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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철도로 본 세계속의 한국은 어느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을까요?

물론 한국은 고속철도, 즉 상업운전속도 200km/h 이상의 철도를 운영하는 나라이긴 해요. 그런데 의외로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극소수의 국가만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예요.

일단 세계 지역별로 살펴볼까요?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세계 최초로 고속전철 신칸센을 개통한 이래, 한국, 중국, 대만, 터키,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가 운영하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최초로 TGV 네트워크를 출범시켰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폴란드, 덴마크, 그리스, 불가리아가 운영중에 있어요.

미주에는 미국이 동부지역에 Acela Express라는 고속철도를 운행하는 게 전부예요.


이상의 사항을 종합해 보니, 고속철도 운영국은 생각보다 많아요. 모두 24개국.

널리 알려진 것처럼 손꼽을 만큼 적은 것도 아니네요, 그렇죠?


자, 그럼 여기에서 반론이 나올 때도 되었으니 한번 들어볼까요?

자체개발이 아니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같이 작은 나라는 기껏해야 프랑스의 네트워크를 연장한 데에 불과하고, 국토가 더 큰 한국의 철도의 위상이 더 높을 것이다, 국가경제가 더 큰데 철도위상이 작을 리가 있을까 등등, 네, 아주 많아요.

그럼 이제부터는 사실을 들여다볼까요? 국가별 통계부터. 2011년 기준 국가별 GDP의 국제연합 통계상 한국이 15위니까 대략 30위까지의 국가의 철도영업거리를 보도록 해요. 영업거리는 국제철도연맹(UIC)의 데이터에서 가져왔어요.

  1. 미국 - 224,792km
  2. 중국 - 86,000km
  3. 일본 - 23,474km
  4. 독일 - 41,981km
  5. 프랑스 - 29,640km
  6. 브라질 - 28,538km
  7. 영국 - 16,321km
  8. 이탈리아 - 24,179km
  9. 인도 - 63,794km
  10. 러시아 - 87,157km
  11. 캐나다 - 46,552km
  12. 호주 - 38,445km
  13. 스페인 - 15,064km
  14. 멕시코 - 26,704km
  15. 한국 - 3,381km
  16. 인도네시아 - 8,529km
  17. 네덜란드 - 2,896km
  18. 터키 - 12,000km
  19. 스위스 - 5,603km
  20. 사우디아라비아 - 1,412km
  21. 스웨덴 - 12,821km
  22. 이란 - 11,106km
  23. 벨기에 - 3,513km
  24. 폴란드 - 19,627km
  25. 노르웨이 - 4,114km
  26. 아르헨티나 - 36,966km
  27. 오스트리아 - 5,927km
  28. 남아프리카 - 20,247km
  29. 태국 - 4,071km
  30. 아랍에미리트 - 52km

자, 이 중에서 한국보다 철도영업거리가 적은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실래요?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나오네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고, 아랍에미리트야 산업의 대부분이 석유수출이라서 해안지대에 인구가 밀집하는데다 소득이 높아 너나할 것 없이 자동차를 소유하니까 그렇다 쳐도, 한국보다 훨씬 국토가 작은 네덜란드보다 간신히 철도가 더 많을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한국이 경제규모에 비해 철도규모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겠죠?


참고로, 한국과 비슷한 3,000km대 철도영업거리를 지닌 나라는 어디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 미얀마 - 3,955km
  • 세르비아 - 3,809km
  • 슬로바키아 - 3,658km
  • 나이지리아 - 3,528km
  • 벨기에 - 3,513km
  • 한국 - 3,381km
  • 투르크메니스탄 - 3,181km
  • 베트남 - 3,147km
  • 모잠비크 - 3,116km
  • 짐바브웨 - 3,000km

위의 세계 GDP 상위 30개국과 비교하면 나오는 나라 자체가 크게 달라지죠?

두 리스트에 둘 다 나오는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 이 2개국을 제외하면 저개발국, 신흥국들이예요.

고속철도가 몇몇 나라의 전유물도 아닌데다 철도네트워크 자체의 규모도 작아서 경제규모에도 걸맞지 않아요. 이제 그 고속철도 운영국이라는 자부심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다음 글에서 더욱 깊이 알아보도록 하지요.



다음 회차에서는 국가별 통계 B, 즉 더 자세한 비교가 나올 거예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7 댓글

하네카와츠바사

2013-05-31 22:45:47

일본에서 살면서 대한민국의 철도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거짓말 좀 보태서 전철로 밥 배달해도 될 정도...

하네카와츠바사

2013-06-01 02:01:10

지금에 와서 지하철을 새로 판다고 해 봐야 5호선 수준의 깊이가 나오겠죠. (...)

마드리갈

2013-06-01 01:48:54

일본처럼 철도가 생활의 저변에 정착해 있어야 하는데...


사실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가능성은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그런 생각없이 난개발이 이어졌고, 저렴한 철도네트워크 구축의 기회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어요.

지하철은 토공비의 비율이 거의 절반에 다다를 정도로 비용이 높은데다 확장이 어렵고 내연기관식 철도차량은 전혀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에 별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없어요.

대왕고래

2013-06-01 00:28:17

바닥을 치는군요;;; 여러모로 이런이런입니다...

우리나라 철도가 짧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는데... 많이 의외에요.;;;

마드리갈

2013-06-01 01:53:41

경부고속철도 준공 이전에는 마지막 간선철도노선 신설이 무엇이었을까요?

1968년 경전선 준공(순천-진주간 연결)이었어요. 그 이외에는 문경선, 가은선, 진삼선 등의 지선 공사라든지, 충북선, 호남선 등의 복선화 정도였어요. 사실 1945년 시스템의 부분확장형에 지나지 않아요.

그 정도로 한국의 철도네트워크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처진방망이

2013-06-01 00:29:07

다음 부가 기대되네요. 우리나라의 그 자부심이 얼마나 과장되었는지.......

마드리갈

2013-06-01 01:55:01

고속철도도 극소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데다 절대적인 네트워크 규모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품질이 높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통계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한숨을 쉬게 되는 일이 많아요. 그러니 복마전이 따로 없는걸요.


더욱 충격적인 자료는 다음 회차에 나오니까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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