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야가챠(親ガチャ)라는 끔찍한 유행어

마드리갈, 2021-12-02 17:02:24

조회 수
119

일본의 최근 유행어 중에 "오야가챠(親ガチャ)" 라는 것이 있어요.
오야는 부모, 가챠는 동전을 넣으면 랜덤으로 아이템이 나오는 자판기 시스템인 캡슐토이 및 그에서 유래한 온라인게임에서의 확률형 과금. 자녀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는 말이 이렇게 게임용어로 재편되어 유행하는 것에서 끔찍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말이 수년 전부터 있죠. 수저계급론이라는.
이 유행어가 얼마나 고착되었는지 이제는 매스미디어든 정치권이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어서 이제는 이런 말을 쓰지 않는 미디어가 오히려 극소수일 정도가 될 정도로 일반화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이런 표현을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 이것은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고 그 현재가 미래에도 뻗어 나갈 것이라는 운명결정론을 정당화하는 것임과 동시에 생산적이거나 건설적인 논의를 막아 버리는 담론이거든요. 그리고 올해 일본에서 급속히 확산중인 오야가챠라는 용어도 역시 기분나쁜 것.

일본에서 도쿠오야(毒親)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확산하여 지금도 꽤 빈번하게 쓰이고 있어요. 이것은 원래 미국의 의료컨설턴트 수잔 포워드(Susan Forward, 1938년생)가 1989년작 저서에서 사용한 어휘인 Toxic Parents가 번역되어 일본에서 쓰인 말로 독극물처럼 유해한 부모라는 말인데 이것은 가정폭력의 주범으로서의 부모를 가리키는 비판적인 어휘면서 또한 혈연이 이어지는 가족구성원을 두고 독극물 운운하는 데에서 민법의 독수독과주의(毒樹毒果主義)가 연상되어 결국 대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슬픔까지 느껴지는 무서운 어휘이기도 하죠. 이에 더해 다른 가족구성원이나 가족 전체를 독극물 취급하는 파생 신조어까지 넘쳐나서 끔찍함이 배가 되고 있는데 이제는 오야가챠라는 말까지 더해졌어요.

오야가챠라는 말에는 비판도 있어요.
자녀가 부모를 고르지 못하듯, 부모도 자녀를 고르지 못한다고. 그래서 오야가챠에는 자녀운이 망했네 등등 하는 비판이 바로 속출하고 있어요. 결국 이것은 세대가 서로 남탓하는 끔찍한 상황으로 귀결되어요.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용어를 만든 사람은 자신의 신조어가 언어생활에 독버섯같이 확산중인 것에 기뻐하고 있으려나요.

어제의 2021년 유캔신어유행어대상(2021ユーキャン新語・流行語大賞)에 이 오야가챠도 후보로 거론되었어요.
(유행어대상은 "리얼 이도류", "시끄러", "오야가챠" 도 입선, 2021년 12월 1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그나마 오야가챠가 탑텐에 들지 않은 것이 다행일까요. 저런 어휘는 과거의 것으로만 남았으면 하네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1 / 2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115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5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66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4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3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4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59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2
5839

돌솥비빔밥 발원지 논란 (+ 추가)

  • new
Lester 2024-09-28 10
5838

시대가 바뀌어도 수입차 악마화는 여전합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27 16
5837

하시모토 칸나, NHK 연속TV소설의 주인공으로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6 18
5836

경기도 국번으로 걸려오는 스팸전화의 유력한 이유

1
  • new
마드리갈 2024-09-25 21
5835

철야의 노래

2
  • new
마드리갈 2024-09-24 34
5834

이제서야 콰이콰이(快快)를 주목하는...

2
  • new
SiteOwner 2024-09-23 29
5833

'오늘부터 가을입니다' 라는 이상한 계절감각

4
  • new
마드리갈 2024-09-22 60
5832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발견되다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1 35
5831

장수의학의 발전에 주목받는 동물에 대해 간단히

  • new
SiteOwner 2024-09-20 39
5830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라는 담론이 이렇게 표면화되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19 50
5829

무선호출기가 화제가 된 레바논의 동시다발 폭발사건

4
  • new
SiteOwner 2024-09-18 83
5828

평온히 추석이 끝나가는 중에 2033년 문제

2
  • new
SiteOwner 2024-09-17 47
5827

의외로 친숙한 페르시아어 어휘와 러시아

2
  • new
SiteOwner 2024-09-16 51
5826

"시골" 이나 "경향(京郷)" 에서 느껴지는 거부감

2
  • new
마드리갈 2024-09-15 50
5825

멕시코의 판사직선제가 초래할 것들

2
  • new
마드리갈 2024-09-14 53
5824

당장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마당에 여름 날씨라니...

4
  • new
마드리갈 2024-09-13 68
5823

생각해보니 어제가 9.11 23주기였습니다.

8
  • new
Lester 2024-09-12 154
5822

다른 언어로 접하는 사안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 new
SiteOwner 2024-09-11 59
5821

9월에 섭씨 35도(=화씨 95도)의 더위

  • new
SiteOwner 2024-09-10 62
5820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망한 게임들 소식

3
  • file
  • new
대왕고래 2024-09-09 108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