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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창작물 속에 나오는 싫은 요소 속편

마드리갈, 2022-06-18 20:30:31

조회 수
177

속편을 쓰게 될 시점이 이제 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토요일 하루가 그렇게 쾌적하게 느껴지지 않은 주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고 그러해요.
여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도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에게는 권장하지 않음을 알려드려요. 게다가 포럼에서는 스포일러에 대한 명문의 규제도 암묵적인 배척도 없어요.

상당히 좋아하는 애니 중에 이과가 사랑에 빠졌기에 증명해 보았다(理系が恋に落ちたので証明してみた。코믹스 웹사이트/애니 웹사이트, 일본어)가 있어요. 대체로 미려한 작화에 특히 주연 캐릭터인 히무로 아야메(氷室菖蒲)에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기도 하고, 러브코미디의 전개에 각종 수학, 통계학 등의 학술적 이론이 동원되는 것도 매력적이라서 좋아하는데, 도중에 이상한 것이 나와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어요.
구체적인 내용은 이런 것이죠.
작중 배경인 국립 사이타마대학에서 열리는 축제 도중, 정보과학부 학부생으로 이케다연구실에서 주로 활동중인 여학생 카나데 코토노하(奏言葉)가 이전의 오키나와에서의 세미나에서 알게 된 도쿄이공대학의 남학생 시키죠 나오야(式城直哉)와 가까운 관계가 되고 사이타마대학 축제에서 시키죠가 카나데에게 고백하게 되어요. 이것을 고사한 카나데는 시키죠가 미리 준비해 온 스턴건에 기절하여, 깨어나 보니 어느 폐건물에 손발이 묶인 채로 결박당해 있었어요. 그리고 시키죠 이외에도 다른 불량배들이 있었어요.

이 상황에서 저는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것같은 충격에 빠졌어요.
결국 시키죠 나오야 및 그의 지인들인 불량배들의 목적은 카나데 코토노하를 납치해서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카나데가 저항하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던 상황에 놀라서 망연자실해 있었어요. 다행히도 같은 연구실의 대학원생 유키무라 신야(雪村心夜)가 위치를 특정해서 그 폐건물을 급습하고 준비해 온 황산, 염산 등의 위험물질(그 중 일부는 가짜)을 뿌려 제압했고, 시키죠 및 지인들은 모두 경찰에 체포되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요.

각종 캐릭터 일러스트를 모을 때 감금, 속박, 굴복 등이 포함된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할만큼 신경을 쓰는 터라, 좋아하는 창작물 속에 그런 끔찍한 상황이 묘사되는 것에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없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되었지만...

게다가, 그 끔찍한 일을 주도한 시키죠 나오야의 성우가 야마야 요시타카(山谷祥生,1992년생)인 것도 꽤나 묘하게 느껴져요.
야마야 요시타카는 2014년에 나온 애니인 일주일간 친구(一週間フレンズ。)의 주연 캐릭터 하세 유우키(長谷祐樹)의 담당성우. 게다가 히무로 아야메의 성우 아마미야 소라(雨宮天, 1993년생)도 그 애니에 또다른 주연 캐릭터인 후지미야 카오리(藤宮香織)로 나오다 보니 그게 같이 생각나서 더욱 떨떠름해지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Lester

2022-06-19 01:34:55

확실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추악한 취급을 받으면 그것 자체로도 불쾌해지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 쳐도 작품 내적으로 이야기 구조(즉 기승전결)가 훌륭히 성립된다면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전에 제가 했던 말과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상황의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성립하고 또 주연 캐릭터에게 구출되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점도 분명히 좋은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작품 외적으로 봤을 때 해당 캐릭터들이 소위 '빗치(성적으로 문란한 여캐릭터의 멸칭)' 논란에 시달리는 것도 절대 아니고. 작중 상황은 작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해당하니 독자가 왈가왈부할 수 없더라도, 거기에 '(설정)구멍'을 냈다면 독자가 충분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거라 봅니다.


사실 저도 본문과 유사한 상황은 많이 있었습니다. 한때 에반게리온의 나기사 카오루(중성적인 외모나 이시다씨의 목소리라든가)에게 빠져 있었을 무렵엔 카오루가 작중 입장상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 원작의 시궁창 전개보다는 그럭저럭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2차 창작 위주(ex. 강철의 걸프렌드 2nd, 이카리 신지 육성계획)로 즐긴 적이 많았고, 지금도 작품 그 자체보다는 캐릭터만 쏙 빼오는 식으로 자유로운 편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캐릭터는 좋은데 작품은 영..." 이런 식으로 거리를 두거나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니까 막 질색할 수준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마음먹고 깔 수는 있는데 시간이랑 에너지 낭비 같아서 안 하는 거고.


어쨌든 결론은, 상황 하나만 놓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저한테 현실에서 그러라고 하면 절대 무리지만요. 하도 마음고생이 심해서...

마드리갈

2022-06-19 21:21:13

원작자의 의도를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편이고 또한 말씀하신 것 또한 일반론적으로는 동의할 만하지만, 그렇더라도 창작물을 향유하는 목적이 목적인 이상 이에 대해서 갑자기 싫은 요소가 등장하면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죠. 게다가 이과가 사랑에 빠졌기에 증명해 보았다에서 도중에 납치된 카나데 코토노하는 쿄겐마와시(狂言回し), 즉 스토리라인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고 중심 근처에 있는 작중 서술자의 역할이다 보니 작중의 중심인물인 유키무라 신야의 탁월한 추정능력 및 행동력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하고 또한 이전 회차에서 유키무라의 폭언에 가까운 고언에 대한 카나데의 반발과 그 직후 보인 냉랭한 태도로 발생한 갈등을 해소해 주는 계기로서는 훌륭하게 작동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쿄겐마와시 역할을 하는데다 작중의 거의 유일한 상식인 캐릭터를 저렇게 험하게 다루는 게 과연 답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안 남을 수가 없어요. 적어도, 상황 하나만을 보고 일희일비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예전에 쓴 글이지만, 거의 외울만큼 익숙한 오페라도 있지만 오페라 자체를 썩 좋아하지만은 않아요(근대의 옷과 현대의 옷을 비교하면서 느끼는 것들 참조). 그런 것에도 도중에 나오는 싫은 요소,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진행되고 끝났어야 할까 하는 등의 여러 회의와 함께. 그렇다 보니 클래식 음악에서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이나 현악사중주 등의 순수 기악에 더욱 천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코멘트할께요. 내일 이후에 재개할께요.

대왕고래

2022-06-19 21:26:26

저번에 먹었던 팟타이 생각이 나네요. 고춧가루를 너무 들이부어버리는 바람에 식사가 아니라 고문이 되어버렸죠. 심지어 버리기도 아까워서 그걸 어거지로 다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작품에 뭔가 위기 전개를 넣으려고 억지로 고춧가루를 들이부은 거 같은데, 적당히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미료는 적당히 넣지 않으면 먹는 사람한테 고문이 되고, 그런 위기 전개는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하면 보는 사람에게 고문이 되어버려요.

마드리갈

2022-06-20 17:43:19

주객이 전도되면 정말 여러모로 회의가 들기 마련이죠.

예전에 봤던 애니 중 회장님은 메이드사마(会長はメイド様!)가 있어요. 거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주인공 아유자와 미사키가 미야비가오카 고교의 학생회 간부 중 이가라시 토라의 계략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옷이 더러워지자 어쩔 수 없이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것을 노린 이가라시 토라에게 능욕당할 뻔했지만 뒤따라온 우스이 타쿠미가 구출하여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되었죠. 물론 이 장면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것은 작중의 중심인물이 겪는 수난 중의 하나라서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고 할까요. 이번의 이과가 사랑에 빠졌기에 증명해 보았다의 경우는, 전개상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노면전차라고 생각해서 탄 게 알고 보니 폭주기관차였다는 식의 충격이었다 보니...


정말 말씀하신 그 팟타이의 충격 같은 게 정신적으로 느껴지니 여러모로 얼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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