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위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데다 그에 앞서 철도의 퇴조는 이미 뒤집어져 세계 주요국가들이 고속전철 건설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어요. 게다가 자율주행 전동화물선도 나오는 등 여러모로 교통수단에 전기동력이 도입되고 있기도 해요. 그렇지만 항공기에서만큼은 전기동력의 도입이 그렇게 활발하지 않아요. 이미 2019년 12월 10일에 완전전기추진의 상업용 항공기 시험비행 성공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에서는 전기추진이 별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일단 다른 교통수단의 이동방식을 보면 답이 바로 나올 거예요.
자동차든 철도차량이든 선박이든 기본적으로는 동력으로 추진축을 돌리는 방식으로 움직여요.
자동차나 철도차량의 경우는 차축에 고정된 바퀴가 의도한 표면과의 마찰을 통해 움직이는 방식으로 동력이 사용되고, 그 동력은 내연기관에서 유래하든 전기동력에서 유래하든 상관없기 마련이죠. 차륜을 구동용으로 쓰지 않고 레일 위에 떠서 달리는 리니어모터카의 경우는 오히려 전기동력이 아니면 운용이 불가능하니까 오히려 이쪽은 무조건 전기동력이라야 하겠지만요. 선박의 경우는 스크류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이든 워터제트방식이든 모두 추진축이 필요해요. 그러니 이것도 추진축을 돌리는 동력원이 내연기관일 수도 있고 전기동력일 수도 있다 보니 전기동력으로의 이행은 아주 어렵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항공기의 경우 오늘날의 고속장거리수송의 대세는 제트엔진. 이것은 엔진에서 연소에 의해 발생한 고온고압의 가스를 배출시키면서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라서 전기동력은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러면 육상교통이나 해상교통에서처럼 추진축을 돌리는 동력방식이 프로펠러기나 헬리콥터에서는 많이 쓰일법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아요. 왜 그럴까요?
문제는 질량당 에너지비율(Specific Energy) 및 에너지밀도(Energy Density).
항공기의 연료로 가장 널리 쓰이는 등유 기반의 항공유의 경우, 1kg당 에너지는 43MJ(메가줄)이고 1리터당 에너지는 35MJ. 그러나 전기자동차 등에 많이 채택된 리튬이온전지는 1kg당 에너지가 높아야 0.875MJ이예요. 단 밀도가 높다 보니 에너지 밀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아야 2.63MJ. 이렇게 항공유의 1/10도 안되는 터라 에너지를 수납할 공간이 현재의 항공기의 연료탱크의 10배는 훨씬 넘어야 하는데 그러면 여객이나 화물의 수송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되어요. 600여명의 승객이 탄 채로 대륙횡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A380 여객기조차도 수송공간을 그대로 확보한 채 전기동력으로 전환할 경우 날 수 있는 거리는 불과 1,500km 정도로 사실상 쓰지 못할 레벨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만일 질량당 에너지비율도 에너지밀도도 높은 배터리가 나와도 또 하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치명적이죠.
기존의 항공기는 비행하면서 계속 연료를 소모해요. 그렇다 보니 최대착륙중량은 반드시 최대이륙중량보다 적어지는 것이고, 항공기의 바퀴, 골격 등도 착륙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면서 구조중량과 생산비용을 과도히 늘리지 않는 최적점에서 결정되어요. 하지만 전기추진의 경우 배터리 자체의 질량은 줄어들지 않아요. 이렇게 구조중량 자체가 더 커지다 보니 바퀴나 골격 또한 그 점을 감안하여 설계되어야 하는데 최대착륙중량이 내연기관의 경우보다 반드시 커야 하니까 여기에서 항속거리가 줄어든다든지 수송을 위한 내부용적이 적어진다든지 구조중량이 늘어나더라도 착륙충격이 증가하여 내연기관을 사용한 항공기보다 운용수명이 짧아지는 문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요.
이것이 단지 기우만으로 끝나기 힘든 문제가 이미 20세기에 일어났어요. 바로 비행정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것이죠.
비행정(Flying Boat, Amphibian)은 항공기의 태동기에 여러모로 각광받았고 특히 필요할 경우는 수면에 내려서 대기할 수 있었다 보니 운용의 안전 면에서도 우월했어요. 그런데도 비행정은 더 이상 주력이 되지 않고 퇴조하여 요즘은 특수한 용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뿐이죠. 수면에서 운용하는 특성상 선박처럼 부식대책이 필요한데다 공기보다 월등히 높은 물의 힘을 이기기 위해서 수면이 접촉하는 부분의 구조강도 또한 더욱 높게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전반적인 중량증가로 이어져서예요. 물론 비행장이 보다 더 잘 정비되어 육상의 활주로에서 운용하는 편이 더욱 편리하게 되었다 보니 항공기의 형태가 반드시 비행정이라야 할 이유도 없어졌으니까 오늘날은 비행정이 그다지 많이 생산되지도 않아요.
그래서 결국 항공기는 내연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숙명.
이 점을 노렸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환경운동가들은 항공기 이용이 환경에의 적인 양 마타도어를 일삼고 항공기 이용을 줄이거나 없애라고 과격하게 나서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어떠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기에 동의 자체를 할 수 없어요.
기술적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것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SAF). 바로 이것이 앞으로의 항공기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으리라 전망되어요.
그럼 다음 글에서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에 대해 알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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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2-04-25 23:55:12
무게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 못했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당연하네요.
애초에 무게를 변수로 두지 않고 설계를 하면 당연히 사고가 생길테고... 항공기니까 더더욱 그런 불량은 허용될 수가 없겠죠.
마드리갈
2022-04-26 00:04:28
보통 최대이륙중량과 최대착륙중량의 문제는 항공분야에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일반적이예요.
바로 그게 복병이고 유독 항공기에서 전기추진이 연구되어도 그 진척이 더딘 게 그래서이기도 하죠.
그 착륙중량 문제는 이런 일이 만들기도 하죠.
항공기가 이륙직후 긴급착륙을 해야 할 때는 연료를 버려야 해요. 그 경우 선회하거나 강제로 연료버림 기능을 이용하여 일정 장소의 상공에서 연료를 버릴 일이 생기죠. 여객기의 경우 수십톤 정도는 버려야 하고 안 그러면 착륙하다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항공기로 핵폭탄을 운용할 때 사용하지 않은 것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갖고 와야 하니까 핵폭탄 탑재 군용기는 보통 다른 무장을 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