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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와 불운아

하네카와츠바사, 2013-05-14 16:47:00

조회 수
229

부제 - 불운아에게 바치는 경솔한 한 마디




지금껏 살면서 그리 많은 사람을 만난 건 아니지만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면서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을 깨달은 게 있다면, 불운이 한 사람에게 계속 겹쳐서 일어난다는 겁니다.


정말 신이란 게 있어서 어떤 사람들을 정해놓고 불운을 몰아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사람들이 한 사람씩 보이고는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행운이 몰리는 사람도 있어서 평생 편하게 먹고 사는 사람도 있죠.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이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영국의 하트퍼드셔 대학(University of Hertfordshire)의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교수는 여러 해에 걸쳐 스스로 행운아 혹은 불행아로 여기는 집단 간의 차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심도 있는 인터뷰를 수행하고 사람들에게 일기를 쓰도록 권했으며 일련의 테스트와 실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 실험에서 와이즈먼은 행운아 집단과 불운아 집단 양쪽 모두에게 신문을 주고 신문에 실린 사진의 숫자를 세어보라고 했다. 불운아 집단은 그 일을 끝내는 데 대략 2분이 걸린 반면, 행운아 집단은 불과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왜 그랬던 걸까? 다음은 와이즈먼의 설명이다.


"신문에는 43장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두 번째 페이지에 '더 이상 세지 말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지시문은 한 지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글자체도 다른 글씨에 비해 5센티미터는 컸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운아들은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행운아들은 금세 알아보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순전히 재미로 신문의 중간쯤에 두 번째 지시문을 삽입했습니다. '그만 세기 바랍니다. 이 지시문을 발견하고 실험자에게 말하는 분께는 250파운드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운아들은 지시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의 개수를 세는 데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던 탓이지요."



같은 조건에서 불운아 집단은 사진을 세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 그 이외의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알기 쉽게 배치해 놓고, 더 이익이 되는 것임에도 말이죠.


대학 때 친구 중에 자신이 항상 손해보고 산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는데 접시에 밥이 담겨져 나오자 그 친구는 밥을 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것봐. 밥도 이렇게 얇게 펴서 나오잖아."


테이블 위의 누구도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고, 친구의 얘기를 듣고서도 그게 그리 차이 나는가 싶어 다시 봐도 그리 차이가 안 날 수준이었습니다. 차라리 주방에서 밥 푸는 직원의 오차 범위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었죠.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 불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삶의 방식에는 어쩌면 결정적인 사고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운한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넘겨 버리는 행운을, 행운아들은 잡아내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 있음에도.


이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이 차이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불운한 사람들은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고, 결국 인간 관계에서 오는 행운의 99%를 놓쳐 버린다고요.



솔직히 강의 자체는 저에게 도움되는 것이었습니다만, 100%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행운이 다 사람에게서 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신이 아니라면 설명 불가능할 만큼 한 사람에게 불운이 집중되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불운이 앞에 닥친 사람에게 '네 생각이 널 그렇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실례되는 것도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위에 나온 사례를 함부로 누구에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생각 고쳐먹으면 인생 핀다고 말하는 건, 오늘 강의하고 다시 안 볼 청중들에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볼 지인에게 함부로 해줄 수는 없습니다. 이미 그런 사례를 겪은 사람이라면 더더욱요.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그런 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변에 불운한 사람이 있다면, 전 위의 사례를 인용하며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불운하고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불운한 과거에 사로잡혀서 미래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힘들었기에 앞으로도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여러분의 상태가 보통 사람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여러분은 불운한 처지로 살짝 밀려나 있기는 하지만, 그게 우리랑 큰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당연히 우리보다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확연하게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아직 우리가 누리는 행운을 같이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받을 행운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 아직도 행운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경솔한 말로 불운을 겪은 사람들에게 멋대로 그 불운한 과거는 잊고 새로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게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는 건 제 자신이 겪어봐서 잘 압니다.


너무도 이루고 싶은 목표에 도저히 이를 수 없어서 생긴 좌절감과, 그 목표에 도전할 기회조차도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운 앞에서 정말 심장이 불타오를 듯이 괴로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좌절감에 몸서리 치는 동안은 제게 주어진 모든 환경이 정말 미칠 만큼 절망적이었고, 이 인생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만일 그 때 정말로 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최소한 전 앞으로 있을 저의 행운의 싹마저 모두 잘라버린 게 되었겠죠. 적어도 오늘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쓸 기회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 불운이나마 다시 짊어지고 살아가고자 마음먹고 일어서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 당시의 생각이 다시 제 머릿속에서 재생되며 제 마음을 괴롭히려 했지만, 받아들이자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 때 만큼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만일 자신이 불운아라고 여기시고 오늘도 그 불운에 몸과 마음이 아프시다면, 힘든 일인 줄은 압니다만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추스리고, 가슴을 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처지를 완전히 비관하지만은 말아주세요.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The night is darkest just before the dawn. And I promise you, the dawn is coming.

- Harvey Dent. 영화 Dark Knight에서.

하네카와츠바사

대강당과 티타임, 아트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자입니다.

2 댓글

조커

2013-05-14 21:34:06

저같은 불행이 거머리처럼 붙어서 사는 사람은 가끔 읽어보고 힘을 얻을 글이네요

 

힘내보겠습니다 한번뿐인 인생 까이거

대왕고래

2013-05-14 22:17:46

그럼요!! 늘상 힘내셔야 한다니까요!!

파이야아아아아아아!! 파이티이이이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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