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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체발전소 설치가 과연 친환경에 위배될까

마드리갈, 2022-05-12 21:00:09

조회 수
142

이제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사업장에서 자체발전소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어요.
이전에는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의 제철소 사업장에서 부생가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가 자체발전소의 전부였어요. 부생가스란 특별한 것은 아니고 부산물로 얻어지는 가스. 철광석을 녹여 선철을 생산하는 과정인 제철에서는 일산화탄소와 수소 등의 성분이 함유된 부생가스가 다량 발생하는데다 이것은 그 자체로도 연료로 사용가능해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가 보급되기 전에 도시가스로 많이 쓰였다가 지금은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있어서 가정용으로는 이제 거의 쓰이지 않는 수성가스(Water Gas)가 예의 부생가스와 꽤나 비슷한 것이죠. 그런 것들은 제철소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용도로 자체발전소에서 소비되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국내의 주요 대기업들이 자체발전소를 보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당장 비철금속기업의 세계적인 강자인 고려아연이 2021년부터 자체발전소를 가동한 데에 이어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 및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자체전력충당용으로 LNG 화력발전소를 세울 예정에 있어요. 자세한 것은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시기를 당부드려요.
우리 공장 전력, 아예 우리가 생산하겠소, 2022년 5월 12일 조선일보 기사

여기에서 "RE100" 이라는 키워드를 볼 필요가 있어요.
일각에서 이런 자체발전소가 문제의 RE100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올해 있었던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RE100이 뭔지 간단히 보기로 할께요.

RE100이란, 공식 웹사이트도 있는 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공식사이트 바로가기, 영어).
글자 그대로 Renewable Energy 100%를 줄인 것임이 보여요. 현재는 전세계 370개 기업이 이 RE100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업 이름을 보면 바로 알만한 것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요. 우리나라의 기업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고려아연,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인천국제공항, KB금융그룹,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대우,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주식회사,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롯데칠성음료의 19개 기업이 빠르면 2020년부터 RE100의 회원이 되어 있어요.

비판하는 측에서는 화력발전,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LNG발전이 재생에너지 100% 지향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물론 이 지적도 완전히 허무맹랑하거나 무가치한 것은 아니죠. 그러나 이 비판의 논리에서 잊고 있는 게 있어요. 에너지관리는 총량적으로 수행되어야 하고 또한 에너지는 변환을 거치면서 사용가능한 총량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것을 간과한 비판은 의미가 없어요.

전력손실에 관한 간단한 자료를 볼께요.

전력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공식까지는 필요없지만, 전류의 크기의 제곱과 저항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만 알아두면 되어요. 어차피 저항은 케이블 자체의 소재가 바뀌거나 케이블의 물리적인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 한은 답이 없으니 중요한 것은 전류의 크기. 그래서 소수의 발전소로 전국을 커버하는 전력망을 운영하는 경우는 전압을 높이고 전류를 낮추는 방법으로 손실을 줄여서 가용 전력을 늘리는 방법이 필수적이죠. 이미 19세기 후반의 미국의 전류전쟁(Current War)에서, 전압을 쉽게 조정할 수 있고 대용량 광역송전이 가능한 웨스팅하우스의 교류송전이 소규모의 지역단위 전력망 정도밖에 대응하지 못하는 에디슨의 직류송전을 이겨 버린 것에서도 드러난데다 20세기 후반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정용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승압하는 프로젝트가 완료되기도 했어요.

그러면 자체발전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앞에서 이야기했듯 케이블의 물리적인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 한은 답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 명제의 대우를 취하는 것이죠. 정답은 바로 케이블의 물리적인 크기를 바꾼다. 발전소를 공장 근처나 내부에 건설한다면 그만큼 케이블의 길이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기존의 전력망이 원거리 송전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승압했다가 현장에서 쓸 때 강압하는 등의 절차도 많이 줄일 수 있어요. 특히 발전설비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바로 생산설비에 쓰이는 전압과 같다면 송전 및 변환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에 이것 이상의 것이 없어요. 게다가 이렇게 할 경우 송전선의 제조원료로 많이 쓰이지만 매년 대폭 단가가 앙등하는 비철금속 자재인 구리, 알루미늄의 사용량도 대폭 삭감할 수 있어요. 바로 이렇게 하는 게 친환경이죠.

에너지절감은 다른 방법으로도 구현할 수 있어요.
일례로 독일의 자동차기업인 포르쉐(Porsche)가 있어요. 포르쉐는 자사 공장으로의 각종 자재 및 부품의 반입과 완성차 출고에 모두 철도를 사용하고 있어요. 같은 수송량이라도 자동차보다 철도가 에너지효율이 월등하게 높아서 실제로 에너지절감을 달성하고 있어요. 포르쉐는 RE100 회원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기업이 친환경기업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또한 기업경영은 이윤창출이 목적이고, 그 이윤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것도 상기해야겠죠. 그 다방면의 노력에는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실천한다든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포함되어요. 즉 RE100이 방법이라면 앞서 언급한 자체발전소나 철도물류 같은 것들 또한 방법. 그러니 RE100이 금과옥조인 양 단정해서 각 기업들의 노선을 폄훼해서도 안될 일이죠. 만일 RE100 실천을 하다가 도산해 버리면 누가 그 기업을 회생시켜 주기라도 할 건지.

미국이나 캐나다의 오지의 소규모 촌락에서는 간혹 토네이도나 폭설 등의 자연재해로 한겨울에 전력공급이 끊겨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는 참극도 벌어지고 있고, 국토가 크지 않고 전력망 및 유지보수네트워크가 조밀한 우리나라에서도 어쩌다 정전 등이 일어나면 공장이 가동중단되거나 데이터센터의 서버가 손상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죠. 게다가 지난 5년간 밀어붙인 탈원전 기조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도 언제나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보니 리스크 회피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기도 할 거예요.
오히려, 저는 이런 자체발전소 구축이 너무 때가 늦었던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어요. 글로벌 발전솔루션 기업의 고객사 중 한국기업이 해당되는 경우가 이상하게도 적었다 보니. 그래도 앞으로 충실하게 잘 갖춰 나가면 되는 거니까요.


그나저나, 인용한 기사의 제목이 영 마음에 안 드네요. 꼭 저런 식으로 안 지으면 뭔가 탈이 난다는 걸까요. "기업이 자체발전소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도면 좋을 것을 저렇게 쓸데없이 판소리풍으로 쓰네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2-05-17 23:24:19

무조건 신재생에너지!!! 하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죠. 분석을 토대로 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가 되어야하죠.

기업에서도 그냥 귀찮으니까 기존의 발전소를 굴리는게 아니라, 기업 내에서의 판단을 기반으로 진행한 건일테고요. 그걸 설득하려면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가져와야 하고요.

마드리갈

2022-05-18 00:25:02

그럼요. 이미 특정 도그마에 사로잡혀 패착과 자기모순에 빠져서는 안되겠죠.

독일이 탈원전을 급속도로 추진하면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기료는 폭등해서 독일의 국민생활수준은 기본부하가 매우 높은 상태로 소득수준에 비해 그리 넉넉하지 않아요. 게다가 산업경쟁력은 곤두박질쳐서 신뢰의 상징이던 Made in Germany도 품질이 예전같지는 않은 상태가 되었는데다 정말 친환경을 달성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결국 독일 자체 전력수급은 독일에 풍부하게 부존중인 갈탄화력발전에 더욱 높게 의존해서 온실가스 배출은 폭등했고, 탈원전으로 독일 내의 원전가동률은 낮아졌지만 이웃한 프랑스나 폴란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구입하니까 결국 국외의 원전을 더욱 이용하게 된 것이죠. 게다가 대안이랍시고 러시아에서 가스와 석유를 대거 수입해서 결국 악당국가 러시아를 연명시켜 줬어요. 그러니 독일의 탈원전은 탈원전 자체도 달성못하고 신재생에너지도 조달못해서 석탄, 가스 및 석유에 더욱 의존하고 국민생활수준과 산업경쟁력은 저하시킨, 슬로건 하나로 강국을 약체화시킨 바보짓이었어요.


기업의 자체발전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그렇게 흐를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각종 혁신은 슬로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는가 연구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만들어요. 기업의 자체발전소는 그 점에서 에너지 총량에서 손실분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서 효과가 기대되어요.

마드리갈

2022-12-16 23:41:43

2022년 12월 16일 업데이트


부생가스 연소를 동력으로 하는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이용한 발전도 화력발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어요.

대구고등법원이 포스코에너지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청장과 전라남도 광양시장을 상대로 낸 지역자원시설세 경정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어요.

대구고법의 판단은 일단 과학적인 사실에 부합하지만 문제는 지역자원시설세의 목적세적 성격에 있어요. 부생가스 발전이 화력발전이니까 곧 주민기피시설로 간주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의문이 있으니까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부생가스 이용한 발전도 화력발전”…대구고법, 포스코에너지 항소 기각, 2022년 8월 28일 경북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9-14 15:31:23

2023년 9월 14일 업데이트


이번에는 새로이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구내발전소에 대한 여야대립을 소개해 볼께요.

세계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될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은 LNG발전 설립계획을 취소하고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공급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황당한 발목잡기라고 반발하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트렌드인 RE100을 외면하고 이게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 당시의 에너지정책이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고 LNG발전을 늘리는 쪽으로 추진된 것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미사용으로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사실상 벌금인 부가금을 내는 건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네요.


관련보도를 셋 소개할께요.

[단독] "9조 손해봤다"…文탈원전에 '신한울1·2' 대신 LNG발전, 2023년 9월 12일 중앙일보 기사

野 “용인 반도체산단에 태양광 깔아야” 與 “막대한 손실 뻔히 예상”, 2023년 9월 13일 조선일보 기사

아시아나는 파리 공항 내릴 때마다 벌금 낸다, 왜?, 2023년 9월 14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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