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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에 쓴 글인 항공기는 역시 내연기관에 의존해야 한다의 후속편으로서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에 대해서 다루어 볼께요.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에 대한 개관.
항공연료의 주류는 역시 천연석유를 정제하여 만들어지는 등유 기반의 제트연료.
과거에 피스톤엔진이 주류였을 때에는 항공용 하이옥탄 가솔린이 주류였지만 이것은 유증기가 많아서 폭발위험이 높았는데다 가격이 매우 높았죠. 하지만 가스터빈의 경우 그런 가솔린보다는 등유 기반의 제트연료가 유증기가 적게 발생하여 폭발위험이 억제되는데다 대략 섭씨 -47도(=화씨 -52.6도)까지의 내한성도 확보되다 보니 극심한 저온환경이 아닌 한 대부분의 환경에서 운용가능하고 가격도 가솔린보다는 저렴한 이점이 있어요. 참고로 항공유 가격은 항공사업자들이 조직한 국제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IATA)에서 가격정보를 공개해 놓고 있으니 참조를 부탁드려요(Jet Fuel Price Monitor 바로가기, 영어).
문제는 이 항공연료 또한 대부분의 경우 천연석유에 의존하다 보니 천연석유의 수급상황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 위에 소개된 항공유 가격정보에서 보듯이 항공유 가격의 전세계 평균은 1년 전에 비해 49.4% 올라 있고, 2000년의 가격지수와 비교해 보면 거의 5배 가까이로 폭등해 있다는 것도 확연히 보일 거예요. 이러니 어떻게든 항공연료의 수급원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사실,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항공연료의 개발역사는 의외로 오래 되었어요.
그 역사는 1925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Franz Fischer, 1877-1947)와 한스 트롭쉬(Hans Tropsch, 1889-1935)가 개발한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이 바로 그것으로, 금속촉매를 사용하여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섭씨 150-300도(화씨 302-572도) 정도의 온도범위에 반응시키면 이것이 액체상태의 탄화수소로 변환된다는 것이죠. 독일의 국토에는 석유는 거의 나지 않지만 석탄은 361억톤 이상으로 세계 7위의 확인된 가채매장량을 자랑하는데다 독일의 전력의 25% 이상은 갈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에서 얻어지고 있어요. 이러한 독일에서 석유 없이 액체연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였고, 실제로 나치독일군의 차량 및 항공기 연료의 상당량이 그렇게 제조돈 합성석유에 의존했어요. 하지만 생산비가 높은 약점은 어쩔 수 없었고 탄광이 계속 가동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었어요. 결국 독일이 루마니아를 침공한 것도 루마니아 각지에 있는 유전을 확보하여 군장비 운용을 위해 석유를 확보해야 했다 보니 일어난 것이었지만요. 게다가 피셔-트롭쉬 공법의 창안자 중 프란츠 피셔가 독일 제3제국의 출범후 나치당원이 된 것은 공중질소고정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여 질소비료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연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의 기술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화학전에 대거 동원된 것과 같이 큰 오점으로 남았어요.
이 기술은 잊혀지는가 싶었지만, 1955년에 남아프리카에서 부활했어요.
남아프리카의 사솔(SASOL)이라는 기업이 바로 합성석유 관련의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1950년 설립 이래 1955년부터 피셔-트롭쉬 공법으로 합성석유 생산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어요. 남아프리카는 세계적인 자원부국이면서도 유독 석유만 없는 약점이 있었지만 그 약점을 합성석유로 대거 극복할 수 있었는데다 미국, 독일 등의 전통의 선진국에 진출했음은 물론 산유국이자 가스 생산의 메이저 국가인 카타르에도 진출하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석유생산에서는 소수파이지만 가스 생산량 및 부존량이 많은 카타르에서는 가스를 이용하여 제조되는 합성석유가 2009년부터 국영항공사 카타르항공(Qatar Airways)에서 이용되고 있어요. 이렇게 석유에서 직접 유래하지 않는 항공연료도 아직은 소규모이지만 계속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미 위에서 보았듯이, 피셔-트롭쉬 공법으로는 일산화탄소, 수소, 반복적으로 재사용가능한 금속촉매 및 다량의 열이 있으면 가솔린이나 등유같은 액체연료를 제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얻는 방법은 석탄이나 가스 등의 다른 천연자원일 수도 있고, 그것 이외에도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제철소 등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배기가스, 해저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동식물에서 얻어지는 바이오매스(Biomass) 및 자연의 물. 그리고 열 또한 원자로의 가동에서 생성되는 열이면 온도범위도 적당하죠. 그렇다 보니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 초기부터 합성석유와 원자력발전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었어요.
그러면 다시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정보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는 의외로 행보를 많이 넓히고 있어요.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 볼께요.
이미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를 사용한 항공편은 2016년 이래 37만편. 연간 항공편이 100만편을 넘는 터라 아직은 소수파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미 상당히 진전되었다는 것이 보여요. SAF를 경험한 항공사는 최소 45개. 게다가 2021년의 SAF 생산량은 1억리터(=77,500-84,000톤)에 달할 예정인데다 그 분량의 14배에 달하는 분량이 선도구매계약된 상태에 있어요. 배출물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매력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러면, 다음주 월요일에는 이렇게 지속가능한 항공연료가 얼마나 진전되어 있는지 사례를 보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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