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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화 - 신입부원

시어하트어택, 2022-05-31 23:29:04

조회 수
120

“아니, 형, 이런 건 좀.”
점심시간, 미린고등학교 운동장 앞 벤치. 한 남학생이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옆에 서 있는 170cm 정도 되어 보이는 키의 다른 남학생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야, 이지온, 들어 봐. 내 이야기 들어보면 만화부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걸.”
“아니, 나중에 좀 말하면 안 될까요...”
귀찮은 표정을 하고서 돌아앉은 남학생의 이름은 이지온. 미린고등학교 1학년 A반이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가, 자기 옆에 서 있는 남학생을 향해 홱 돌아보며 말한다.
“저기, 안 지겨워요? 다른 애들한테도 이래요?”
“어, 당연히 그래야지.”
“뭐... 라고요?”
“이게 만화부장이 할 일이거든. 솔선수범해서, 부원들 모집하기.”
“하...”
지온의 옆에 있는 연청색 머리의 남학생은 미린고등학교 만화부의 부장 자윤진. 2학년이다. 1살 차이이고, 꽤 오래전부터 같은 학교에 다녔고,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보여도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윤진은 오래 전부터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 온 반면, 지온은 동아리에는 통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 왔다는 것.
지온이 마구 짜증난다는 얼굴을 하고서 성질을 부리지만, 윤진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오히려 버티고 있다. 마치 지온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라도 하려는 듯.
“그래요, 왜 내가 만화부에 들어가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말해 봐요.”
“너 요즘 초능력자들 주위에 많이 보이지?”
“초능력자... 라니...”
윤진의 입에서 뜬금없이 나온 말에, 지온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다.
“하, 하하하... 아니, 만화부하고 초능력자하고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요즘 주변에 초능력자들 많이 꼬이지?”
“아... 그렇기는 한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니까요?”
윤진의 말에 그렇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지온에게 윤진의 말은 확 와닿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주변에 초능력자가 늘어난 것 같다. 아직 큰 사건이 터진다거나 한 적은 없지만, 왜인지는 모르게 뭔가 일이 하나 터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생각해 봐. 어디 만화에서 많이 본 상황 아니냐?”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만화부에 갈 이유가 되냐 말이죠.”
“좋아, 정 네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윤진은 그러더니 손목에 찬 시계에서 홀로그램을 하나 켜서 보여준다.
“이런 눈요기도 못 하게 된다니까?”
윤진이 보여 준 홀로그램에는 만화에서 많이 본 듯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인다. 누군가는 교복 차림, 또 한 명은 촌스러운 히어로 복장,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메이드 복장. 그런데, 헤어스타일로 보나 얼굴로 보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하나 있다.
“이거 누구죠?”
메이드 복장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은 대충 가지만, 윤진은 일부러 대답을 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지온에게 스스로 말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듯하다.

지온이 막 간지러운 입을 참지 못하고 뭔가 말하려던 그때.
“선배님! 또 시작이에요?”
지온과 윤진의 뒤쪽에서 한 여학생의 조금은 열이 받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할 만큼 했는데, 또요?”
“뭐야, 리사, 너한테도 영업했던 거야?”
“아, 맞아.”
리사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지온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더 들어올 사람 없다는데, 선배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래, 맞다!”
윤진은 그걸 또 놓치지 않고 리사를 돌아보며 말한다.
“우리 만화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해. 알잖아? 너도 만화하고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거. 그러니까, 언제든 생각이 나면 찾아와!”
“아니, 선배님, 좀 적당히 좀 하라고요.”
리사는 예상했다는 듯 한마디 하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여기저기 안 건드린 애들이 없잖아요?”
지온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윤진은 바로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그러면? 여기저기 영업하고 다니니까 저러는 거 아닌가요?”
“틀렸어. 전혀 엉뚱한 데를 짚었다고.”
지온과 리사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 윤진의 입에서 나온다.
“뭐죠, 그러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한테만 이런다는 거 말이지.”
“내가 무슨 가능성이 있다고?”
“항상 봐 왔다니까.”
윤진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너 점심시간에 보면 항상 앉아서 히어로물 만화 보고 있었잖아. 거기에다가 항상 거기 히어로들이 쓰는 능력을 따라하고 있었지. 그것만으로도 자격은 충분해. 그러니까 오라고. 우리 만화부는 너 같은 친구들은 언제든 환영이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윤진은 제 갈 길을 간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윤진의 뒷모습을 보던 지온에게, 자꾸만 윤진의 말이 걸린다. 하긴, 생각해 보니 윤진의 말은 틀린 데가 없다. 다 알고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저절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윤진이, 새삼 무섭다.
“하... 뭐가 환영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날 오후, 수업이 끝난 후.
결국, 궁금증을 견디다 못한 지온은 만화부실 정문 앞에 섰다. 만화부가 있는 곳은 3층, 바로 옆 같은 재단 소속의 미린중학교와의 연결통로 쪽이다. 운동장이나 연습실이 필요한 운동부라든가 도서관을 통째로 쓰는 도서부도 아닌데, 꽤 큰 부실을 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공동 동아리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어디 보자, 시간이... 2시 30분.”
다른 동급생들에 비해 수업이 일찍 끝났기에, 조금은 일찍 올 수 있었다. 주위를 한번 둘러봐도, 미린고등학교의 보라색 칼라 교복은 보이지 않는다. 만화부실 안을 살짝 들여다본다. 몇 명이 앉아서 저마다 만화를 열심히 보고 있다. 교복이라고 해 봤자, 초록색 칼라의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한 명이 고작이다. 나머지는 모두 초등학생들일 거다.
“다들... 만화부원이겠지? 윤진이 형은 아직 안 왔을 테고.”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다시 한번 만화부실 안을 들여다본다.
바로 그때.
한 남자 초등학생과 눈이 마주친다. 머리는 물을 들인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금발이고, 꽁지머리를 묶었고, 붉은 점퍼를 입고 있다. 키는 지온보다는 약간 작아 보이는데, 초등학생치고는 큰 키다. 지온은 우연히 눈이 마주쳤겠거니 하며 만화부실에서 눈을 뗀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만화부실로 들어가 볼 생각을 한다. 조금 숨이라도 고르고 들어갈까 했는데...
“어,,,?”
지온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온이 많이 듣던 목소리는 아니다.
돌아본다.
조금 전에 눈이 마주쳤던, 금발의 초등학생이 지온의 앞에 서 있다.
“형, 우리 만화부였던가...?”
“아... 그건...”
지온의 입에서는 바로 말이 나오지 못한다. 어째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말을 해 보려고 했는데 그 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만화부가 아니면 왜 여기 있어?”
“아니, 그러니까...”
지온의 입에서는 말이 얼른 나오지 않고, 당황했는지 식은땀마저 흘릴 정도다. 여태껏 지온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 앞에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어떨 때는 한참 연상의 어른 앞에서도 주눅들거나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받아치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키는 지온보다 약간 작을 뿐이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형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
그 초등학생이 지온을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지온은 이제 급했는지 손을 내젓기 시작한다.
“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나도 이런 건 하고 싶지 않은데...”
순간, 지온의 몸의 느낌이 가벼워진다. 뭔가 이상하다. 땅바닥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다, 이건. 지온의 온몸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한 기분도 든다. 그리고, 심상치 않다. 지온은 지금, 공중에 떠 있다!
“야,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형이 빨리 말을 안 하잖아.”
“아니...”
지온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상황은 벌어지고 있었다. 지온이 알아차렸을 때는 늦은 것이었다.
“잠깐! 야... 말할 시간은 좀 줘야 할 거 아니야!”
지온이 다급하게 말하지만,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큰일났다. 머리는 지금이라도 뭐라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손과 발은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
“그럼 말해.”
“어... 어...”
“왜 온 거지, 여기?”
“아, 아니,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큰일났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아까 전에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저 입만 겨우 뻥긋거릴 정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초능력도 없는 지온에게는 도저히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다. 제발 누구라도, 누구라도 지온을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는데...

“야! 지온아! 민아!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온의 뒤에서 들려온다. 단번에 알겠다. 다름 아닌...
윤진이, 지온의 뒤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어? 벌써 끝났어요?”
지온은 안도와 의아함이 반반씩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분명 지온 혼자만 수업이 일찍 끝나서 만화부실에 좀 일찍 도착한 것일 텐데, 웬일인가, 윤진뿐만 아니라, 다른 여학생 한 명이 뒤에 서서 ‘왜 저러나’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뭐야... 뒤에도 못 보던 애인데?”
“이제 내가 설명을 해 줄 테니까 좀 진정하고.”
윤진의 말에, 금방이라도 지온에게 뭘 더 할 것 같았던 민이 깊은 숨을 푹 내쉰다. 그러자 지온을 움켜잡은 것만 같았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니, 지온은 바닥에 가볍게 발을 딛는다.
“그러니까...”
윤진이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데, 민이라는 그 초등학생이 입을 연다.
“미안. 나는 또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이상한... 사람이라니?”
“아, 아니야. 별 거 아니라고.”
“그래. 그럼 나부터 소개하면 되나?”
지온은 조금 어색하게 말하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나는 이지온이라고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야. 윤진이 형의 소개로 오게 됐지.”
지온은 윤진을 언급하는 게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냥 와 봤다’고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다.
“어... 형도야?”
지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어 보이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5학년 독고민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만화부에 꽤 오래 있었나 보네?”“오래는 아니고... 1년 좀 안 됐나.”
민은 아직 지온을 경계하는 시선을 완전히 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봤을 때보다는 훨씬 얼굴이 풀어졌다. 지온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다가, 아까 말하려던 게 다시 생각났는지 윤진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런데 윤진이 형.”
“왜?”
윤진이 기다렸다는 듯 지온에게 되묻자, 지온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아까 뭘 말하려고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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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차기작을 올린다고 약속했는데 늦게나마 약속을 지켰습니다.
2화부터는 아직 쓰는 중이라 언제 또 업로드될지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늦어도 여름이 가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제목도 미정이네요. 큰 이변이 없는 한 지금 쓴 제목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만...
조금 여유가 생기면 표지 작업도 하고 일러스트 작업도 본격적으로 해야겠네요.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5 댓글

SiteOwner

2022-06-01 00:11:08

이렇게 신작을 출범시키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정 등에 관해서는 포럼에서 문제삼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 그 점만큼은 걱정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기는 회원의 창작공간이니까요.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하겠습니다.

SiteOwner

2022-06-01 00:24:13

그럼 이제는 내용에 대해서 코멘트하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영업" 의 현장. 저렇게 끈질기게 들러붙으면 저는 어떻게든지 상대의 의도를 좌절시켜버릴 것인데, 지온은 정말 대단하군요. 게다가 초능력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는 윤진의 말을 일단 들어주기는 한다는 게 도량도 크고, 여러모로 기대주입니다. 그래서 윤진이 눈여겨 봤을 것 같기도 하겠습니다.

작중 배경인 미린고등학교 만화부는 초중고 공동동아리...이런 형태도 있군요. 저는 대학 때 타대생들과 교류하는 동아리 활동은 해봤습니다만, 각각 다른 급의 학교 학생들이 같이 활동하는 부활동이란 확실히 색다릅니다. 게다가 그냥 만화부도 아니고 수상한 현상이 일어나니 역시 경계심을 안 풀 수가 없겠군요.

시어하트어택

2022-06-05 22:40:40

사실 저걸 단칼에 거절해 버리면 스토리가 성립이 안 되는지라... 아마 오너님의 말대로 조금 시간을 두고 눈여겨보다가 기회가 되어서 저렇게 '영업'을 하러 왔겠죠.


아무래도 사립학교다 보니 저런 형태의 동아리도 충분히 있을 법합니다. 실제로 저런 학교를 다녀 본 건 아니지만...

마드리갈

2022-06-02 23:22:14

신작소설을 이렇게 또 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허를 찌르는 전개와 다양한 해결방안 그리고 결말을 기대할께요.


확실히, 만화부와 초능력자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죠. 게다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만화부라면 만화가 주종이 되어야지, 초능력자를 말하는 건 일단 오컬트 연구부 같은 곳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같은데...

촌스러운 히어로 복장이나 메이드복 같은 걸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코스프레는 해본 적은 없고, 서울이나 도쿄의 행사장에서 본 게 전부이다 보니...


그나저나 만화부라면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일까요?

역시 창작활동이나 전시회나 좌담회 같은 것도 수반되는 것이겠죠?

시어하트어택

2022-06-05 22:42:12

이 만화부는 원래 목적으로 설립된 건 맞습니다. 다만 이후에 의도치 않게 초능력자가 갑자기 늘어났을 뿐...


만화 전반을 다루는 동아리다 보니 마드리갈님이 말씀하신 활동 분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직 묘사되지 않았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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