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의 건배사 몇 가지가 생각났길래 웹검색을 해봤는데, 당대에 영원무궁할 것처럼 여겨졌던 예의 건배사는 아예 자취를 찾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것 중에는 제목에도 인용된 "개당나발시발조통" 이 있었습니다.
이 건배사는 제가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나이보다도 10여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자 그대로 욕설으로 떡칠해 놓은 것입니다. 분해해 보면 "개나발", "닭나발", "씨발", "좆" 그리고 "똥" 을 합쳐놓았다는 것은 금방 추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욕설 종합선물세트가 어떻게 건배사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사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당시 유통되었던 유머집 단행본이나 신문의 일요판 등에 나왔던 것을 떠올려보면 예의 건배사는 이것의 약어였습니다. "개인과 당신과 나라의 발전과 시국의 발전과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를 줄인 것이라고. 그런데 그런 의미로 만든 건배사이기보다는 욕설을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일단 욕설을 늘어놓고 나중에 정의를 갖다붙인 백크로님(Backronym)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 제가 술을 마실 나이가 될 무렵에는 그런 건배사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있어서 쓸 기회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의 음악그룹 이름도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은 문장을 줄여서 약어로 하려던 것이 대유행했고 그랬습니다. 그래봤자 그 의미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개처럼 짖는 고양이를 찾는 게 더 확률이 높을 정도입니다.
요즘 별별 괴상한 약어가 판치는 것을 보니 이런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비록 개당나발시발조통은 단명해 버리고 말았지만, 지금의 약어들은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생명력도 길겠다는 생각을. 이것이 언어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좋은 사료(史料)가 될지 언어오염이라는 괴물을 먹여살릴 사료(飼料)가 될지는 예측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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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2-06-19 05:44:01
언어란 게 쓰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오래 살아남는 구조(언어의 사회성)이기 때문에 분명 과거보다는 오래 살아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을 입증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먼 미래에 현재의 무수한 약어들을 논하더라도 '약어의 전국시대' 정도로 문단명을 잡고 공중파에 오르내릴 정도의 사례 한두가지만 짚은 후, 나머지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정크푸드' 취급하고 생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iteOwner
2022-06-23 18:59:58
자기딴에는 괜찮아 보이거나 편리해서 만들어낸 수많은 약어들이 결국 인터넷 시대에 조금은 더 오래 살아남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있었는지도 모를 영역으로 편입되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을 운명에 갈 것.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언어의 역사성을 논하기에도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닐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되고 말이지요. 그러니 대단하지도 않은 그런 약어에 자부심을 느끼고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렇게도 외치고 하던 "개당나발시발조통" 은 요즘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런 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현실만 보더라도 이는 명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