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 근처의 번화가.
“오, 여기 있었잖아!”
자라가 누군가를 보고 큰 소리로 말한다. 곧장 자라에게 손을 흔드는 한 여자가 보인다.
“여기야! 어딜 그렇게 헤매고 그래?”
“안 헤맸어.”
자라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파라. 혼자서 거리 한쪽에 있는 카페 앞에 서 있다. 자라를 보자마자, 파라도 미소를 짓는다. 파라는 자라 뒤에서 따라오는 바리오도 본다.
“뭐야, 친구도 데리고 오는 거야?”
“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원래 나 혼자 오려고 했는데...”
“뭐, 됐어. 들어가자.”
그리고 5분 정도 뒤. 한 테이블에 파라와 자라, 바리오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세 사람의 앞에는 커피가 한 잔씩 놓여 있고, 케이크와 쿠키 같은 간식도 한 입씩 베어물은 채로 놓여 있다.
“뭐, 뭐야! 너도 그 사람 만난 적 있어?”
파라가 뭔가 듣고 놀란 듯, 자라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너도 설마, 그 사람하고 같이 일했다든가 한 거야?”
“어... 정확히 말하자면, 같이 일할 뻔한 거지.”
자라는 마치 띄엄띄엄 떨어진 기억을 주워 모으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공을 향해 눈을 이리저리 몇 번 굴리다가, 다시 입을 연다.
“몇 년 전이었지. 그때도, 뭐라고 해야 할까... 그 녀석은 좀 까칠했어. 내가 속한 팀과 그 녀석이 속한 팀이 그 거래 건을 앞두고 서로 물밑에서 협상하는데, 조금도 지지 않으려고 하더라고. 그 녀석의 막 나가는 태도 때문에, 내가 속한 팀의 리더가 얼마나 불쾌했던지, 협상을 그 자리에서 중단했고, 그걸로 동업은 없던 게 되어 버렸어. 그때 내가 있던 팀의 리더가 성질을 부리던 게 아직도 기억나. ‘어린 녀석이 건방지게...’로 시작해서 온갖 험한 말을 쏟아냈지. 그 이후로 본 적이 없다가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까, 그것도 경쟁 상대로 만나니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더 마음을 강하게 먹게 되었던 것 같아.”
“여기서 다시 만날 운명이었던 건가.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파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지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이름 석 자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김수민...”
“그 김수민이라는 사람, 꼴도 보기 싫었던 거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 사람 자체는 아니었는데, 거기에 엮인 기억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 중에 최악이었어.”
“그래? 어느 정도였는데?”
그 시간, 슈뢰딩거 그룹의 사무실. 수민은 마주 앉은 조나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무겁게 입을 연다.
“2년 전이었는데, 4명이서 뭉쳐서 밀수업을 한 적이 있지. 거기에 한 명인가 더 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 처음에는 내 일행하고 같은 업자들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추궁해 보니까 그냥 무전여행 중이었다더라고. 간도 컸지. 그다음 날이 좀 많이 끔찍했어.”
“아니, 단장? 어느 정도였는데?”
조나가 묻지만, 수민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다른 데를 본다. 한 1분 정도를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연다.
“후... 하... 내 생애에 가장 끔찍한 날이었을 거야. 그날 만난 건, 그 녀석이었어.”
“누군데?”
“자신을 철저히 감추려 하고, 수천 개의 이름을 쓰는 녀석이지. 내 아버지를 죽이고, 삼촌도 죽인 그 녀석. 처음부터 우리와의 거래를 가장해, 우리가 가져온 베라네를 강탈하고, 우리는 전부 거기서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았어. 실제로 지하에 베라네가 아주 꽉꽉 채워져 있는 것까지 봤으니까.”
“단장, 이런 거 말해도 되는 거야? 그거 정부 허가 없이 사고파는 건 불법이잖아!”
베라네라는 말이 수민의 입에서 나오자 소스라치게 놀란 조나를 수민이 진정시킨다.
“옛날 일이니까 말할 수 있는 거지.”
수민은 침을 좀 삼키더니 다시 입을 연다.
“거기서 그 녀석에게 삼촌을 잃었어. 하지만 삼촌이 아니었으면 거기를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겠지. 더불어 그 여자가 아니었으면 그 시설을 파괴할 수도 없었을 거고. 지금은 어디 갔는지 통 알 수가 없게 되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만약 거기서 그자가 베라네를 원하는 만큼 얻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건...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 아마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는 그때 신이 되었겠지.”
수민의 목소리가 다시 굵어진다.
“그리고 그 녀석, 내 손 안이야. 아무리 숨는다고 해도, 내일은 만날 수밖에 없지...!”
한편, 호텔 로비의 카페.
“그래서, 그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맞아. 그 녀석은 신이 되고 싶었고, 그럴 때마다 피를 많이 불렀어.”
비토리오의 목소리가 무거워진다.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된 정보는, 한 500년쯤 전에 어느 조그만 나라의 대통령을 했다는 것, 거기서 자신의 영생을 위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그 나라를 몇 차례 뒤집어 놓기도 했어. 그 뒤 우리 형제와 싸우고 나서부터, 베라네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 같아.”
“아니, 그러면 그 태양석이라는 게 바로...”
“맞아. 그 녀석이 그토록 얻고 싶어하던 것이었지. 원래는 어느 행성에다가 제조 시설을 만들어 놓고 농축한 베라네 용액을 모아서 태양석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내려고 했지. 그런데 그게 수포로 돌아갔지. 거기에 여기 온 파라 양도 큰 공헌을 했고.”
“들어 본 것 같네요.”
현애가 생각이 난다는 듯, 손뼉을 친다.
“무전여행을 했는데 거기서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했고, 어찌어찌해서 거기서 대량으로 가져온 베라네 용액을 재단에 양도했다고요.”
“그래. 파라 양도 정말 고생을 했지. 그리고 그 덕분에 녀석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지. 녀석은 대안으로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석을 채굴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업체들을 이간질하거나 싸움을 붙여서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곳을 그야말로 채굴 업체들끼리의 무한경쟁의 장으로 만들었어. 그러면 자신이 힘 안 들이고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올 걸 그랬네요.”
“그래, 네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렇게 말하던 발레리오는, 현애에게서 비토리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아, 맞아요, 형님.”
“아, 참. 비토리오. 네가 하려는 이야기가, 뭐였는데?”
“그... 레아하고 호렌이 온대요. 내일 여기 도착이라는군요!”
“뭐... 뭐? 내일 도착? 아니, 말도 없이 왜...”
“아니 글쎄, 형님은 피오한테 못 들었어요? 피오가 깜박 잊고 말 안 해 줬나...”
“내가 들은 게 있으면 지금 여기서 너하고 이렇게 시간이나 보내고 있겠냐.”
발레리오는 곧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혹시 몇 시에 여기 도착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어?”
“아니오, 저도 내일 도착한다는 말만 들었어요. 저도 그것 말고는 도대체 몇 시에 오는 건지, 둘 말고도 또 누가 오는 건지, 그 어느 것도 알 수가 없어요.”
“그런가... 비토리오, 일단 오늘은 들어가자. 푹 쉬고, 내일의 일은 내일 다시 생각하자고.”
그리고 발레리오는 현애도 돌아보며 말한다.
“너무 마음에 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호텔 아래 번화가의 카페.
“이거 완전히 무슨 영화 같잖아?”
파라의 말을 다 들은 자라가 혀를 내두른다.
“너 그런 데서 살아서 돌아온 게 기적 아니냐?”
“그러니까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무전여행을 하고 싶었지 지옥체험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니까.”
“뭐, 좋아. 나도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바리오라고 했나? 물어 봐.”
“그러니까... 그 호렌이라는 친구 있잖아.”
“왜?”
“혹시 집안이 어떻게 돼? 내가 아는 그 사람인가 궁금해서.”
“신관 집안이야. 본가는 카라미아에 있다고 했고.”
“어... 그래? 맞네! 내가 아는 그 녀석이야!”
“뭐야, 친한 거야?”
“동업...까지는 아니고, 같은 학교에 다녔거든.”
“어... 그래?”
바리오는 궁금했는지 질문을 이어 간다.
“혹시 여기 온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
“아니.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그 호렌도 자기 일 때문에 바쁜데.”
“아, 그런가...”
그리고 그 시간, 테르미니의 한 주택가에 있는 저택.
“오늘 꽤 많은 진전이 있었군!”
2층에 있는 서재 한가운데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검은 점퍼를 입은 여자에게서 뭔가를 듣더니 기쁨과 아쉬움이 반반씩 섞인 숨을 내쉬며 말한다.
“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었고, 특전대의 희생이 좀 컸지만...”
“뭐라고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저희 특전대가 좀 더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하는데...”
“아니야, 라자 자네를 탓할 수는 없어. 5명의 특전대원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
남자는 여전히 초조한 얼굴빛을 거두지 못하며 말한다.
“지금 이 시점에 당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야. 첫째, 나를 쫓는 녀석은 있고, 그 후보도 몇 명으로 좁혀졌는데, 그게 누군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어.”
“어떻게 하시려고 합니까? 보스께서 직접 해결하실 문제라고 하셨는데...”
“그렇지. 내게 칼을 직접 겨눈 모양새인데 부하들보고 나가라고 하면 모양이 안 서잖나? 그건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군.”
“그리고 다음은, 태양석의 안전한 확보였죠. 정찰대가 파울리 패거리와 거래 상대의 접선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그거 대단하군. 나는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언제, 어디인가?”
“내일 오후 6시,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입니다.”
“좋아. 일단 내 지시를 기다리게. 자네와 도르보의 능력은 바로 이때를 위해 준비된 것이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
“제 능력을 보스께서 원하시는 때에 쓸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좋아,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내일을 준비하도록 하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슈뢰딩거 그룹의 사무실.
“단장, 정말 갈 거야?”
막 사무실을 떠나려는 수민을 조나가 불러세우고 말한다.
“정말 오늘 예감이 안 좋다고. 무슨 일 일어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괜찮아, 여태까지 나는 잘 해 왔으니까.”
“아니, 뭘 잘 해 왔다고. 요 며칠 새에 우리한테 불운이란 불운은 다 겹친 것 같은데?”
“하,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네.”
수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문을 열고 나서려다가 말고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만약에 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네가 끝까지 맡아서 태양석에 관한 일을 매듭지어 줬으면 하는데.”
“아니, 그걸 왜...”
조나는 그렇게 뭔가 수민에게 대꾸를 하려다가, 곧바로 뭔가 다른 생각이 든 건지, 수민을 다시 돌아보고 말한다.
“그래, 그럼 알았어. 잘 갔다 와, 단장.”
“조심히 갔다 올게.”
수민은 웃어 보이며 사무실을 나서지만, 사무실을 나서는 그 순간, 그의 눈빛은 확 변한다. 마치 먹잇감을 바로 노리는 포식자처럼.
“2년 만이로군... 이번에야말로, 너와의 악연을 끝내겠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공지사항 6
|
2014-11-11 | 7231 | |
공지 |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 |
2013-09-02 | 2345 | |
공지 |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공지사항
|
2013-02-25 | 4690 | |
8 |
[전재][번역] 두근두근 죠죠리얼 Girl's Side 캐릭터 소개란 번역| 설정 10 |
2013-03-01 | 3708 | |
7 |
[오리지널] Seulet의 캐릭터 설정| 설정 5 |
2013-03-01 | 1082 | |
6 |
[오리지널] 3.1절이라서 그린 그림|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1112 | |
5 |
[오리지널] 미쿠미쿠?|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747 | |
4 |
[전재] 러브라이브! 2nd PV-Snow halation| 영상 4 |
2013-02-28 | 558 | |
3 |
[전재] 동방으로 건방진☆딸기우유 [손발오글 주의]| 영상 3 |
2013-02-28 | 805 | |
2 |
[전재] 가사 뒤에 「커넥트」를 붙히면 이렇게 된다 - by 니코동| 영상 3 |
2013-02-27 | 423 | |
1 |
[전재] 요즘 고래가 사용하는 바탕화면| 스틸이미지 12
|
2013-02-26 | 2047 |
4 댓글
마드리갈
2021-11-26 20:32:06
우선, 운영진 권한으로 데이터베이스 등록순서와 날짜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 두었음을 알려드려요.
정말 세계는 좁네요. 그리고 해외여행을 하는 감각으로 성간여행을 하는 미래세계라도 다를 바가 없네요.
전작인 밀수업자에 이미 등장했던 파라는 당시 아이샤 메스키타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사고로 다리를 잃기까지...그 파라는 김수민과 얽힌 사건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김수민이 문제의 베라네로 인해 생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모험영화같은 삶은 외부인이 보면 정말 굉장하죠. 그런데 그런 것을 겪을 기회가 있다면 선택할 생각은 들지 않아요, 확실히...
이제 좋든 싫든 부딪치는 것밖에 없네요.
그게 운명...그런지 숨을 쉬는데 목이 살짝 따가운 기분도 들어요.
시어하트어택
2021-11-28 20:58:05
이 회차를 쓰면서 <밀수업자>를 다시 본 건 아니었어도 곰곰이 다시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것까지 기억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보고 하라고 해도 못 할 겁니다, 아마...
그리고, 이제 운명의 날은 밝았습니다.
SiteOwner
2021-12-04 14:04:31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이름만 들어도 정말 끔찍하기 마련입니다.
저에게도 적지만 몇 가지가 있습니다. TV방송에서 모 여자연예인이 나오면 바로 돌려버리는데 그 연예인에게는 악감정이 전혀 없지만 예전에 교제했던 여자와 거의 동일인 수준으로 닮았다 보니 그 화면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게다가 정치뉴스에서 그 여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정치인의 이름이 나오면 듣기 싫어서 역시 채널을 돌립니다. 그때의 배신이 그렇게 상처가 되었고 벌써 14년이 지나도 여전한 것인데 작중의 김수민에게는 얼마나 더할지...
전작의 인물 중 파라와 김수민은 등장해 있고 호렌은 바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거명되고 있군요.
전작의 인물들이 재등장하거나 언급되는 것은 반갑지만, 문제의 베라네에서 나온 태양석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 같아서 그게 더욱 껄끄럽게 여겨집니다.시어하트어택
2021-12-05 20:52:47
저 같은 경우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보니 TV에서 관련된 소식이 나오면 괜히 몸서리가 쳐집니다. 병영부조리 관련 건만 해도 그렇고요... 어떨 때는 정말 제가 일전에 소개한 '아픔을 없애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태양석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려면, 정말 피를 많이 흘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