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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밀수는 "꿀알바" 가 아니라 독이다

마드리갈, 2018-07-01 16:49:22

조회 수
209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 및 추가사항에 따른 주의
이 게시물은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 및 추가사항의 적용을 받는 내용인 시사현안 및 범죄를 주된 소재로 작성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실행되거나 정당화되어서는 안될 사안을 논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범죄에 반대하며, 또한 열람하시는 어떤 분들도 이러한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려드려요.


어제 신문을 보고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금괴밀수를 부탁받고 여행경비 및 급여를 받는 운반책 일이 "꿀알바" 로 통하며 어떤 주부들 사이에 퍼진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홍콩과 일본 사이의 직접적인 금괴 이동이 단속되고 있으니까 그 틈을 노려 한국을 경유하는 형태로 밀수루트가 형성되었고, 어떤 주부들은 유혹에 넘어가 운반책 일을 맡는다는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일본행 금괴밀수는 급증하고 있고, 밀수조직은 위험회피를, 그리고 급전이 필요거나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어떤 주부들은 해외여행과 단기간 고소득을 바라고,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이것이 "꿀알바" 로 알려지면서 알음알음 퍼진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절대 꿀알바가 아니예요. 독 그 자체라고 말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죠.

걸리지 않으면 괜찮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각국의 출입국관리 담당기관은 바보일까요?
게다가 그 대가로 자유를 잃고 인생을 망치게 되는 것은 비참함 그 자체.

작년 일본여행중에, 호텔 객실에서 본 TV프로그램이 하나 기억나고 있어요.
오사카(大阪)에서 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떤 필리핀인 주부가 딸의 학비라도 벌 겸 해서 밀수조직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본과 필리핀을 빈번히 오가면서 운반책 일을 했고, 이것 덕분에 생활고가 해결됨은 물론 딸도 명문 사립고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경찰과 세관은 그녀의 수상한 행적을 눈치채서 수사대상으로 지정하는 중이었고 칸사이국제공항(関西国際空港)에서 출국하려던 그녀를 체포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유죄판결을 받고 와카야마형무소(和歌山刑務所)에서 복역중.
와카야마형무소는 일본의 10개 여자형무소 중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의 이름이 붙은 2개의 여자형무소 중의 하나로, 오사카 교정관구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여기에 수용된 죄수들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꽤 있고 국적은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동아시아에서부터 미국, 독일 등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게다가 강력범죄자는 물론 금괴나 마약 등의 운반책 일을 했다가 붙잡혀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된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당연한 것이지만 형무소 내의 생활은 개인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것이라서 방송을 위해 편집된 영상 자체만으로도 그 생활상이 숨막힐 수밖에 없다는 게 보여요. 여러 죄수가 혼거하는 생활공간의 하루는 요란한 기상신호, 그리고 생활공간별로 집행되는 점검 및 식사, 단체이동 뒤 봉제품 생산 등을 위한 노역장에서의 작업 등이 편집되어 수분간 방영되는데, 죄를 지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일 없이 평온한 생활을 누리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게 실감나고 있어요.

고작 운반책 일을 해 준 것이 뭐가 그렇게 중죄인가 싶지만, 그건 또 그렇지 않아요.
범죄조직이 금괴를 확보하거나 마약 등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운송할 수단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범죄조직은 이윤추구의 수단으로서 범죄를 활용하고 있고 그 이윤추구 수단은 확보한 물자를 시장에 유통시켜 판매하는 행위로 요약되죠. 즉 범죄조직이 존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 중의 하나가 그 운반책. 그래서 이건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거나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좁게 적용될 수밖에 없게 되어요. 게다가 자발적으로 범죄조직의 수족이 된 것이니 누구에게 호소할까요. 범죄조직은 자신들이 돈벌이를 하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어느 운반책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을 찾아 나서면 그만이니 책임지지도 않아요. 그렇게 운반책 일을 해 준 대가는 중죄인이 되고 용도폐기되는 것. 이게 소탐대실이 아니면 대체 뭘까요.

다시 와카야마형무소 이야기로.
문제의 그 필리핀인 주부는 형기가 끝나면 일본에서 추방될 예정이고, 필리핀으로 돌아가더라도 무사할 것 같지는 않네요. 사실 외국에서 처벌받은 사람이 만기복역 후 자국으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끝나는 게 아닌 것이, 그 사람의 범죄에 대해서 자국이 기소, 처벌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거든요. 그나마 한국인의 경우라면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외국에서 처벌받은 국민을 국내에서 형벌을 감경 또는 면제해야 한다고 나오긴 했지만, 필리핀의 경우는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어느 경우라고 해도 일본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최악의 경우에는 일본 입국이 아예 거절당하게 되어 버려요. 그 필리핀인 주부의 딸은 일본영주권을 얻어서 일본에서 살 수는 있지만 그 주부는 딸을 만나러 일본에 갈 수 없게 되고 설령 딸이 어머니가 추방된 뒤에 필리핀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려고 한다 하더라도 어머니가 필리핀에서 또다시 밀수 건으로 재판을 받아서 복역하게 된다면 사실상 생이별이나 다름없게 되어요. 이렇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에서 얻은 득실은 재론할 필요 자체가 없어요. 그리고 그 필리핀인 주부 다음에는 문제의 "꿀알바" 에 나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걷지 말라는 법도 없어요.

누구나 돈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죠.
그렇더라도, 그 돈을 대가로 자신의 인생을 내다 버릴 수는 없고 또한 그래서도 안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확실해요.
그러니 문제의 "꿀알바" 는 자신의 혈관에 독을 집어넣는 것에 다름아니예요. 게다가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 등의 주변 사람들도 같이 불행하게 만들어버릴 수가 있어요.

국제공항이나 여객선터미널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물품운반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는 경고를 자주 접할 수 있어요. 그 문구의 의미가 이렇게도 잘 드러나고 있고 가볍게 지나쳐서 안될 것도 이렇게 분명해져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7 댓글

Lester

2018-07-01 17:09:24

만화 "검은 사기" 같은 작품에도 비슷한 인간군상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주로 다단계 회원들, 영감상법 피해자들 등 '우연한' 이득을 마치 '확정된' 이득처럼 생각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부류죠. 정작 그것은 '예정된 손해'임이 확실하고, 자신은 그것을 거들은 '공범'임에도 말이죠. 그러면서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그 사람(사기꾼) 덕분이다'라고 생각하거나, 범죄가 드러나면 '나도 속았으니까 피해자다'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마드리갈님 말씀처럼 '자발적으로 도운 자신'인데도.


마침 랜덤 인카운터에 관한 글을 막 포럼에 올린 참인데, 오히려 이런 범죄들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접하기 어려운 거겠죠.

마드리갈

2018-07-01 17:18:01

인간의 자기합리화가 나쁜 방향으로 기울었을 때의 폐해가 그 "검은 사기" 작품에도 잘 묘사되네요.

절대 피해자가 아니죠. 자발적으로 범죄조직의 수족이 되기로 한 이상, 그 순간부터 공범이 되는 것은 두번 세번 말할 필요도 없고, 그 결과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어요. 9.11 테러 이후로 각국의 출입국관리가 나날이 엄격해지는데, 그렇게 범죄에 가담하는 게 언제까지나 통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어디서 온 자신감인지...


그렇죠. 역시 낯선 사람을 접하는 건 이렇게 리스크가 커지니 문제...

대왕고래

2018-07-01 19:21:19

그냥 금 갖다주면 되는 거 아냐?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긴 걸까요. 돈이 궁해서 그냥 아무 일이나 하게 되었다던가?

과연 제가 그런 제의를 받으면 "그냥 하면 되지"하고 생각하면서 그냥 하게 될까요? 아니면 "이거 수상한데?"하면서 거절하게 될까요?

후자를 선택할 수 있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죠. 일단 "그냥 이거만 하면 되나?"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이 자신하고 친하지도 않을 뿐더라 (즉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 저쪽에서 불리할 경우 손절이 가능할뿐더러) "그런 일을 왜 '자기가' 안 하고 '나보고' 하라는 걸까?"하는 의심도 가져야겠죠. 무슨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나 뭐 그런 것도 아니고, 누가 짐 좀 1층에서 2층으로 옮겨달라는 부탁도 아니고 말이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저런 범죄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겠죠.

마드리갈

2018-07-01 19:34:42

진짜 정신차리고 거절해야 해요.

운반해 달라는 물품이 마약이고, 행선지가 싱가포르인 선택지를 5자로 요약할께요. 사망플래그. 싱가포르는 마약거래자에 대한 형벌로 사형을 규정해 두고 있거든요. 그러니 이건 아예 처음부터 타협할 여지도 없고 타협해서도 안돼요.


예전에 읽은 책에 나온 문구가 생각나고 있어요.

"독이 든 음식을 먹으면 잠깐의 허기는 면하지만 머지 않아 죽게 된다."

마키

2018-07-13 13:42:44

금괴도 그렇지만 마약 밀수로 인생 망친 사람도 수두룩하게 많죠.

솔직히는 그깟 푼돈에 혹해서 누군지도 모를 생면부지 타인의 짐(뭐가 들었는지도 모를)을 덜컥 맡아주는 용기가 신기할 정도에요...

마드리갈

2018-07-13 15:59:47

그렇죠. 말씀하신 그대로, 생면부지의 사람이 맡아달라고 하는 짐이 뭔지 알지도 모르고, 그게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생각도 안하고 수락하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세계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도구로 쓰는 데에 어떠한 망설임도 없고 그 타인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엄연히 있으니, 돈에 현혹되어 그 사람들의 도구가 되고 여생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겠어요.

마드리갈

2023-06-14 17:19:23

2023년 6월 14일 업데이트


국민이 일본의 공항에서 금 밀수혐의로 구금된 일이 발생했어요.

아소쿠마모토공항(阿蘇くまもと空港) 세관에서는 20돈(=75g) 금목걸이를 휴대물품 누락에 따른 관세법 위반으로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7시간동안 강제구금되었어요. 일본 세관측의 강압적인 태도 및 후쿠오카 영사관 및 외교부의 무성의한 대응태도로 이렇게 불편을 겪어야 했고 압수된 금목걸이와 휴대폰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쿠마모토를 찾아야 하는 불편이 가중되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금목걸이 착용에 밀수 혐의...한국 국민 일본세관서 강제 구금, 2023년 3월 16일 로컬투데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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