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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의 거짓주장이다?

마드리갈, 2013-07-03 02:57:08

조회 수
42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02/2013070200919.html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366&aid=0000133534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30일에 자동차의 급발진에 대해서 이렇게 입장을 밝혔어요.

그것들을 옮겨 볼께요. 몇 단어의 표기를 정리한 이외에는 내용은 동일함을 밝혀요.

  1.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2. 급발진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자동차 안전 연구원이 실험한 결과로는 급발진처럼 보이지만 엑셀러레이터 오작동으로 일어난 것으로 나왔고 자동차의 기계적·전자적 결함으로 일어났다는 결과는 얻을 수가 없었다
  3. 밝힌 곳은 없었다
  4.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 자동차는 상황이 다르지 않냐
  5. 우리나라의 경우 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어 자기가 실수를 했거나 확신범인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6. 정부가 볼 때 급발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물증이 전혀 없는 상태


여러분들은 이것에 무엇을 느끼셨나요?

이게 정부기관이 할 말인지 아닌지, 그리고 주장이 타당한지 아닌지는 제쳐두더라도, 참 편리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주장을 참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생각나고 있어요.

"영희는 철수의 아내가 아니다. 따라서 영희는 민호의 아내이다."

이게 성립할까요? 왜 성립하지 않을까요? 이걸 잘 생각하면서 다음의 글을 읽어 주시길 바랄께요.



1.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급발진은 없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원래의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면 어떤 식으로 동작할지는 누구도 단언하지 못해요. 하드웨어의 경우, 기계 구성요소가 불특정한 이유로 마모, 부식, 변형 등을 겪으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거나 예측불허의 양상을 보일 수 있어요. 심지어는 구성품이 완전한 경우라도 조립이 잘못되어 있어서 오작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결함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해결한 패치가 나오거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아예 다른 버전의 것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떠한 현상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편협한 판단일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기술수준과 급발진에 대한 상관관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수준으로는 급발진이 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요? 대체 어느 정도의 기술수준인 경우 급발진이 많았을까요? 만일, 과거의 기술수준에서 급발진이 많았다고 주장한다면 그 데이터를 가져오면 되어요. 그런데 자동차의 급발진 논란은 엔진의 컴퓨터 제어, 자동차 내에서의 전장품의 사용량 증가에 따라 더욱 많이 제기되었기에 기술수준의 낮음을 근거로 할 수 없어요. 미래의 기술수준을 논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논할 수 없는 사항을 논제로 동원한 것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사실 결함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법은 있긴 해요.

그러한 장치를 제작 직후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 되어요. 그러면 녹이 슬고 낡아가서 결국 못 쓰게 될 때까지는 절대 결함을 발생시키지 않아요. 그런데 그러려면 뭐하러 기계를 구입하나요.


2. 기계적, 전자적 결함이 아니면?

예의 주장은 액셀러레이터 페달 오작동을 급발진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실험세트를 꾸미면 반드시 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것인지를 검증가능해요.

  • 운전석 발밑공간에 카메라를 여러 각도로 설치하여 어느 페달을 밟는지를 기록
  •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에 모션센서를 설치하여, 해당 페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기록
  • ECU에 기록장치를 연동하여, 각 페달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신호의 패턴을 추적기록

이 정도의 실험세트를 갖추어, 급발진의 주장 상황이 모두 예외없이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서 일어난 일임을 증명해 보일 수 있으면 예의 주장은 타당해요. 그러나 반례가 있다면 이는 거짓이 되어요.


3. 밝힌 곳이 없다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도 급발진의 실체를 밝힌 곳이 없다는데, 그럼 어떻게 한국에서는 어떻게 급발진이란 존재하지 않고, 운전자의 실수덮기 거짓말이라고 단정이 가능한가요? 한국은 세계가 아닌 다른 곳인가요?


4. 미국과 한국의 물리학은 다른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물리학은 동일하고, 게다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상당수의 차종이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의 자동차는 상황이 다른가요? 대체 어느 측면이 어떻게 다른가요?

미국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한국에서는 판매되는 푸조나 피아트, 시트로엥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만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나마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급발진 문제가 그 브랜드의 차종에서만 제기된 걸까요? 아니잖아요?


5. 국민의 모럴 해저드가 문제이다?

일단 이게 정부가 국민에게 할 말인지는 제쳐두고 한번 비판해 볼까요?

그럼 정부는 지금까지 뭘 했어요? 그 모럴 해저드의 구조화가 이루어지도록 대체 무엇을 했길래 그렇게 당당할 수 있어요?

정말 페달 잘못밟기의 문제가 있으면, 이렇게 바꿀 수 있어요.

두 페달을 아예 완전히 따로 떨어지게 해서, 왼발은 브레이크페달, 오른발은 가속페달을 밟는 식으로 자동차의 규격을 정할 수도 있어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시스템을 바꾸는 거예요. 예의 방식은 기술적으로도 전혀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안 했죠? 그렇죠? 행위를 하지 않은 것도 역시 모럴 해저드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그리고, 단정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적, 전자적 결함이 아닌게 어떻게 자동으로 급발진은 과실을 덮으려는 주장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지 아세요? 영희가 철수의 아내가 아니니 영희는 민호의 아내가 맞다고 우기는 거랑 똑같아요.

영희가 철수의 아내가 아니라는 진술에는 이러한 가능성이 있어요. 영희가 결혼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결혼상태를 유지중인지도 특정이 불가능해요. 영희의 성별이 어떤지도 확실하지 않아요. 게다가 세계 각국에는 결혼이 이성간에만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동성결혼도 가능한 곳이 있어요. 이런 가능성을 다 배제하고, 영희가 철수의 아내가 아니니까 민호의 아내라고 단정할 수 있어요?


단정할 수 없다면, 국민의 모럴 해저드라고 단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그 모럴 해저드는 반드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에서만 발휘된다는 증거가 있나요? 자동차의 설계, 제작, 정비 등에서는 전혀 발휘되지 않다가 그 상황에서만 선택적으로 모럴 해저드가 발휘되나요?


6. 물증은 전혀 없다?

전혀라고 단정하셨는데, 좋아요. 그럼 실험세트를 공개해 보세요.

운전석 발공간을 감시하는 복수의 카메라, 각 페달 장착 모션센서, ECU 신호기록 등의 교차검증이 가능한 실험세트를 구성했나요? 최소한 이 정도로 갖추지 않고 물증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을 논파할 만한 반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주장을 정당화할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 보세요.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주장을 하지 말기를 바래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3 08:57:12

5번 같은 경우는 무죄추정의 원칙 무시하는 거 아닌가요? 급발진 원인 분석하다가 힘드니까 기술자들끼리 사담 나눈 걸 공식적인 입장처럼 발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마드리갈

2013-07-03 13:03:39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는 그 자체로 권위를 지니게 되어요. 그래서 재판의 준거로 작용했을 경우, 이 입장을 거스르기 힘들어요. 특히 한국처럼 행정부가 특히 비대한 경우에는 사법권력이 절대로 행정권력을 이길 수 없구요. 그렇다면 일단 급발진 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를 거짓말쟁이나 무고혐의자로 전제하여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뒤흔들어 버릴 수도 있어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급발진 의혹을 제기하기만 하더라도 자동차 제작사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예요. 안전상의 중대한 결함에 대한 언로가 막혀서 소비자주권이 기업의 재량하에 놓이게 되는 무서운 사태가 현실이 될 수도 있어요.

처진방망이

2013-07-03 13:23:39

저는 왠지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메이커가 이구동성을 했다는 수상한 냄새가 농후하다는 점을 감출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는 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보장해야 하는데, 이 기초적인 상식조차 저버리려 하는 정부기관과 자동차 메이커들은 무슨 꿍꿍이로 저런 어이없는 결과를 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걸까요?

마드리갈

2013-07-03 13:33:28

그렇지요. 이거 아무래도 이상해요.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궤변을 내놓으면서 "실수를 덮으려는 운전자의 거짓말" 운운하며 단정하는 자체가 수상해요. 이렇게 정부기관으로서의 소임을 저버리면서까지 이 문제를 휘갑치려는 의도는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아요. 


이런 경우에 통용되는 블랙유머가 하나 있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KIPPIE

2013-07-03 22:55:27

맨처음 번호목록에서 4번 보고 "아 이건 궤변이다" 하고 떠올려버렸어요(...)

마드리갈

2013-07-04 02:40:25

국토교통부의 저 발언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저급하고 조잡한 궤변이지요.

저런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근거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림대학 김필수 교수가 예의 발표에 대해서 반박하고 있어요.

참고해 보시길 바래요.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86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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