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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이럴 거면 왜 만들었나...

SiteOwner, 2017-11-27 20:37:07

조회 수
158

2015년에 2편, 그리고 2016년에 1편, 김영란법 관련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우려가 이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럴 거면 왜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거라고 대략 예측했다 보니 새삼스럽게 놀라거나 할 것은 없습니다.

일단 이전의 글 세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대략 이런 것입니다.
도덕주의로 밀어붙여서 공직자들을 예비범죄자로 몰아간 것에서 이미 시작이 잘못되었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실이 있다는 데에 실질적으로 법이 법답지 못하게 되어 형해화될 위험이 상존하는데다, 이미 이러한 문제가 법의 시행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별로 대책없이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데 뭔 말이 많냐는 식으로 강행된 것에 앞으로의 향방 자체가 불투명한 것.

오늘은 이런 뉴스까지 나왔습니다.

간단히 보자면 이런 것입니다. 1차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농축수산품에 한정해서 선물액의 범위를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

이게 뭐하자는 것입니까?
이미 저런 방안을 내놓은 것에서부터 법의 엄정함은 훼손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처음부터 현실성도 없었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갈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은 예약된 사안입니다. 이미 인적 요소에서 예외가 인정되었는데 물적 요소에서 예외가 안 생기리라는 장담도 없고, 저렇게 상한액이 커지면 이전에 6만원짜리 농축수산물 선물을 한 경우에는 청탁의 의지를 가졌는데 이제 법이 저렇게 완화되면 청탁의 의지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것입니까. 아무 의미없는 행동입니다.

문제의 김영란법이라는 게,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의 당사자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 만든 것이었다는데...
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법은 과거의 사례를 보고 미래를 규율한다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미래를 제대로 규율하지도 못하게 생겼으니 그런 법이 있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영란법이 하나 놓치는 게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금품의 액수가 아닙니다. 사적 인간관계, 사회 내의 암묵적인 관행에 의해 벌어지는 권력의 문제. 이것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그래서 이것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지, 결과적으로 보면 눈을 감은 것만큼은 명백하군요.
이것은 다른 표현으로 보자면 이렇습니다.
과거에서와 같이 누군가가 금품을 제공하여 청탁하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정치권에 줄을 댄다는지 하는 방법이 그것이고, 그래서 새 정권 출범 초기만 되면 부정부패 추방, 적폐청산 등 각종 명목으로 과거 정권을 뒤지고 과거 정권의 인사들을 처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사적 인간관계 및 관행에 의한 권력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특히, 정권획득 등의 방법으로 권력을 잡게 되면 그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자연히 권력가의 생활권역은 문전성시라는 말 그대로가 되고 특정 인물 중심으로 패거리가 조성되기에 좀처럼 해소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것에 눈감고 농축수산물 한정으로 상한액 얼마 이러고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겠습니까.
또 특정산업을 살려야 한다 어쩌고, 특정계층을 살려야 한다고 릴레이가 이어지면, 그 결말은 뻔합니다.
차라리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관료집단이든 당적을 보유가능한 정무직이든 관계없이 공직자의 사적 인간관계 및 언로를 규제하여 공식채널 이외의 관계를 갖지 못하게 하는 인간관계 금지법이 더 현실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같은 것도 원천차단되니 더 낫겠군요.

앞으로 또 뭘 완화할지 또 기대됩니다.


(추가)
농축수산물 선물비 상한액 인상안이 부결되었다고 합니다(조선닷컴 2017년 11월 27일 기사 참조).
그런데 이것으로 논란이 불식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군요.
아니나다를까, 이제는 국무총리가 나서서 선물비 상향을 재추진한다는데(조선닷컴 2017년 11월 29일 기사 참조)...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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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7-12-02 00:35:33

액수를 올려서 달라지는 게 무언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왜 그래야하는지도요.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잘 파악을 못하지만... 그래도 의아하네요. 원래 무언가를 제안하려고 만든 정책인데 그 바운드라인을 높힌다... 그냥 처음부터 잘 잡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했으면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는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말씀하셨다시피 돈의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부정부패가 일어날 수 있는데...

SiteOwner

2017-12-02 18:51:14

쟁점의 핵심은 제쳐두고 지엽적인 사안만 갖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자 나올 수 있는 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미봉책일텐데, 그걸 정책입안자들이 왜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른다면 그건 지적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체 한다면 그건 의도가 수상한 것이고...


김영란법이 시행되어서 유흥업소에서의 법인카드 결제율이 5% 떨어졌다고 합니다(연합뉴스 2017년 12월 2일 기사). 결국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던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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