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5월 1일. 흔히 이 날을 노동자의 날, 노동절, 메이데이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노동계나 북한에서 관련행사로 잘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노래의 기원을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의 제국주의 및 공산주의 운동, 북한의 폭압체제 및 우리나라의 운동권 관련의 행태가 서술되어 있으므로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에 따른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해당 조항 및 추가사항에 따라 소개된 각종 사조에 대한 명시적인 반대 및 음악사적인 탐구 목적에서의 게시물 작성 및 개별악곡의 인용을 하였음을 밝혀둡니다.
일본에서 들어라 만국의 노동자(聞け万国の労働者) 또는 메이데이가(メーデー歌) 제하로 통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아주 웅장하고 결의에 찬 이 노래는 1922년에 등장하여 100주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노동계 일각에서 쓰입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바로 이것이 그 노래로, 당시 이케가이철공소(池貝鉄工所)의 직원이자 노동조합원이었던 오오바 이사무(大場勇)가 가사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이 소개될 때 유독 작곡가에 대해서는 작사가만큼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소개되지 않는 듯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이 노래의 정체는 약간 혼란스러운데, 2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는 1901년에 만들어진 구제(旧制) 제1고등학교(현재의 도쿄대학 교양학부, 치바대학 의학부 및 치바대학 약학부) 기숙사의 노래. 당시 재학생 쿠리바야시 우이치(栗林宇一)가 멜로디를 만들고 시오타 타마키(塩田環)가 가사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노래의 제목은 첫 소절을 딴 아무르강의 유혈과(アムール川の流血や)라는 제목으로 통합니다. 이미 러시아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 바로 드러납니다.
이것은 1904년에 제1고등학교 내에서 가사가 새로이 붙여진 정로가(征露歌), 즉 러시아 정벌의 노래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랄의 저편(ウラルの彼方)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운명을 건 러시아와의 일전을 각오하는 의지가 잘 나타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계림(鶏林), 팔도(八道) 등 한국의 통칭도 언급되어 있는 등 가사를 읽어나가다 보면 역사관련 지식도 상당히 많이 쌓이고 당시 일본의 식자층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엿보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우랄의 저편.
아시다시피, 세계최초의 공산주의국가는 제정러시아를 타도하고 세워진 소련입니다.
그리고 소련이 세계최초로 국가지도이념으로 채택한 공산주의는 이미 산업혁명기와 함께 세계각지에서 발생하던 노동쟁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무산계급 해방이라는 기치하에 전세계적인 호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소련의 활약상에 열광하였고 소련을 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22년에 등장한 메이데이가는, 그 기원이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 나아가서는 적대심을 표출하는 노래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100년 전의 일인데다 확실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추정의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만, 반러적인 멜로디의 노래에 친소적인 가사를 입혀서 쓰는 이상 멜로디의 출처를 굳이 알려서 좋을 일은 없었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둘째 설.
이것은 1899년에 일본의 군인이자 작곡가인 나가이 켄시(永井建子, 1865-1940)가 작곡한 군가인 쇼난코(小楠公).
쇼난코란 일본 남북조시대의 남조의 천황이었던 고무라카와텐노(後村上天皇, 1328-1368)의 신하였던 무관 쿠스노키 마사츠라(楠木正行)를 가리키는 말로, 같은 집안의 쿠스노키 마사시게(楠木正成, 1294-1336)가 명치유신 이후 다이난코(大楠公)로 불린 데에 따라 대칭적으로 그렇게 불립니다.
이 쇼난코 음원은 당대의 것은 현 시점에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및 메구리네 루카로 재현해 놓은 것이 있군요. 이것들을 대신 소개해 놓겠습니다. 확실히 위에 소개된 음원과 동일한 멜로디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우선은 하츠네 미쿠.
그 다음은 메구리네 루카.
이 멜로디는 1911년에 보병의 본령(歩兵の本領)이라는 이름의 군가로 재등장했습니다.
작사가는 당시 육군중앙유년학교의 제10기생이었던 카토 아키카츠(加藤明勝). 10절까지 있는 이 노래는 학교차원뿐만 아니라 육군 전체에 파급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각급학교의 음악교과서에 개사된 창가가 실리거나 교가, 응원가 등으로 채택되어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후 미군정에서 이 노래의 연주나 방송을 금지시키면서 위기를 맞게 됩니다만, 이후 미군정의 규제도 해제되고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이 주권을 회복하자 이 노래도 복권되어, 1954년에 창설된 육상자위대에서도 채택됩니다. 사실 가사 자체는 보병으로서의 의무와 긍지를 다룬 곡이고 위에서 소개된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 같은 것은 없는, 순수한 군가 그 자체입니다. 단 육상자위대에는 보병이라는 병과명이 보통과(普通科)로 바뀌어 악곡의 제목이 보통과의 본령(普通科の本領)으로 바뀌었고 가사도 일부 변경되어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보병의 본령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독창자는 이토 히사오(伊藤久男, 1910-1983).
이렇게 2가지 설이 있는 이 멜로디에 대해 과거에는 1901년의 첫째 설이 정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1899년의 둘째 설이 정설로 굳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2009년에 성악가 겸 연구가인 아이카와 유미(藍川由美, 1956년생)가 밝혀낸 것입니다. 시간적으로도 둘째 설이 타당한데다 그것을 입증하는 문헌도 발견되어 있어서입니다.
이 멜로디는 미얀마의 군가에도 유용되어 있습니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반일기조를 천명하는 국가인데, 기묘하게도 미얀마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군가가 일본의 멜로디라니 대체 이것은 무슨 역설일까요. 이미 일본내에서도 이런 역설이 벌어졌는데 해외에서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미얀마판 군가도 소개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놀라기에는 아직 모자랍니다.
북한에서도 이 노래가 "들어라 만국의 노동자" 라는 이름으로 연주됩니다.
이것은 포럼의 이용규칙 금지사항 제1조의 추가사항에서 "북한의 각종 매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직접 인용할 수 없습니다." 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둔 이상 저 또한 본문에 임베드할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에서 "들어라 만국의 노동자" 또는 "朝鮮人民軍に受け継がれる日本軍歌(조선인민군에 계승되는 일본군가, 8:09부터)" 로 검색하셔서 열람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이제 끝일까요? 아닙니다.
놀랄 것은 또 하나 남아 있습니다.
1970년 1월에 나온 진짜 노동자라는 앨범에 수록된 노래입니다(정보 바로가기).
바로 이것입니다. 시작부터 45초까지의 멜로디가 해당되는데 가사에 "섬나라 원수들을 쓸어버리고" 라는 것이 있는데, 일본이 없었다면 이 노래는 어떻게 만들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적어도 선택적 반일이 유서깊다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후반의 멜로디에도 할 말이 있습니다만 그건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으면 다루어볼까 싶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역사를 가진 이 악곡, 어떻습니까?
저의 감상평도 이 멜로디로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사카의 슬럼가에서 기묘하게 연주된 이 노래로.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엑스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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