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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성공에 대한 생각

SiteOwner, 2022-08-06 23:48:50

조회 수
172

한국역사상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2022년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발사된 다누리는 성공적으로 발사체와 분리되어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한 후 전이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4개월에 걸친 여정을 통해 달에 접근하고 올해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경에는 목표궤도인 달 상공 100km에 진입할 것이 예상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달 탐사선을 보낸 국가가 됩니다. 그리고 달 연구도 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좀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름을 보다 더 잘 지을 수는 없었는가에 대한 것.
다누리라는 이름은 "달" 과 "누리" 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최초의 달 탐사로 달을 남김없이 누리고 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 이전에 그 이전에 다누리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및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개설한 다문화가족지원포털인 다누리(공식 웹사이트, 13개국어 대응)가 바로 그것. 한국어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현재의 형태는 최소한 2021년에 완성된 것이라는 것을 하단의 저작권 표시를 통해 추정할 수 있고, 조금 더 찾아보면 처음에는 2009년에 발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글자와 발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속했다 보니 의미의 혼동 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인문학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이름은 정녕 없었던 것인지, 그게 떨떠름해집니다.

예전에 마키님께서 소개해 주신 아오시마 1/72 달 주회 위성 카구야(셀레네)를 다시 읽으면서, 이번의 달 탐사선의 이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좀처럼 떨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5 댓글

대왕고래

2022-08-09 20:23:39

좀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름을 지은 건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대단하긴 해요, 달 탐사선을 보낸 국가라...

우리나라도 점점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SiteOwner

2022-08-12 20:41:35

확실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발전하는 모습에서도 그늘이 느껴집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름을 짓는 분야에서 인문학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게 부족하면 애써 개발한 기술의 성과가 퇴색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보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데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집착을 버리는 게 상책인가 싶기도 합니다.

마키

2022-08-12 22:19:55

다른 나라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직관적인 네이밍을 보면 저렇게 밖에 못 짓는건가 아쉽기도 하네요.



이전 마드리갈 님의 글 "이스라엘의 달 탐사 도전" 이라는 글에서도 코멘트 했던 것이지만,


이스라엘: 베레쉬트(???????????, 히브리어로 "태초". 동시에 성경의 "창세기"의 의미도 함축.)

미국: 아폴로 계획(Apollo, 그리스 신화의 태양의 신 "아폴론"의 로마 신화식 표기.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남매.)

러시아: 루나/루나호트(Луна, 로마 신화의 "달의 여신", 동시에 라틴어로 "달" / Луноход, 러시아어로 "달 탐사차".)

일본: 셀레네/카구야(Selene,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 かぐや, 타케토리 모노가타리의 등장인물이자 "달의 공주".)

중국: 상아(嫦娥, 중국 신화의 "달의 여신". 동시에 비유적으로 "달"을 의미하는 단어.)?

인도: 찬드라얀(????????, 산스크리트어 합성어로 직역하면 "달 탐사차".)


자국의 "첫 도전" 이라는 의미가 강한 이스라엘의 베레쉬트 이외엔 전부 각자의 신화나 전설에서 달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거나, 혹은 그러한 의미를 갖도록 만든 단어들로 되어 있죠. 그밖에도 우주선 이름들은 무척이나 재밌는게 많고, 발음이나 의미만으로도 어떤 용도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가령 미국 탐사선의 패스파인더, 익스플로러, 보이저 등의 이름은 전부 탐사, 항해, 수색 등 "무언가를 찾는다"는 의미의 단어로 그 용도를 함축하고 있죠)이라면 장점인 셈이죠.

SiteOwner

2022-09-04 22:21:04

마키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다른 나라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면 할 말이 없어지지요. 바로 이런 데에서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이 얼마나 큰 것인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작년에 인터넷을 달구었던 최악의 군가가 생각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K-컬처 운운하면서 인기를 구가하던 한국문화의 밑천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고 있습니다(2021년에 탄생한 최악의 군가 "육군, We 육군" 참조). 이것이 마냥 기우인 것만 아닌 게, 음악산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활동중단을 초래한 번아웃 증후군 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는데다 국책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명이 다른 나라의 사례만큼 참신하지 않다는 것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SiteOwner

2022-12-17 16:22:05

[2022년 12월 17일 추가]


달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 135일만에 594만km를 여행한 끝에 달 궤도에의 진입을 시도합니다.

이 임무궤도진입기동(Lunar Orbit Insertion, LOI)을 통해 다누리는 시속 7500km로 감속되고 이 결과는 12월 19일에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21일에는 2차 진입기동이 예정되어 있고 최종적으로 12월 29일에 안착 성공여부가 확인되어 안착되면 신년부터 달 탐사임무가 시작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소개되는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누리, 달 궤도 진입 시작…발사 135일 만 (2022년 12월 17일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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