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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도 아직은 초창기이지만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지구 도처에는 미접촉부족(未接触部族, Uncontacted Peoples)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긴 해도 여전히 세계의 오지에서 생활중이죠. 선진국에는 없고, 밀림이 넓은 제3세계 국가 도처에 현대문명을 거부하거나 아예 접할 기회 없이 사는 수십-수백명 규모로 형성된 부족집단이 수십개 정도는 된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어디까지나 몇 안 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라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수정될 수도 있어요.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요.
현재 그런 미접촉부족의 거주지 중 무주지(無主地, Terra nullius)는 없어요. 즉 그들이 사는 영역은 어디이든간 주권국가의 영역.
그렇다면 그들은 주권국가의 영역 내부에 사는 인간들인데, 그렇다면 그들이 가질 권리와 의무의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무엇을 우선시하든, 둘 다 존중하든, 둘 다 무시하든 문제가 있어요.
첫번째의 경우를 보죠. 권리를 우선시할 경우.
이것은 현재 고립의 권리(Right to self-isolation)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연합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에서 고립의 권리와 함께 지침 및 권장사항이 제시되어 있어요. 일단 그들의 자치를 존중한다는 데에서는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주권국가 내의 국민에 비해 의무가 적게 부과되어도 좋은가, 그들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아요.
두번째의 경우를 보죠. 의무를 우선시할 경우.
이것은 대항해시대 이후의 다방면으로 이루어진 정복의 역사를 보면 위험한 접근이라는 게 보이죠. 백인의 의무, 문명인의 의무 등의 미명하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미 명백하고, 이것을 다시 반복할만큼 인류가 그렇게 어리석다고는 보이지 않으니까 실현가능성은 논외.
세번째의 경우를 보죠. 둘 다 존중할 경우.
이 경우는 고립의 권리를 부정하게 되니 당장 문제에 부딪치고, 그 미접촉부족을 문명사회로 편입시킨다는 게 실패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번째의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요. 과거의 대항해시대 초기만 하더라도 그러한 미접촉부족은 세계의 각지에 다수 분포했지만 현재의 미접촉부족은 일단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소수이다 보니 아예 세대절멸이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가장 이상론적인 접근이지만 가장 비극적인 결과로의 지름길이기도 하죠.
네번째의 경우를 보죠. 둘 다 무시할 경우.
이것은 발상도 결과도 최악.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최악의 선택지니까 아예 더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 별도의 카테고리로 취급한다면 앞의 4가지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되어요.
즉, 그 미접촉부족을 다른 천연기념물과 동급으로 보고 보호하는 방법. 이것은 결과론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을 문명수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차등대우한다는 비난에서는 절대 자유롭지 않으니까 그게 문제...
여러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그리고 가장 좋은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폴리포닉 월드에서도 명확한 해법은 없어요. 일단 비접촉부족이 있는 국가가 제3세계나 제4세계(국제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세계)에만 존재하는데다 국가별로 정책도 달라요. 게다가 정책의 주류가, 비접촉부족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천연기념물로 취급하는 방식으로 문명사회로부터의 고립될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이고, 그나마 그걸 쓸 수 있는 국가는 경제력에 여력이 꽤 있는 국가로 한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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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21-09-21 22:34:08
대한민국의 변두리 산 속 깊숙히 있어 사람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알고 보니 빠빠족이라는 인종도 언어도 모든 면에서 다른 부족이 있었다면, 그 부족을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고 민증을 발급하고 의무를 부여하는게 옳은지, 아니면 그냥 그들이 알아서 살게 냅두고 별 문제 일으키지 않으면 관여하지 않는지의 문제겠네요.
일단 대한민국 안에 있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의 범위에 들지 못한 곳이죠. 그런데 대한민국의 영토는 맞아요. 그러면 빠빠족들도 어쨌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그러니 국민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요구하긴 해야겠지만, 당장 문화가 다른 그들이 할 리는 없고, 억지로 하라고 하는 것도 부담스럽죠.
그러니 그대로 살게 냅두되, 문화가 다르니까 어떻게든 우리 문화에 익숙해지게끔 하도록 해야겠네요. 그리고는 뭐 세금을 낸다거나 하는 건 아마 그 부족의 족장이 있다면 그 족장하고 조율할 문제가 아닐까...
마드리갈
2021-09-22 19:38:08
미접촉부족 문제는 대왕고래님의 말씀처럼 그 오지부족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죠.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는 역사적인 문제 및 현행법상 문제로 인해 원론적으로도 상당히 접근하기 힘든 이 문제가 더욱 꼬여 있어요.
당장 20세기 전반으로 가 보죠. 일본이 세운 조선총독부가 조선 전역을 지배했죠. 그리고 그에 앞서 일본은 에조치와 류큐를 복속시켜 자국령으로 편입, 개척을 시작했죠. 에조치가 오늘날의 홋카이도, 그리고 류큐 및 다이토제도가 오늘날의 오키나와가 되는데, 근대 국민국가의 운영원리에 따라 수도에서 파견된 지방관이 통치하고, 수도의 언어인 일본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사회제도를 따르게 했어요. 그래서 아이누도 류큐인도 일본식 이름을 쓰게 되었어요. 오키나와의 경우는 한자를 써 왔고 언어도 일본어계의 방언이라서 동화의 난이도가 그나마 좀 낮은 편이었지만 홋카이도의 경우 아이누 차별문제가 바로 대두되었어요. 아이누의 전통 생업인 사냥을 금지한다든지, 일본어와 아이누어가 체계도 어휘도 전혀 달라서 호환되지 않는다든지 해서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다든지, 아이누가 일본문명과도 러시아문명과도 다른 문명이긴 했지만 발달수준이 미약했다든지 해서 쉽게 동화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죠. 이런 경우에 손쉬운 방법은 무력. 아무리 저항해도 총으로 쏘고 칼로 베어 죽이면 죽은 사람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고 남은 사람은 어떻게든지 동화될 수밖에 없었죠. 일본의 이런 개척정책은 조선총독부로 그대로 계승되었어요. 일본의 입장에서는 근대화이고 통치이지만, 그 조선총독부 체제가 한국사에서는 최대의 흑역사였어요. 예의 오지부족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그래서 예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당장 역사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오지부족을 특별히 보호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현행헌법에서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창설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요. 게다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에 이미 국토의 절반을 넘는 영역이 대한민국의 영역이지만 실질적인 행정력은 미치지 않는 지역. 그래서 그들의 고립될 권리를 보장하면 현행헌법의 사회적 특수계급 창설 문제에 걸리고, 또 국토 일부분이 실질적인 행정력 미도달 지역으로 되는 것은 나쁜 선례를 양산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어요. 만일 치안상황이 나빠졌을 때 누군가가 그 오지부족의 선례를 인용하여 해방구 선포를 했을 때 국가가 그것을 반대할 정당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논할 수 있는 것도, 그 오지부족이 평온한 생활을 영위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어요.
만일 배외적인 성향이 있다면...
실제로 인도, 브라질 등에 있는 어떤 미접촉부족은 굉장히 적대적이라서 외부인을 일단 공격하고 보는 입장이니까요.
시어하트어택
2021-09-21 23:55:38
마드리갈님의 글을 보니 딱 그게 생각나네요. 안다만제도 중 노스센티넬섬에 사는 센티넬족이라고 있죠. 수만 년 동안 외부 인류와의 접촉이 전무했던 종족인데 몇 번의 접촉으로 석기시대의 생활수준에 음식을 날것으로 먹는다는 등의 정보까지는 알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은 인도 정부가 막아서 더 이상의 접촉은 없는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미국인 선교사 한 명이 선교하러 갔다가 죽은 곳이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참 흥미로운 곳인데, 요즘은 인구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 하더군요.
마드리갈
2021-09-22 19:52:08
인도의 센티넬족의 경우는 거점이 노스센티넬섬에 한정되어 있어서 해안에 나온 그 종족 구성원들을 관찰할 여지라도 있어요. 하지만 남미나 뉴기니 등지의 밀림에 사는 미접촉부족의 경우는 관찰수단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으니 그게 문제죠. 게다가 이미 그들과 만난 이상 그들이 외부인에 대해 적의를 품었는지 호의적으로 대할지는 그 상황이 일어나고 나서야 파악되는 문제라서 매우 위험하죠. 그나마 쓸 수 있는 방법이 항공관측이긴 한데 밀림 내부가 제대로 관측될 리도 없고 항공관측은 비용이 아주 많이 드니까 답이 없죠.
센티넬족의 생태에 대해 역사상 가장 많이 알아낸 사람은 영국의 해군장교인 모리스 비달 포트먼(Maurice Vidal Portman, 1860-1935). 1880년에 그가 통솔한 원정대가 노스 센티넬섬에 상륙했고 밀림 내부의 생활거점을 찾아낸 것은 물론 센티넬족의 6명을 잡아왔어요. 그 이후로도 수차례 노스 센티넬섬에 상륙하기도 했어요.
센티넬족과 처음으로 우호적인 접촉을 이룬 사람은 인도의 인류학자 트릴로나스 판디트(Triloknath Pandit, 1934년생). 배외적인 센티넬족을 상대로 24년간 공을 들여 겨우 우호적인 접촉이 가능했어요. 그게 1991년의 일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