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로 회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들어온 회사다 보니 위에서도 "그래 너 나가려는 거 다 알고 있다" 하는 분위기네요
그래서 다른생각 않고 이직할 곳을 찾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석사 전공을 살리지 못했으니까, 연구직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두들겨보고 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연구소가 하나 있어요
그 곳에 원서를 쓰려고 보니, 당연하게도 대학교 입학-졸업일 (사실 년/월까지인데 그걸 못봤네요) 하고 성적을 묻네요
대학교 입학-졸업 월은 제가 알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성적은 다시 그 성적표를 봐야해요.
그걸 발급받으려고 대학교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아이디하고 비밀번호를 까먹었네요.
비밀번호를 찾으려면 공인인증서가 있어야한대요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려면 또 뭘 막 깔아야해요.
깔았어요. 근데 안 되요. 보니까 제가 지금 크롬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익스플로러로 다시 헸어요. 드디어 깔아지네요.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드디어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려고 보니까... 비밀번호를 모르겠어요.
공인인증서 재발급을 받아야해요.
은행 사이트로 들어가서 재발급을 받으려고 했어요.
또 뭘 깔라고 하네요. 깔았어요.
들어가서 재발급을 받았어요. 어째선지 갱신이 안 되어있지만 비밀번호는 제가 정한대로 되었으니 된 거 같아요.
그렇게 성적서를 받았어요.
저희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서 20분이에요
그냥 보도 따라서 앞으로 쭉 걷다가 횡단보도 몇개만 건너면 회사에요
성적서를 받는 과정은 이것보다도 더 간단해야 맞지 않나 싶어요.
근데 현실은 이렇게 복잡하네요. 코 앞에 있는 곳 가려고 중간에 버스 탔다가 지하철 탔다가 택시도 탔다가 하는 기분이에요.
정작 이렇게 성적서 받고 입력할 거 입력하고 보니까, 이 연구소는 해외경력이 필요하네요.
정확히는 해외에 낸 논문이나 특허가 있는가를 묻네요.
해외에서 석사를 따거나, 아니면 국내에서 박사를 하거나 (보통 해외쪽 논문 3편 이상은 써내는 게 기본이니까 맞을거에요) 둘 중 하나인데, 저는 그냥 국내 졸업논문 하나 있는 석사...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까지 뭐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힘이 쭉 빠지네요.
차라리 게임이나 하고 있었으면 스트레스라도 덜 받았을텐데...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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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Lester
2022-03-07 00:30:42
그래서 저는 작업 끝났다고 여유를 가지자 하여 게임이나 즐겼다가 또 1개월 제재를 먹었네요. 무릇 슬프고 한심해 보이는 일이라도 남과 비교해 보면 훨씬 이득인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저는 헛된 시간을 낭비한 셈이지만 대왕고래님 같은 경우엔 (언제 완전히 사라질지 알 수도 없는)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느라 또 귀찮은 발걸음을 해야 하는 수고를 미리 던 셈이니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 공인인증서가 또 어디에 쓰이게 될지.
마드리갈
2022-03-07 00:50:44
결국 공인인증서의 잔영은 여전히 유효하네요...
대왕고래님의 심정에 100% 공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IT분야에서 개혁한다 뭐다 했는데 그 결과가 이런 상황이라니, 분통터지지 않는 게 오히려 더욱 이상할 거예요.
그나저나 그 연구소는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할까요. 어떻게 보면 국내학위 불신이라는 자기당착 같은데요.
정말 고생 많이 하시네요. 일단 잠깐 쉬시는 게 좋을 듯해요.
SiteOwner
2022-03-13 14:29:40
우선, 고생 많이 하신 점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2020년 5월에 지적했던 공인인증서 문제가 여전히...결국 이 긴 시간 동안 해결된 건 없었고 여전히 공인인증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군요. 진짜 이런 제도는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유지하는지가 의문스럽습니다. 마음에 드는 업자 돈주기인 것인지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지만...
해외경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건 꽤나 씁쓸합니다.
운영진으로서 말씀드립니다. 되도록 문장부호는 생략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