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에 썼던 글인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8. 시저샐러드, 전환시대의 논리, 아우슈비츠에서 다룬 것에 북한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교묘히 안착했는지를 논한 게 있었습니다.
예의 논리는 이것입니다. 리영희(李泳禧, 1929-2010)의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 에서는 대한민국 정부는 남한 내에서만 합법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국제연합 총회 결의 293(VI)를 오역한 거짓논리입니다. 정확한 것은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활동가능했던 영역 내에서 세워진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내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는 의미로, 어떻게 보더라도 북한이 정당화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 때에는 2018년에 발행된 통일교육 기본방향 지침서에서 대한민국이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삭제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통일교육 지침서에서는 예의 표현이 부활했습니다. 정치적으로 그래서가 아니라, 왜곡된 것이 바로잡힌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바로잡힌 것이 다행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모종의 정치적 목적이 관철되지 못하니까겠지요. 그런다고 해서 왜곡에 기반한 궤변이 정당화될 여지는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도 있습니다. 역사왜곡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철저히 규명하는.
우리나라에서 역사교육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잠깐 언급해 보겠습니다.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 때의 각종 권력형 범죄가 그냥 묻힌 것이 아닙니다. 특히 동독 정권의 비밀경찰조직인 슈타지(STASI)의 각종 기밀문서에 대해 파기가 시도되었지만 상당부분은 파기가 덜 되거나 온전한 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것들은 지금도 동독 시대의 각종 권력형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는 자료로서 분석대상입니다. 손으로 찢은 것조차 하나하나 맞추어 가며.
이 기사를 같이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대한민국이 유일 합법 정부’ 표현 5년만에 부활 (2023년 3월 14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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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3-03-15 02:59:58
음... 해당 기사에서 나오듯이 1대1 비교를 해놓고 보니까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교과서는 다소 중립성(혹은 객관성)을 핑계삼아 사실성을 누락시킨 듯한 모양새가 나네요. 특히나 마지막 줄에 있는 "노동당을 지도하는 최고 영도자의 1인 지배 체제"는 마치 그러한 체제를 존중 내지 옹호하는 듯한 어감도 들어 있는 듯합니다. 특히나 과거 민주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에서 독재를 굳이 '1인 지배'라고 돌려서(?) 말하는 것은 더욱 의외입니다.
그렇다고 저는 저런 접근법이 전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과거 분단 시절의 독일 또한 미국-소련에 상관없이 '1국가 2정부론'이라는 형태로 서독과 동독이라는 분단 현실을 국가보다 '정부의 분열'로 보고 통합에 초점을 맞췄으니까요(반면 동독은 '2국가 2정부론'이라는 형태로 완전 분리를 추구하다 소련 분열과 함께 증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하나씩 맞춰나간다, 이게 당시 서독의 대원칙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를 주도했던 빌리 브란트는 그 과정에서 정부의 통합만을 위해 자국(서독)의 이익까지 포기한 매국노 소리까지 듣기까지 했지만 말입니다.
역사라는 게 원래 여러 사실 중에서 어떤 것을 콕 집어 부각시키느냐의 문제이다 보니, 그런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는 굉장히 중요한 1차 매체인 것은 확실합니다. 정부의 역사관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체로도 사용되겠죠. 이번에 그런 역사관이 '바로잡힌' 것에 대해 저는 딱히 거부감은 없습니다. 북한을 이쁘게 봐 줄 구석이 전혀 없으니까요. 설령 정부와 집권세력이 바뀌더라도 그 점은 그대로 유지됐으면 합니다. 교과서가 또 이리저리 바뀌어서 국론만 분열시켜봤자 의미는 없을 테니...
(좀 오락가락하는 내용으로 적은 것 같네요)
SiteOwner
2023-03-26 14:36:47
사실 예의 현상은 문재인 정부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진보주의자들의 행태가 대체로 그러했습니다. 중립을 표방한 편향, 과학을 표방한 비과학, 공정을 표방한 잔혹이 전형적인 행태였고 문재인 정부 또한 그런 행태를 충실히 답습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용공, 친북 및 종북 논란에서 자유로우려고 해도 스스로 그렇게 논란을 만들어내니 떨쳐낼 수도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행태로 다시 분석해 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보는 듯하면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전제하고 있다는 데에서 첫째 행태가 입증되고,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근간이 되는 사회과학이라는 것이 마르크시즘에 경도되었다 보니 그 이외의 분야에는 문외한이거나 아예 무지하여 늘 잘못된 결론으로 귀결되는 데에서 둘째 행태가 입증되고, 북한에 성립된 폭압체제의 잔혹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이는 표현으로 은폐하는 데에서 셋째 행태가 입증되는 것입니다.
사실 Lester님께서 지적하신 것은 그 시각의 고유한 기능이라기보다는 외부효과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직접 무엇인가를 하는 힘은 부족하거나 없다는 의미로도 통합니다. 그래서 진보주의가 진보를 말하지만 진짜 진보를 달성하지 못하는 모순이 늘 벌어지는 것도 성립됩니다.
예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치극단주의가 해소되어야 해결되는 것인데 과연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는 아직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