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써보고 싶었지만, 오늘에야 이 이야기를 써 볼까 싶군요.
제목 그대로 1990년대 대도시의 식당사정에 대해서.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검색 등을 이용한 길찾기 등도 쉽고 대중교통도 잘 정비되어 있다 보니 딱히 만날 장소를 정하고 찾는데에 어려움은 없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유명 패스트푸드점 체인의 대형점포가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평일 오후나 주말이면 그 앞에서 친구, 연인 등을 만나기로 약속한 젊은 남녀가 운집해 있는 것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핸드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 터라 핸드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확실히 편리했습니다.
당시 대학가 주변의 식당의 1인메뉴 가격은 대략 2300-2500원 정도에 수렴해 있었고, 4000원이 넘으면 저항감이 꽤 느껴졌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렇다 보니 위에서 말한 유명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는 정말 큰맘 먹어야 먹을 수 있던 고가의 것이었습니다. 20년도 지난 지금은 워낙 물가가 올랐다 보니 패스트푸드점의 것이 더 싸기까지 하니 시대가 참 달랐지요. 당시 생일파티를 패스트푸드점에서 했던 것도 한때의 유행이었다 보니, 그 장면을 본 것도 벌써 오래전입니다.
예전에 쓴 글인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2. "여자 몇 분?" 과 열정페이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경양식집 등에서는 여성고객의 수를 확인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여성고객에게 내는 식사를 적게 하기 위한 방법. 이런 치사한 관행은 동생이 대학에 들어갈 쯤에는 이미 없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서울에 특화된 이야기 몇 가지.
서울에 플래닛 헐리우드라는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체인의 지점이 생겨서 화제였는데, 얼마 안 가서 망했습니다. 이유야 아주 간단했습니다. 음식이 너무 비싼데다 맛이 없어서.
당시 대학가 주변에서 잘 볼 수 있었던 체인점 중에 커피전문점 사카, 볶음밥 전문점인 코코 후라이드라이스 등이 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없어져 버렸는지 그림자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카는 로마자 표기가 SACHERS였다가 도중에 SAKA로 바뀌기도 했었지요.
코코 후라이드라이스는 일단 가격이 4000원대로 출발했다 보니 당시로서는 진입장벽이 꽤 높았습니다.
편의방이라는 이름의 업소도 있었는데 편의점과 주점을 합쳐놓은 듯한 기묘한 점포였습니다. 이에 대한 기억을 편의방 회고 제하의 글로 쓰기도 했고, 셰뜨랑피올랑님 및 Lester님의 제보로 비슷한 것이 전주에 가맥이라는 이름으로 존속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강남역 사거리에 쇠고기덮밥 전문점인 요시노야 지점이 있었던 것도 기억나는데, 찾는 사람이 얼마 없던 것도 같이 기억납니다. 결국 철수했다는군요.
대학생활 때 처음으로 먹어본 것들도 몇 가지 기억납니다.
국내의 것이라면 민어 요리가 대표적입니다. 홍어는 그나마 회무침 등으로 접해 보기는 했는데, 민어는 처음이었지요. 비싸서 자주 접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역시 다른 지역의 문물은 특이하고 좋은 게 많구나 하는 것이 제대로 실감났습니다.
해외의 것이라면 특기할 만한 게 나시고랭이라는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그러다 보니 이국 문물이라도 묘하게 향수 같은 게 느껴집니다. 인도네시아나 네덜란드에 갈 일이 있으면 아마 나시고랭은 아주 즐겨 먹게 되겠지요.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어떤 식당사정 이야기가 쌓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어떤 마음으로 회고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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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18-03-02 11:10:26
식당 하니 문득 경양식당 특유의?(그때그때 다른 종류의) 수프가 딸려 나오는 달짝지근한 소스의 얇은 돈가스 생각이 나네요. 비교적 저렴한 값에 나름대로 양식 먹는 기분 정도는 낼 수 있어서 좋았었드랬죠. 지금에야 일본식의 두꺼운 돈가스류도 심심찮게 먹어볼 수 있는 세상이고 어지간한건 냉동으로도 다 해결이 되지만 역시 경양식당 특유의 분위기와 거기 담긴 추억만큼은 흉내낼 수가 없는 영역이다보니...
SiteOwner
2018-03-02 19:38:38
저도 말씀하신 그 돈까스, 그리고 경양식집 특유의 그 분위기가 생각납니다. 오늘 저녁따라 더욱 그렇네요.
세상의 그 무엇도 언제나 한결같을 수는 없고, 그것을 이미 잘 알고 있지만, 무엇인가가 기억 속에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쓸쓸함이 동반되기 마련이지요.
인상에 남았던 식당 중 나중에 찾아갔더니 반 정도는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게 같이 생각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