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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71화 - 야시장에서 일어난 일(2)

시어하트어택, 2021-11-24 07:58:42

조회 수
119

한편, 야시장 한쪽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 테르미니 퍼스트의 크루들이 모처럼 한 데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둘러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식사는 올라가 있지 않고 물과 수저뿐이지만, 늦은 저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들 배가 고프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무슨 식사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로 눈을 빛내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가브리엘은 좀 늦네.”
비앙카가 문득 말을 꺼낸다.
“미팅은 오늘 일찍 끝난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닌가?”
“나 여기 있는데?”
비앙카의 옆에서, 곧바로 가브리엘이 말한다.
“으... 응?”
“비앙카, 혹시 나를 미켈로 착각하고 있던 건 아니겠지?”
“가브리엘이었냐, 너?”
“하, 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레스토랑이 다 떠나갈 듯한 웃음이 터진다.
“아니, 네 옆에 앉은 사람도 못 알아보면 어떡하자는 거야? 딱 봐도 내가 입은 건 미켈이 입은 옷과는 확실히 다르잖아. 안 그래?”
“미켈이 바꿔 입고 올 수도 있지.”
비앙카는 자존심 때문인지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친다.
“더군다나 미켈은 가이드라서 경우에 따라 옷을 바꿔입을 필요가 있잖아? 그리고 식사는 손님들하고 할 거고. 맞지, 아니야?”
비앙카는 바리오, 자라, 도레이를 순서대로 돌아보지만, 다들 냉담한 반응이다. 거기에다가 가브리엘까지 거든다.
“그래? 그럼 누가 맞는지 한번 내기해 볼래, 비앙카?”
“어... 그러니까...”
비앙카가 이도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즈음.
“어, 다들 나 기다렸나 보네!”
미켈의 목소리다. 다들 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본다. 비앙카도 마찬가지다...
“야, 미켈!”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가브리엘이다.
“너 왜 나하고 그렇게 비슷하게 입었냐? 너무 똑같게 입었잖아!”
비앙카가 보니, 옆에 앉은 가브리엘도, 막 들어온 미켈도, 똑같이 청바지에 갈색 가죽 점퍼를 입었다. 시계를 찼는지 안 찼는지로 구분할 수 있어 망정이지...
“야, 가브리엘! 그냥 우연히 이걸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 이번에는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자고.”
미켈은 가브리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 금방 또 가 봐야 하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해 봐!”
“하고 싶은 이야기? 그래...”
미켈의 말이 나오자, 일행은 다들 곰곰이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게 30초 정도가 지나고 나자...

“어때, 그 발레리오라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
도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는 거기 안 가 봤으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말이지.”
“야, 말도 마.”
자라가 도레이의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친다.
“우리 모두 하마터면 거기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릴 뻔했다고.”
“뭐... 뭐야?”
듣던 도레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주변 사람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낸다.
“아니, 그러면 그 발레리오라는 사람이 너희들한테 그런 식으로 공격을 했단 말이야? 아니, 아니... 그런 녀석하고 어떻게 거래를 할 수가 있는 거지?”
“야, 도레이. 좀 진정해. 그 발레리오라는 사람이 공격했다는 게 아니고, 그 탈라스 컴퍼니의 특전대가 한 짓이야! 똑똑히 들었어. 태양석을 찾기 위해서라면 이 행성을 태워 버릴 수도 있다고! 그때는 정말 살아나가지 못할 줄 알았다고!”
미켈이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속사포 터뜨리듯 말한다.
“네가 그 자리에 함께 있기를 바랐단 말이야!”
“어쩌겠냐. 나도 다 거래 때문에 거기 없었던 건데.”
도레이가 안됐다는 듯 말하면서, 뭔가를 꺼낸다. 표지에는 ‘계약서’라고 쓰여 있다.
“어디하고 계약한 거야?”
“인력공급업체. 한 달 후에 하는 퍼레이드 있잖아.”
“아, 맞다! 나름 큰 이벤트잖아. 다른 업체들도 그걸 노리고 있고.”
옆에서 자라가 손뼉을 치며 말한다.
“그건 그렇고, 그 발레리오라는 사람하고 만나는 건 어떻게 됐는데?”
“아, 그거?”
도레이가 다시 묻자 미켈은 바로 대답한다.
“내일 저녁에 다시 만나자고 그러더라. 그때는 꼭 실물을 가져와 달래.”
“어디서 만나자고 그러는데?”
“어... 거기가 어디냐면...”

그리고... 바로 그 시간.
“아니, 왜 완차이는 소식이 없는 거야? 설마 완차이도 당한 건 아니겠지...”
야시장 주차장에 주차된 검은 승합차 안에서는 푸른 작업복을 입은 남자 4명이 제법 심각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초조한 듯 앉아 있다.
“그런 말 하지 말고, 좀 찾아봐. 드론은 뒀다가 뭐 하려고?”
“안 그래도 찾고 있어요.”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볼멘소리로 말하자, 뒤에 앉은 남자 중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그의 앞에는 조그만 화면이 하나 붙어 있고, 화면에는 야시장의 어둑어둑한 야경이 들어온다.
“여기가 그런데 아주 복잡한 야시장이잖아요. 포장마차들 때문에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완차이가 있는 그 포장마차는 안 보여요.”
“그래도 무조건 찾아. 안 보인다고 그냥 놔두고 갈 거야?”
“그건 아닌데...”
뒤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남자가 초조하게 화면을 보다가, 뭔가를 봤는지, 눈이 확 뜨인다.
“어, 어... 잠깐!”
“야, 왜 그래? 완차이를 찾은 거야?”
“아니요... 아니, 완차이는 아닌데...”
드론을 조종하는 남자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한다.
“파울리 녀석하고 그 패거리, 한데 모여 있는데요!”
“응? 뭐야... 이거 뜻밖의 수확이잖아? 화면 공유해.”
곧바로 조종석과 운전석의 사이에 홀로그램 모니터가 하나 나타나고 거기에 드론이 촬영 중인 레스토랑의 내부가 나온다. 한쪽에, 테르미니 퍼스트의 크루들이 앉아서 심각하게 뭔가 이야기하는 모습이 선명히 나온다!
“지금 제가 듣고 있는 게 맞다면, 파울리와 그 거래 상대는 내일 저녁 시간대에 만날 거예요. 거기로 분명히 태양석을 들고 올 것이고, 우리가 그걸 틈타서 태양석을 되찾으면 되는 거죠. 안 그래요?”
“그거 좋은 의견인데, 우리 수령님은 그 태양석을 빨리 찾아오라고 하실 거 아니야?”
“한번 물어보죠. 우리가 섣불리 나섰다가 또 일을 그르치면 안 되잖아요? 12호 사원에서 있었던 그 굴욕적인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어요.”
“그것도 그래...”

그리고 시간은 흘러, 오후 9시.
일정을 다 마친 일행이 호텔에 발을 들여놓는다. 오전의 유람선 관광과 오후의 쇼핑몰, 그리고 저녁의 야시장까지 장장 12시간에 이르는 일정을 소화한 일행의 얼굴에는 다들 지쳤다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하다. 특히 오늘은 다른 날들에 비하면 땜빵에 가까웠고, 특히 쇼핑몰에서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야시장에서의 즐거움이 그 모든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 줬는지, 지쳤으면서도 만족스럽다는 듯한 얼굴이다.
미켈이 가장 먼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다른 일행이 순서대로 로비의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애를 마지막으로 일행이 다 들어오자, 미켈은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말한다.
“자,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여행 되셨는지요?”
“네-”
일행은 다들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 건지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좋습니다! 여기까지 따라와 주신 모두에게 저도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그러면 내일은 더욱 알찬 일정이 될 것을 약속드리며, 내일 뵙겠습니다!”
미켈이 꾸벅 인사를 한 다음 로비를 나서자, 일행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마치 안개가 흩어지기라도 하듯 흩어진다. 하지만 현애는 어디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다. 현애를 제외한 다른 일행이 모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을 때...
“형님, 들었어요?”
일부러 밖에서 서성이는 현애보고 들으라는 듯,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말한다. 현애가 돌아보니, 비토리오가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거기 발레리오도 같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발레리오는 갑자기 비토리오가 큰 소리로 말한 것에 당황한 건지,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며, 손사래를 친다.
“야, 야! 비토리오! 남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소리 좀 낮춰.”
하지만...
발레리오의 바람은 뜻한 대로 되지 않는다. 그가 비토리오에게 손사래를 치고서 다시 앉으려는 그 순간...
“어... 어...?”
마주쳐 버렸다... 현애와, 발레리오의 눈이!
발레리오는 적잖이 당황한 건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현애를 못 본 척하고는 자리에 다시 앉으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발레리오의 바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안 숨겨도 돼요, 발레리오 씨. 여기 온 거 진작에 다 알고 있었다고요.”
“어... 그랬어? 하...”
“발레리오 씨답지 않게 왜 그래요. 차라리 처음에 오셨을 때 좀 솔직히 털어놓으시지...”
“그래... 네 말대로 그랬다면 좋았겠지. 하지만 너희들은 지금 여행 중이었잖아. 그걸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럼 다른 호텔에 묵지 그랬어요? 그러면 저희와 마주칠 일은 적었을 거 아니에요?”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발레리오는 무겁게 말한다.
“여러 가지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이 호텔이었지. 여기가 아닌 곳은 모두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어. 예를 들면 보안이라든가...”
“알았어요. 그건 그렇고...”
현애는 잠깐 발레리오와 비토리오를 번갈아 보더니, 금방 다시 묻는다.
“여기에 두 분이 모두 오신 것은, 분명히 두 분과 이곳이 관련이 있는 거겠죠. 안 그래요?”
“그래. 관련이... 있지.”
비토리오가 입을 연다.
“그런데, 여기는 나하고 형님도 처음 와 보는 데야.”
“그래요? 그러면 왜 왔어요? 태양석하고 관련이 있는 건 알겠는데...”

그리고 그 시간, 슈뢰딩거 그룹의 사무실. 조명이 꽤 어둡게 켜져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이 마주앉아 있다. 로만칼라 셔츠를 입은 남자는 꽤 벌건 얼굴을 하고서 이마에 손을 짚고 앉아 있고, 마주보고 있는 수염 기른 남자는 걱정스럽게 그 남자를 보고 있다.
“단장, 괜찮아?”
“아...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 조나.”
수민은 거칠게 숨까지 몰아쉬고 있다.
“얼굴이 너무 벌건데.”
“키릴도 생각나고, 또 옛날 생각도 나고...”
“키릴은 키릴이지만, 옛날 생각이라니?”

또 그 시간, 호텔 근처에 있는 번화가.
“웬일이야? 여기로 다 부르고.”
자라가 거리 한복판을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고, 그 뒤를 바리오가 따른다.
“나는 또, 12호 사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또 살아는 있었나 봐?”
“누군데 그래?”
뒤에 가던 바리오가 궁금해하며 묻는다.
“누군데 그렇게 막 흥분까지 하며 말하는 거야?”
“아, 있어. 와 보면 알게 돼.”
자라가 그렇게 말한 지 10초도 안 되었을 때.
자라는 누군가를 본 듯, 눈을 크게 뜬다.
“어, 여기 있었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11-25 15:33:39

어느 쪽에서든 평온히 있을 수가 없네요.

게다가 발레리오의 복안이 대체 무엇인지 아직 알 수가 없으니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죠. 수백년의 세월을 살아온 그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고 또 어떻게 대처할지는 여전히 짐작이 잘 되지 않으니 불안감이 점점 커질 거예요.


정말 긴 하루였어요. 저라면 저런 여행은 못할 듯...

시어하트어택

2021-11-28 20:53:18

발레리오가 이 긴 악연에 끝을 맺을 수 있을지 이제 작중 시간 기준으로 내일이면 나오겠죠. 내일은 더 긴 하루일 것입니다.

SiteOwner

2021-12-04 14:04:00

역시 일란성쌍둥이는 구분하기 힘들지요.

제 경우는 국민학생 때와 대학생 때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어서 미켈과 가브리엘을 구분할 수 없었던 더욱 여실히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겪은 그 경우는 두 경우 모두 자매였지요. 지금은 모두 인연이 끊어졌지만 모두들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기원합니다.


발레리오와 비토리오 모두 심경이 복잡할 것입니다. 프리모의 죽음을 일으킨 그들과의 반갑지는 않은 그러나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는 인연을 프리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시어하트어택

2021-12-05 20:49:01

일란성쌍둥이도 때로는 의도적으로 구분을 위해 다른 옷차림과 다른 헤어스타일 등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미켈과 가브리엘은 그런 케이스는 아닙니다만...


악연은 이제 어느 쪽으로 정리가 될지... 저런 경우라면 확실히 정산하고 싶은 게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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