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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어이없는 사건을 접하고...

암살교실(暗殺教室)의 주요 캐릭터인 살생님(殺せんせー)은 거유의 여성을 매우 좋아하고, 그래서 에로잡지의 수집광이기도 해요. 그런 살생님이 한번은 어이없는 대형사고를 치게 되어요. 그리고 학생들과 쌓아 온 신뢰에 최대의 위기가 닥쳐와요.

작중 배경인 쿠누기가오카 학원이 입지한 가상의 지역인 쿠누기가오카에서는 거유의 여성들의 속옷들이 도난당하는 절도사고가 속출하는 한편, 살생님이 교사로서 근무하는 쿠누기가오카 중학교 3학년 E반에서는 출석부에 여학생의 이름 바로 옆에 가슴 사이즈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든지, 쿠누기가오카 관내의 거유 여성들의 가슴 사이즈를 비롯한 각종 인적사항 및 거주지 주소가 기재된 리스트가 발견된다든지, 당황한 살생님이 거대한 아이스박스를 꺼내들며 바베큐 파티를 하자고 하지만 정작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건 식재료가 아니라 도난당한 속옷이 꼬치에 꿰어져 있는 상태로 대량으로 들어 있었던...
이 일련의 사건은 결국 살생님의 소행이 아닌 게 드러나긴 했지만, 학생들의 신뢰는 일시적으로 급추락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학생들이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분개하는 건 물론, 남학생들도 싸늘한 태도를 노정했고 그래서 살생님에게 최대의 위기가 온 것이죠. 저 또한 그 장면에서 발상 한번 끔찍하다고 느낀데다, 특히 관내 거유 여성들의 리스트가 작성된 것에 혐오감과 공포가 극대화되었어요.

그런데, 암살교실 애니에서 봤던 그 끔찍한 사건과 매우 닮은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것도, 우리나라의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관련보도는 이하에 2건이 있어요.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죠.
2019년경에 성남시청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어느 6급 공무원이 인사시스템을 열람하여 당시 시청내의 31-37세 범위내의 미혼 여직원 151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A4용지 12장 분량의 문서를 작성하고, 그 문서가 행정지원과장을 거쳐 성남시장의 비서관에게 전달된 것. 그리고 당시 성남시장에게는 정무보고를 해도 묵살당하는 일이 잦아서 뒤늦게 공익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도 있었어요.

인사시스템을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시장은 비서관의 정무보고를 묵살해 왔다 보니 이 사건이 늦게서야 백일하에 드러났고...암살교실의 사례에서 느껴졌던 혐오감과 공포를 현실의 사건에서 느낀다는 게 끔찍하기 그지없어요. 이렇게 현실이 창작물을 찍어눌러버렸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카멜

2021-08-27 02:12:01

저도 뉴스를 봤습니다만, 참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말로 실화입니까? 대체 뭔 생각을 하면서 그런일을;; ?

마드리갈

2021-08-28 17:22:05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죠...

일각에서는 가짜뉴스 탓을 하는데, 그러기 전에 진짜뉴스가 이렇게 압도적이니 그런 거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네요.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이것조차 간단히 뛰어넘는 일이 국내에서 또 벌어졌어요.

그건 별도의 글로 다루어볼까 싶네요.

마드리갈

2022-04-27 14:17:44

2022년 4월 27일 업데이트


관내의 미혼 여성공무원 150여명에 대한 신상정보 리스트를 만든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어요. 단 실형은 면하고 집행유예가 되었어요. 리스트를 만든 직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그 리스트의 작성을 지시한 상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미혼 여직원 리스트’ 만든 성남시 공무원들 집행유예, 2022년 4월 27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5-25 13:58:30

2023년 5월 25일 업데이트


미혼여성 공무원 150여명의 신상명단을 사적으로 작성한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들에 대해 5월 18일 수원지방법원의 결심공판에서 실형이 구형되었어요. 이 구형이 받아들여질 경우 1심의 집행유예 선고보다 더욱 무거운 벌이 부과되어요.

2심 선고는 6월 12일 14시에 진행되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미혼 여직원 명단' 만든 성남시 공무원들에 2심도 실형 구형, 2023년 5월 18일 연합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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