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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77화 - 운의 흐름은...

시어하트어택, 2021-12-15 07:53:12

조회 수
111

탕- 탕- 탕- 탕-
권총이 발사되는 소리. 총성이 울린다. 남자를 향해, 총알이 날아온다. 그것도, 그의 이마를 바로 향해. 나머지 3발이 자신을 향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민은 미소를 짓는다. 총알이 날아오기까지 채 1초도 걸리지 않을 시간이지만...
“보이는군.”
남자의 눈에, 총알이 날아오는 모습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보인다. 그의 이마로 정확히 날아오는 총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남자는 거기에 힘을 집중한다. 마치 총알에 자신만의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총알은 궤도를 꺾더니, 수민 쪽으로 향한다.
“방금 그 총알은 궤도를 바꾸었다. 설령 나와 거리가 떨어진 상태라고 했어도, 결과는 비슷했을 거다. 네가 나를 마주함과 동시에, 네 목숨도 거기까지였던 거다. ”
그리고 그 다음 순간.
4발의 총알은 모두 수민의 몸을 꿰뚫고, 수민은 마지막 숨을 가쁘게 쉬더니, 곧 그 자리에 머리를 떨구고, 더 숨을 쉬지 않게 된다.
“후... 하...”
남자는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수민을 보고도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눈을 한번 비비고 본다. 다시 봐도, 쓰러져 있는 수민은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잘 싸워 줬군. 네 애비와 삼촌, 그리고 너까지... 내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줘 고맙다. 보통 나를 직접 본 녀석들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그만한 투쟁심, 그리고 패기... 나는 못 잊을 거다... 잘 가라.”
그렇게 몇 마디 하고 나서, 남자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정찰대를 본다. 남자를 직접 겨눴던 정찰대원도, 다른 대원들도, 모두 겁에 질린 건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이미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음에도, 그렇게 쓰러져 있는 수민의 모습마저도 정찰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남자의 표정은 체증이 풀린 듯 가벼워 보인다.
“정찰대, 다들 왜 그렇게 겁에 질린 거지? 그렇게 떨면 아무것도 일어나는 건 없어. 우리에게 기다리는 건 내일의 신세계지, 어제의 고난이 아니잖나? 이제 가자고.”
남자는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보고, 거리로 나온다. 라자가 대기 중이다. 밖으로 나온 남자의 여기저기 찢어진 정장을 보자마자, 라자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놀란다.
“괘, 괜찮으십니까? 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아, 라자. 나는 괜찮다. 그저 좀 많이 격렬히 싸웠을 뿐이야. 새 옷을 좀 준비해 주면 고맙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면 바로 입을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알았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여기서 대기하고 있던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보스, 파울리 패거리의 거래 상대를 알아냈습니다.”
라자는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연다. 남자는 궁금했는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라자에게 되묻는다.
“그게 누구지?”
“발레리오... 발레리오입니다!”
“뭐... 뭐?”
발레리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남자의 눈이 확 뜨인다.
“발레리오라고 했어? 내가 아는 그 녀석? VP재단의 이사장이라는 그 녀석?”
“예. 몇 번이고 확인한 겁니다.”
“확실한 거지?”
라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오늘이 바로 ‘그 날’인 듯하군. 내게 대항하는 녀석들을 전부 제거할 수 있는, 이런 행운이 오늘 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를 고친다.
“라자, 자네와 도르보는 적극적으로 능력을 사용해야 할 거야. 녀석들의 저항이 격렬할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어쩌면, 자네와 도르보의 능력은 이때를 위해 예비된 것일지도 모르겠어. 내 지시가 있는 시간에 행동을 개시하도록.”
“예.”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아까 전의 격렬한 싸움보다는 수백 년 전의 악연이 더 머릿속에 깊게 자리를 잡은 건지, 수민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기다려라. 오늘 모든 것을 정산하리라. 너희 형제를 마지막으로 나를 방해하는 자들은 이제 없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 테르미니 시내에 있는 슈뢰딩거 그룹의 사무실. 조나가 혼자 초조하게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 그 시간이 되도록, 수민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는다. 전화도, 메시지도, 그 무엇도.
“단장... 단장이 연락을 왜 안 하는 거야.”
조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출입문 쪽으로 걸어간다. 입에서는 그간 꽤 참았는지, 거친 숨이 때때로 배어 나온다.
“내가 직접 가 봐야 하나. 또 무슨 일이 있던...”
조나가 그렇게 말하며 막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 순간.
뭔가, 희미한 음성이 사무실 한쪽에서 들린다. 돌아보니, 수민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수민이 아까 사무실을 나서면서 컴퓨터의 스피커를 켜 놓고 간 모양이다. 그 소리가 아주 작게,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자... 잠깐.”
조나는 그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음성에 주목한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의 목소리다.
“위치는 어디라고 했지?”
“예, 거래 장소는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입니다. 시간은 오후 6시입니다.”
“좋아... 김수민 그 녀석이 내게 쓰러진 것처럼, 너희 형제도 오늘 내 손에 쓰러지리라. 그 다음, 우주는 새로운 신의 탄생을 지켜볼 것이다. 너희뿐만 아니라, 나에게 반대하는 어떤 자들도,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서... 설마, 그렇다면!”
상황이 파악된 조나의 다리에 힘이 확 풀리더니, 순간적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한 걸 벽에 겨우 기댄다.
“그랬구나... 단장... 그렇게...”
조나는 눈을 꽉 감는다. 그렇게 해야지 수민이 맞은 최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1분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자, 조나에게 해야 할 일이 떠오른다.
“그래, 이제 내가 끝을 맺어야지. 거기 가 보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리고 조나는, 곧장 밖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부른다. 도착 예정지는 카사 데 토르나도 호텔로 잡는다. 조나가 차에 타자마자, 차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편 개척촌 테마 거리. 일행은 오락실에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건지, 다들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즐거운 시간 되셨죠, 여러분?”
다시 거리 한가운데 선 미켈은 자신 앞에 모인 일행을 둘러보며 한껏 활기찬 목소리로 말한다. 다들 구경이 즐거웠는지, 밝은 얼굴을 하고 있고, 특히 몇몇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
“오늘은 아쉽지만, 단체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내일은 좀 더 알찬 일정으로 준비해 드렸으니, 내일의 일정도 오늘만큼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버스가 곧 도착하니까, 숙소로 돌아가서 편안한 휴식 취해 주시길 바랍니다!”
미켈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즈음.
“응, 벌써 끝났어? 시간이... 5시도 안 됐는데?”
조제와 외제니는 시계를 보며 의아한 듯 서로를 보며 말한다.
“오늘 너무 빨리 끝난 거 아니야? 무슨 여행을 하다 만 것 같은데...”
“에이, 그런 건 아니지.”
옆에서 듣고 있던 현애가 말한다.
“파울리 씨도 좀 쉬어야 할 거 아니야? 지금까지 우리하고 열심히 다니면서 설명도 해 주고 다른 것도 많이 해 줬잖아? 내일 다시 활기차게 시작하면 되는 거지.”
“아, 그런가...”
현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건지, 아니면 뒷사정을 아는 건지, 조제와 외제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시저와 니라차는 그 말을 옆에서 듣고는 자기들끼리 뭐라고 숙덕거리기 시작한다. 그걸 본 세훈이 슬쩍 끼어든다.
“에이, 시저 형!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저도 좀 끼어 줘요!”
“아니, 별 거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시저가 급히 얼버무리려 하자, 세훈은 오히려 더 세게 밀고 나간다.
“오늘 뭐 중계방송 같은 거라도 해요? 혹시 형만 몰래 알고 있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니야, 그런 건! 그냥 이따가 좀 모여서 뭐라도 좀 할까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그래요? 그러면 이따가 뭐 중계방송이라도 하면 저 꼭 불러 주기예요.”
“아, 당연하지, 당연하지!”
그렇게 일행은 다들 웃고 떠들며 개척촌 테마 거리를 나선다. 몇 시간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지도 못한 채로.

한편, 남자의 명령을 받든 라자는 정찰대원 4명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어느새 라자의 옆에는 검은 셔츠를 입은 다른 남자도 걷고 있다.
“각오는 됐나, 다들?”
“예... 저희는. 수령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아. 그러면 이번에는 좀 단단히 준비해야 할 거야.”
“알고 있습니다.”
라자 뒤에 따라가는 정찰대원 4명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고개를 끄덕인 라자는 옆의 남자도 돌아본다.
“도르보.”
“예.”
“좀 많이 떨리기도 할 거다...”
라자가 도르보라고 불린 남자를 돌아보고는 막 거기까지 운을 뗐는데...
“라자 님, 저기 보십시오.”
정찰대원 중 한 명이 거리 반대편을 가리킨다.
“파울리의 고객들 아닙니까?”
“파울리의 고객들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데? 따로 신경쓸 필요는 없어. 어차피 태양석만 얻으면 다 끝나는 일 아닌가?”
“그 태양석 하니까 말씀드리는 건데, 저희가 그때 태양석을 양도받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 저 일행에 껴 있단 말입니다.”
“뭐... 뭐? 그게 누군데?”
그 정찰대원은 말을 하는 대신, 일행 중 누군가를 가리킨다.
“아... 저기, 베레모 쓰고, 노란 상의에 청스커트?”
“예... 맞습니다.”
현애를 가리킨 정찰대원은 이를 박박 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
“저 녀석이 저희의 손을 얼리거나 하지만 않았어도, 특전대가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 녀석만 아니었어도!”
“아... 저 녀석? 한 번 본 적은 있어. 그때는 보스의 명령으로 장주원이라는 자의 밑에서 부하 행세를 하며 지냈지.”
“장주원이라면... VP재단의 선임 연구원이었던 자 아닙니까?”
“맞아. 발레리오 형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내셨지. 그렇게 장주원이라는 자의 지령을 수행하던 중 저 녀석과 마주치게 되었고, 내 능력을 살짝 보여 줬어. 1%도 안 되는 능력만으로 경찰을 포함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는데, 꽤 침착하게 대응하더군, 저 애는.”
“그렇다면,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아. 여기서 만나게 될 줄도 몰랐지. 하지만, 내 진정한 능력을 아직 못 봐서 그래. 내 능력에는 모두가 평등해지지. 그 대상이 설령 왕이나 대기업의 회장이라도. 걱정할 건 없어. 너희는 그저 보스를 잘 돕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12-15 14:38:20

수민은 결국 저렇게 허망한 최후를...가족과 친척에 이어 본인까지 모두 한 남자의 손에 죽고 말았군요...

역시 밀수업 같은 데에는 손대지 말았어야 하는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해지네요.

수민을 죽인 그 남자의 다음 목표는 발레리오 형제군요. 이미 오래전에 프리모를 죽였고 이제 발레리오와 비토리오를 죽일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역시 폭풍전야네요. 개척촌 테마거리는...

개척촌 테마거리가 진짜 서부영화의 상황처럼 총격전의 무대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불안해지고 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1-12-19 21:42:39

사실 한 캐릭터를 떠나보낸다는 건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안 되죠. 그것도 한 작품의 주인공이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수민을 죽인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할 때는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SiteOwner

2021-12-24 23:08:51

결국 수민의 운명은...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더 길게 살아남았어도 언젠가 다른 국면에서 저 순간이 오겠지만...

그 남자는 그렇게 수민의 가계의 세 남자들을 죽여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상을 어느 정도 하기는 했지만 정작 확정되니 역시 속이 쓰리는 감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전작의 장주원이 언급되고, 현애가 지목되는 것이 역시...

분명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1-12-26 23:40:16

안타깝지만 이것이 수민의 운명이었습니다. 분명 복수를 꿈꾸었건만 결과는 자신의 수명이 끝나는 것으로 귀결되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큰 사건이 기다립니다. 수민이 이걸 못 보고 죽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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