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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근황, 그리고 설정에 관련된 이야기

HNRY, 2018-01-29 00:12:26

조회 수
155

0. 월화수목금금금


안녕하세요,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HNRY입니다. 학교 지원(정확히는 산학협력단) 인턴으로 평일에는 매일같이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고, 약간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 밤은 아르바이트를 나가기에 사실상 휴일이 없는 상태지요. 그래서 다음달에 있을 설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4학년 졸업을 못하여 학점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인데 적어도 다음 학기에 약간의 여유를 얻을 수 있을 정도라도 되었음 싶군요.



1. 잊힌 설정 이야기들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제가 과거에 썼던 설정 같은 걸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되돌아봤습니다. 좀 더 보강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있는데, 음....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1-1. 모티브가 된, "카이저라이히"라는 작품에 관하여


그리고 설정을 되돌아보다 보니 문득 소개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 글을 남겨봅니다.


포럼에 올린 설정들 중 "발티아 크로니클"은 독일 제국을 위시로 한 동맹국이 승리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 "카이저라이히 : 대전의 유산(Kaiserreich: Legacy of the Weltkrieg)"도 모티브들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社의 게임  Hearts of Iron II를 베이스로 한 MOD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후속작인 Hearts of Iron Ⅳ의 모드로 이식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설정이 의외로 생각할게 많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1차대전 연합국과 동맹국들의 깨알같은 공통점에 대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DS3LVvJU0AAXieW.jpg


그것은 동맹국들이 모두 제국,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들이었단 것이지요. 물론 근대의 불가리아는 대체로 왕국이라 일컫어지는데 내부적으로 불려지는 국왕의 호칭이 "차르"라는 외왕내제스러운 모습 때문에 이곳도 제국이라면 제국이랄 수 있었죠.


DS3LWJaVoAEKlcX.jpg


그리고 이에 맞서는 연합국에서 공화정 국가는 단 둘뿐이었다는 점. 독일 제국과 직접 맞닿아 있고 제일 크게 치고받은 프랑스가 공화국이었고 뒤늦게 참전한 미국 역시 대통령이 국가 원수인 공화국이었지요.


해당 작품은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요소에 주목하였는데 동맹국이 승리한 결과는 민주주의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동시기 유럽의 군주국들의 형태를 보면 오래전 왕실과 의회간의 견제로 입헌군주정이 확립된 영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오랜 세월 전제군주정을 유지해왔기에 이런 데서 오는 군주의 권력과 타협을 본, 외견적 입헌군주제가 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법이 국민에게서 나오는게 아니라 군주에게서 나오는 형태란 것이지요.


그리고 동맹국을 구성하였던, 독일 및 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의 제국들은 법이 아닌 군주에 의해 결속되어 있는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선 이들 국가들이 패배함으로써 제국의 몰락을 가져왔지요.(러시아는 패배라기 보단 자멸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 유럽에선 "황제"는 역사 속의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지배 가문들의 작위로선 남아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은 없어졌죠.)


하지만 카이저라이히의 세계에선 이런 동맹국들이 승자가 되면서 군주제는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의 민중들은 정부에게 크게 실망하였지요. 그리고 사회주의 세력은 현실의 주류가 되었던 공산주의 이상으로 과격화되어 생디칼리즘이라는 혁명적 사회주의의 분파가 주류가 되어버립니다. 기존의 민주주의의 주축들은 이들에 의해 쫓겨나고 그 위세가 약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왕실은 본토인 브리튼 섬에서 쫓겨나 캐나다로 망명을 가게 되었고 프랑스 공화정부는 알제리로 망명을 갑니다. 이탈리아는 과거 가리발디의 활약이 무색하게 다시 통일 이전처럼 쪼개지고 말았고 내전에 시달리게 됩니다. 모든 것이 현실과 정반대가 되어가는 것에서 보이듯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일단 황가가 쫓겨나는 것까지는 동일하나 현실의 승리자였던 공산주의 세력이 레닌의 암살을 비롯한 악재로 약화되고 말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런 사건들의 연쇄로 인해 해당 작품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급진적, 혁명적 사회주의의 극좌와 권위적, 귀족주의적인 극우의 대립과 그 사이의 기존 민주주의 세력이 곁다리로 끼어있는 형세가 바탕이 됩니다. 결말은 유저의 플레이에 의해 결정되지만 어쨌건 현실 이상으로 사상적, 이념적 갈등이 심해진, 굉장히 복잡한 형국이지요. 관련된 설정을 찾다 보면 2차대전에서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 등의 추축국이 승리한 세계 이상으로 암울해질 수도 있을 가능성을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런 if 스토리를 상상해 보는 것 자체는 꽤 재밌는 것 같습니다.

HNRY
HNRY라고 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습니다.

4 댓글

SiteOwner

2018-01-29 22:34:32

우선, 운영진 권한으로 이미지 출력을 정상화했음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확히는, HTML 편집기 모드에서 파일 링크를 추출한 후 다운로드하여 이것들을 첨부파일의 형태로 본문에 포함시킨 방식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제대로 잘 나오는지 확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혹한에 지지않는 삶을 영위하시는 HNRY님께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 노력이 꼭 크게 보답받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에도 이렇게 포럼에 근황을 전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카이저라이히 관련에 대해서는, 코멘트가 많이 길어질 것 같으니, 별도의 코멘트를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건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HNRY

2018-01-30 13:52:59

음, 잘나옵니다.

트위터 이미지는 그냥 붙여넣어도 이미지 출력이 잘되는데 이번 이미지들은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마드리갈

2018-01-30 17:40:26

추운 계절에 여러모로 고생하시네요.

무리하시지 않으시기를. 그리고 짧은 망중한을 할애해 주셔서 포럼을 찾아 주신 점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1차대전의 구도 그리고 황제 관련을 생각해 보니까 이런 게 떠오르네요.

황제라는 어휘의 기원은 참으로 특이해요. 동양에서는 진시황이 삼황오제에서 따서 만들었고, 서양에서는 로마의 최고사령관인 임페리움(Imperium)에서 유래한 엠퍼러(Emperor), 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유래한 카이저(Kaiser), 차르(Царь) 등이 있어요. 황제나 엠퍼러가 직위 그 자체에 방점을 둔 것과는 달리 카이저나 차르는 특정 인물에 초점을 둔 게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그래서 본문에 언급된 그림 중 동맹국은 4개국 황제의 상반신 사진과 함께 아래에 독일어로 "단결된 군사력은 목표로 나아간다(Vereinte Kr?fte f?hren zum Ziel)" 이라는 구호가 쓰여진 게 눈에 띄네요. 반면에 연합국은 미국과 프랑스의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아래에 영어로 "자유를 위해 휘날리리라. 이 세계가 아는 가장 위대한 이유로 하나되어, (미국과 프랑스 양국) 국기는 악이 근절될 때까지 휘날릴 것." 이라는 구호...여기에는 특정인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역시, 특정인의 세계가 이기면 특정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시스템의 세계가 이기면 시스템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싶기도 하네요. 그것은 현실세계와 카이저라이히 세계를 관통하는 원리인가 싶기도 해요.

SiteOwner

2018-01-30 23:56:13

세계외교사에 대해 알아가게 되면, 근대에 횡행한 합종연횡 및 비밀조약의 내용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세계가 이렇게는 안 되었지는 않을까 하는 여지가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말씀하신 동맹국(Central Powers) 및 연합국(Allied Powers) 구도 또한 확연히 구분되는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일단 HNRY님께서 말씀하신 국가의 정치체제 또한 그러한데, 저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집니다. 그것은 근대국가의 형성의 역사.


일단 연합국부터 먼저 언급해 볼까요?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출발하여, 한동안은 농업국이자 먼로주의에 기반한 지역패권국의 지위를 지켜 왔습니다. 하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남부연합의 독립을 평정하고 승리하면서 미국은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는 계몽사상 및 미국의 독립 성공 등의 여러 외부자극에 힘입어, 앙시앵 레짐이 시민혁명으로 혁파되어 버립니다. 연합국의 주력국들은 이렇게 18세기부터 국가형성의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이들 국가들에 비해서는 좀 늦긴 하지만,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화를 달성하고 반세기만에 세계 열강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로 볼 때 이탈리아는 단일국가로서의 형성이 꽤 늦어서 이질적이고, 이 점은 오히려 동맹국 쪽에 근접합니다.

반면, 동맹국은 역사는 유구하지만 연합국에 비하면 근대국가로서의 역사만을 보면 오히려 일천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단 독일은 단일국가가 된 게 보불전쟁 이후인 1871년으로, 상당히 늦은 편입니다. 그것도,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다른 독일어 사용국가들을 합류시키되 오스트리아는 배제한 형태로, 완전한 형태의 근대국가의 형성까지를 생각하면 1차대전 이전의 근대국가로서의 역사는 1세대에도 살짝 못 미칠 정도라고 봐야 겠지요. 오스트리아, 오토만 제국 등은 역사는 길지만 구제도에 기반한 전근대국가였고, 불가리아는 오토만 제국의 그늘에서 겨우 벗어난 단계였다 보니 근대국가로서의 역사는 지극히 일천합니다.


이렇다 보니, 근대국가로서의 역사 또한 확연히 구분되는 요소의 하나이며, 이것이 어떤가를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이저라이히의 세계는 정말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근대국가로서의 자질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의 민주화가, 바이마르 공화국이 나치라는 괴물을 만든 실례도 있으니까요.

영국 왕실이 캐나다로 망명했다는 것을 보니, 폴리포닉 월드에서 독일제국이 공산혁명으로 붕괴하여 독일제국 황실이 북미 식민지로 망명하여 뉴프러시아를 만든 것과도 비슷하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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