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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인 정의감과 비판의식에 대해서 몇 마디

SiteOwner, 2023-01-05 22:30:41

조회 수
138

4반세기 넘게 관찰해 온 것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의 정의감과 비판의식은 유독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제국주의 반대나 신자유주의 반대 등을 아주 잘 외쳐댄데다 일본에 대해서는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될 악의 소굴, 존재 자체가 불의한 국가, 한때 경제대국이었지만 이제는 쇠퇴해 가는 국가 등의 험구를 잘만 동원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주저도 재고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치고 불량국가들에 대해서 그만큼 비판하는 것만큼은 유독 못 봤습니다.
과거의 소련 및 현대의 러시아라든지, 지금의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외면하거나 딴소리하기에 바쁘지요. 심지어는 강력한 영도력, 민주주의보다 보다 효율적인 일당독재, 내재적 사고방식 운운하면서 변호하기에 바쁜 행태도 아주 흔하게 보이고, 그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위협에 대해서 그들을 자극하면 전쟁위협을 높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니, 중요한 무역파트너니까 적대하면 손해라든지, 같은 민족이니까 성역화해야 한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속성은 의외로 차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코미디언 주제에 대통령이 된 무능한 인물이라고. 그런 사람들에게 반문해 보고 싶군요. 그런 사람은 코미디언보다 남들을 잘 웃길 수 있는지. 게다가 젤렌스키가 법학석사 출신인데다 전직이 배우이면서 또한 방송기획자이다 보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여론에 잘 호소하는 데에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차별의식을 내세우면서 민주와 진보를 말하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그런 자들이 남용하라고 만들어진 개념도 아닌데 말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로 언급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3-01-06 22:05:52

저한테 친구 '김씨'가 있다고 할께요. '김씨'가 제 키를 잴 때는 미터법에 맞춘 줄자를 썼어요.
근데 저는 '김씨'의 키를 대충 한뼘 두뼘 잰 다음에 "야 너 8뼘이니까 대충 160이야" 하면, '김씨'는 "너 지금 뭐하냐?" 하겠죠.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 한 기준을 세우고 비판했다면, 러시아나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어야겠네요.
당장 언급된 "비판 불가능 근거"는 미국과 일본에 그대로 적용해도 마찬가지네요. 미국하고 일본하고는 무역을 안하는가요? 엄청 하는데...?
같은 민족이니 성역화하는 건 뭐 북한이 무슨 죄를 짓든 상관없다고 보는거고, 그러면 뭐 우리나라에서 누가 범죄를 저지르든 말든 그 사람들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와서는 안 되고, 예전의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에 대해서도 일말의 비판을 해선 안 되는 거네요.
당장 관련해서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은 제가,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말하는데도 반박이 되네요...

SiteOwner

2023-01-07 14:28:41

좋은 비유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반박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그러면 이것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까요? 대학가가 결국 작은 사회였기에 그런 것입니다. 폭력에 호소하고 그 폭력에 대항하기는커녕 비판조차도 하지 못했던 그런 대학가는 작은 사회로 전락했고 결국 회생불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폐해는 아주 오래 갈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선택적인 정의감과 비판의식으로 점철된 그 세대가 영원불멸의 금과옥조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의 68세대나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세대 등의 길을 걸을 것도 예약되어 있습니다.

Lester

2023-01-07 10:40:44

보통 A와 B를 두고 논할 때 "A의 장단점. B의 장단점. 그런데 나는 A(혹은 B)가 더 매력적이므로 이를 주장한다." 이렇게 논리가 펼쳐져야 하는데 "B의 반대이기 때문에 A를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흑백논리를 펼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특히나 요즘은 "B를 주장하는 걸 보니 역시(?) 그거 좋아하는 사람답다."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죠. 알려고 하는 게 전혀 나쁜 건 아닌데도 말이죠!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고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것인데, 흑백논리 진영논리에 눈이 먼 사람이 너무 많아요. 마치 선택을 바꿨다간 배신자로 몰리는 위험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설령 커뮤니티에 따라서 그런 위험이 있는 건 사실이라 해도, 그렇다고 물리적 위해까지 가할 수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유니클로 불매운동 당시에도 기어이 유니클로를 사 입는 '합리적인' 사람이 있었던 게 증거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인용할 때 개인적으로 '사회적'보다는 '동물'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인데,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눈 앞의 감정에 눈이 멀어버리는 게 동물이랑 다를 게 뭔지...

SiteOwner

2023-01-07 14:34:34

흑백논리의 폐해가 정말 심각하지요. 게다가 요즘은 멀쩡한 사실 자체도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태가 고착화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생이었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전반의 경우에도 이미 그 조짐은 있었습니다. 조국해방전쟁이나 남침유도설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인데 그때의 사람들이 어떠한 자기반성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장년층이 되고 가정을 이루어서 자녀를 그렇게 교육시키니 흑백논리로 점철된 문제가 대를 이어서 확산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동물" 에 방점을 둔다...

정말 그렇습니다.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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