy says rebuilding USS Bonhomme Richard after fire would be too expensive, 2020년 12월 1일 Stars and Stripes 기사, 영어
그러면 이번은 두번째 건.
2016년까지는 세계최대의 전파망원경이었던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Arecibo Observatory)의 전파망원경.
미국 자연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미국의 역외영토인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지역의 산간 자연싱크홀에 설립한 지름 1,000피트(=304.8m)의 이 전파망원경은 1963년 준공 이후 천문관측분야에서 활약해 왔어요. 그러나 2006년 이후로는 투자감소로 관리가 소홀해진데다 2017년에는 허리케인에, 2019년과 2020년에는 지진에 피해를 입고, 결국은 안테나 상부에 케이블로 매달려있던 중량 900톤 규모의 수신기가 지지케이블이 끊어지는 바람에 낙하하여 그대로 파괴되고 말았어요. 복원계획 없이 이 전파망원경은 폐기될 예정이예요.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Broken Arecibo telescope collapses, ending an era of alien-hunting, 2020년 12월 2일 Live Science 기사, 영어
이렇게, 12월이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기술자산이 연일 퇴장하는 비보가 들려오게 되었어요.
2020년의 난국은 마지막 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고, 게다가 첫 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로 후속하는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 보니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최소한 법률의 영역에서는 한 건으로 두번 재판받지는 않게 한다지만, 이런 기술자산의 퇴장은 법률의 영역이 아니라고 연이어 일어나 버렸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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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마키
2020-12-02 21:32:20
올 한해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곱게 가는 일이 없네요...
12월조차 시작부터 이러면 남은 한달간 대체 무슨 일이 더 벌어진다는건지......
마드리갈
2020-12-03 12:29:42
참으로 지독한 한해네요. 그리고 마지막 달의 시작도 이렇게 충격적인 사건이 연발하고...
올해는 정말 상황이 얼마나 지독해지나 작정하고 달려나가는 시기같아요.
게다가, 저 두 사건이 천재지변이 아니었다는 것도 여러모로 뼈아플 수밖에 없어요. 강습상륙함 보놈 리샤르는 수병의 방화로 불타 소실된데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은 자금난으로 운용에 파행을 겪다 연이은 재해에 손상되어 결국 저렇게 무너지고 말았으니...
마드리갈
2021-08-03 15:25:20
2021년 8월 3일 업데이트
작년에 발생한 미 해군 강습상륙함 화재사건의 용의자가 7월 29일에 기소되었어요.
방화범인 해군수병은 피해당한 그 강습상륙함 소속으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어요. 그 해군수병의 방화사건으로 최소한 해군수병 40명과 민간인 23명이 부상당하는 결과가 일어났고, 강습상륙함 보놈 리샤르(USS Bonhomme Richard, LHD-6)는 2021년 4월 15일에 퇴역처리되었고 폐함이 예정되어 있어요.
관련보도를 둘 소개할께요.
Navy Charges Sailor with Arson, Hazarding a Vessel in 2020 Bonhomme Richard Fire, 2021년 7월 29일 USNI News 기사, 영어
US sailor charged over massive USS Bonhomme warship blaze in 2020, 2021년 7월 30일 BBC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1-08-05 17:41:58
2021년 8월 5일 업데이트
미 해군 강습상륙함 방화범으로서 기소된 인물의 신원이 공개되었어요.
피고는 미 해군의 견습수병(Seaman apprentice, E-2, 육군의 일등병 상당)인 라이언 소이어 메이즈(Ryan Sawyer Mays). 그는 2019년에 해군에 입대했고 미 해군의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에 지원했지만 결국 탈락한 뒤에 2020년 3월에 강습상륙함 보놈 리샤르에 배속되어 근무중이었어요. 네이비 실 양성과정에 지원했다가 5일만에 그만둔 그는 이에 대한 불만을 품고 상륙차량 적재구역인 하갑판에서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21세기에 들어서 미 해군의 군함이 방화로 희생된 것은 두번째의 일.
2012년에는 잠수함 마이애미(USS Miami)가 조선소 직원 케이시 퓨리(Casey Fury)의 방화로 7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고 폐함처리되는 것으로 결론났으며 케이시 퓨리 본인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예요. 그리고 작년은 라이언 소이어 메이즈의 방화로 강습상륙함이 화재피해를 당하고 결국 올해에는 폐함처리가 결정되었어요. 수리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용은 30억 달러가 넘는데다 수리기간도 5년에서 7년 정도는 잡아야 하니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A 20-year-old Navy SEAL dropout is the sailor charged in the USS Bonhomme Richard fire, 2021년 8월 4일 Task & Purpose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3-10-06 22:44:48
2023년 10월 6일 업데이트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 보놈 리샤르(USS Bonhomme Richard, LHD-6)의 화재사고 이후로 미 해군의 화재대응력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고 있어요. 이 화재로 발생한 피해액은 최소한 30억 달러 이상이고 강습상륙함에서는 V-22 틸트로터기나 수직이착륙 제트전투기같은 고가의 장비도 대거 운용하기에 화재대응력 강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어요.
수일간 지속된 화재에서 14개의 갑판 중 11개로 불이 번져 구조 자체가 손상된 이 방화사고에서 저층갑판의 리튬이온 저장소가 쓰레기장처럼 열악한 상태에 방치되었던 것도 원인의 일부로 평가되고 있어요. 또한 이것은 이전에 조선소에서 개수를 받던 도중에 방화사고로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원자력공격잠수함 마이애미(USS Miami, SSN-755)에서 제기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인데다 정박된 군함의 상주인원이 적어서 유사시의 대응이 힘든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이것에 대한 인원확충에 의한 효과적인 감시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Watchdog sounds alarm on the Navy’s fire preparedness, 2023년 4월 25일 Popular Science 기사,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