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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7월 4일에 지방선거 공개보고서를 공개하였어요.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그 정당과 지지자들이나 관계있지 저와는 관계있는 게 아니고 이번 글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니까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코멘트할 생각이 없어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권에서조차도 쓸데없는 약어를 양산한다는 점에 있어요.
언론보도를 한번 볼께요.
민주연구원 “6·1 지선은 ‘완진싸’…검수완박·위장탈당에 자멸”, 2022년 7월 4일 조선일보 기사
쓸데없는 약어는 3개. 검수완박, 졌잘싸, 완진싸가 바로 그거예요.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졌잘싸는 "졌지만 잘 싸웠다", 완진싸는 "완전히 진 싸움" 의 약어인데 이런 어휘가 그렇게까지 필요한지가 의문이예요. 억지로 말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어휘를 충분히 활용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또한 문장이나 어휘를 그렇게까지 줄여서 쓰지 않으면 어딘가 곤란한 일이 발생하는 건지도 이해할 수 없어서 좋아 보이지 않아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통칭 검수완박은 검찰의 형태는 남기되 지금의 위상을 거의 대부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보니 검찰 형해화(形骸化)라고 쓰면 될 일이죠.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어휘는 안타깝게 졌다는 의미의 분패(憤敗)로 바꿔 쓸 수 있고, 완전히 진 싸움은 완패(完敗, Fiasco)로 쓰면 될 일이죠. 끊임없이 이 말 저 말 만든다고 해서 그런 신조어를 일일이 이해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니, 전달할 바를 잘 전달하려면 기존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언어는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타인의 수용을 전제하기도 하는 수단이기도 해요. 담은 논리에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문리적 이해는 가능하게 해 두어야 그게 언어인 것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가 사회의 많은 현안을 지배하는 정치지향적인 사회이다 보니 정치권에서 언어를 잘 써야 할 것이 요구되어요. 하지만 지금의 행태에서 판단해 보자면 그것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보이고 있어요.
신조어도 필요하면 생겨야 하죠. 그래서 신조어 자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불요불급한 신조어를 양산하는 데에 급급하여 정작 중요한 것은 내버려두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온갖 말이 만들어낸 역사가 대체로 불필요한 소모전 내지는 진영논리에 찌들어 싸움을 위한 싸움을 반복하는 데에 급급했던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니 더욱 경계해야겠어요.
또한, 언어의 문제는 "기레기" 라는 멸칭으로 대변되는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도 이것으로 더욱 분명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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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2-07-18 22:05:28
정치권에서 굳이 약어를 쓸 이유가 뭘까 싶네요. 한 글자라도 정확하게 전달해야할 거 같은데....
그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서로 편하게 대충 떠드는 용어를 정치권에서 갖다쓰는 건 자세가 가벼운 거 같아요.
마드리갈
2022-07-18 22:12:15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상황논리에만 급급한 태도가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러니 언어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쓸 때에는 그냥 아무 말이나 갖다 쓰는데, 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동족혐오는 굉장히 짙어요. 그래서 남의 말꼬리를 잡는 데에는 또 귀신같이 예민하고...이러니 코미디 프로그램이 망하죠. 정치가 더 코미디인데...
그리고, 이런 풍조가 사라질 가능성도 현 시점에서는 없어요. 성찰이 없는데 궤도수정이 될 리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