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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서 매일 일본어로 된 각종 미디어를 접하고 사는 저는, 매일의 언어생활에서는 일본의 문물 인용 등의 확실히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본어를 섞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한국어는 한국어이고 일본어는 일본어니까요. 게다가 이도저도 아닌 피진(Pidgin)은 상당히 기괴하게 보여서 꺼려지는 게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저에게 일본어 지도를 해 준 오빠의 방침이기도 하니까 계속 지키고 있기도 해요.
그런 저에게 신기하게 보이는 게 있어요.
정치권의 발언 중 "가오" 라는 어휘가 나오니까 그게 그렇게 여겨져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기사에 있어요.
국민의당 이태규 “우리가 돈·조직이 없지... 가오가 없나”, 2021년 8월 3일 조선일보 기사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CBS 라디오에 출연하여 "우리 당이 돈과 조직이 없지 무슨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 라고 말했어요. 자존심, 체면 등을 뜻하는 어휘로서 일본어 어휘인 가오(顔)가 이렇게 쓰이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딱히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이것이 같이 생각나서 역시 기묘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일본어에서 자존심이나 체면 등을 가리킬 때 쓰는 어휘 또한 일본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나라의 언어생활에서 가오에 해당되는 어휘로 일본에서 잘 쓰이는 표현 중에서는 영어에서 유래한 프라이드(プライド) 및 중국어에서 유래한 멘쯔(面子)가 있어요. 물론 다른 어휘도 쓰이지만, 다른 한자어는 구어에서는 아무래도 사용빈도가 낮긴 해요.
다른 언어의 경우에도 비슷한 게 보이고 있어요.
자부심의 영어 어휘인 pride는 어원이 불분명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 각국의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요. 같은 의미의 독일어 슈톨츠(Stolz)는 게르만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유럽조어까지 올라가기도 하죠.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에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어휘를 쓰기도 하는 것은 역시 자연스러운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키
2021-08-04 19:50:24
저는 역으로 용자왕 가오가이가의 주역기체인 가오가이가(실제로도 이쪽은 넷상에서 소위말하는 가오잡는 사람의 은어로도 쓰이더군요)나 수퍼전대 시리즈의 백수전대 가오레인저 같은게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원래부터 저는 취미생활용으로 기본기만 학교에서 떼운 수준으로 그렇게 깊게는 배우지 않은 탓도 있지만 요새들어선 소위 말하는 한본어가 입에 익어서 한국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뒤섞인 혼종 언어가 혼잣말로 나오고 있네요.?
유튜브 코멘트(구독해보는 채널의 대다수가 일본 계열 채널인 탓도 있지만...)나 운영중인 인스타그램은 한자를 쓰진 못할지라도 자주 쓰는 한자는 알아볼 수 있게 일본어로 작성하고 있어요. 과정은 일단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문장을 만들고, 그걸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 일역하고, 발음을 모르거나 애매한 한자는 번역기에서 검색해서 쓰는 식으로 보정해서 작성중인데 역으로 이게 일본인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기도 할 따름이에요.
마드리갈
2021-08-04 21:24:50
역시 "가오" 라는 어휘를 보고 다양한 것이 떠오를 수 있네요. 가오가이가라든지 가오레인저라든지...
그렇군요. 한본어...이런 게 생각나고 있어요. "호라 모 젠젠 멀쩡하잖아?" 같은?
한때 꽤 유행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해요.
마키님께서 쓰시는 일본어 문장, 궁금해지네요. 일본어는 일단 어형 자체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지만 어휘의 표기는 꽤나 다채롭다 보니 개성적으로 쓸 여지도 꽤 많으니까요. 적어도 신선하게 여겨질 것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