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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략한지도 6개월 반을 넘은 시점.
러시아군의 각종 차량에서는 여러 글자가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러시아어의 키릴문자가 아니라 로마문자였어요. 그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Z였고 그것 이외에도 V 같은 것도 적은 빈도로 보이고 있어요.
왜 Z가 많이 보였는지는 추측이 많았지만, 확실히 밝혀진 것은 러시아 국방부가 3월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밝힌 어원. 그 어원상으로는 Z가 기본적으로 "승리를 위하여" 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어구인 "자 파볘두(За победу)" 를 의미하고 있어요.
바로 이런 식으로 흔히 보이죠.
그리고 이것은 군용차량의 도색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수호성인 성 게오르기우스를 상징하는 성 게오르기우스 리본(Георгиевская ленточка)의 색채로 표현되기도 했어요. 게다가, "스보이흐 녜 브로사옘(Своих Не Бросаем)" 이라는 문구가 첨부된 채로. Z의 의미에 저 추가된 문구를 합쳐 읽으면, "승리를 위하여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의미가 되어요.
이렇게 러시아가 Z를 대대적으로 쓰다 보니 Z는 러시아어의 문자가 아니면서 러시아를 대표하게 되었고 또한 세계적으로 미움받고 있어요. 과거 나치독일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의 원래 이름인 스와스티카(Swastika)에 Z를 합쳐서 즈와스티카(Zwastika)라고 할 정도로.
게다가 Z를 로고나 상품명에 쓰는 기업이 풍평피해를 입기도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스위스의 보험회사인 취리히보험그룹(공식 웹사이트, 영어). 이외에도 일본의 Z홀딩스(공식 웹사이트, 일본어) 같은 기업이라든지, 미국의 IT기업 HP의 워크스테이션 브랜드인 Z(공식 웹사이트, 영어), 일본의 스포츠카인 닛산 페어레이디Z(공식 웹사이트, 일본어) 같은 예가 있어요. 게다가 미국의 창작물 캐릭터 조로(Zorro)의 상징이 칼을 세 번 휘둘러 만든 Z이다 보니 러시아의 남용 이후로는 떨떠름하게 안 보일 수가 없게 되었어요.
Z를 많이 쓰는 독일어가 같이 떠오르네요.
그간 친러노선에 과의존했던 독일은 전체 가스수요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했죠. 그리고 그 대가는 독일의 국가적 에너지비상에 직면한 현실 및 과거 친러성향 지도자들에 대한 성토. 독일의 미래(Zukunft)를 파괴(Zerstören)할 수 있는 게 결국 Z를 표방하는 러시아인가 하는 생각까지 같이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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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잡것취급점
2022-09-15 17:34:28
참으로 조로는 요즘에 영화화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인 셈이네요. 같은 Z를 더 오래전부터 새겨왔는데, 엉뚱하게도 정의로운 스페인 검객이 사악한 라시스트(러시아 파시스트)로 오해받아 흥행이 실패하면......
마드리갈
2022-09-16 22:16:57
조로라는 캐릭터가 나온지 올해로 103년이 되었는데, 올해에 갑자기 러시아군이 Z를 쓰면서 참 이상하게 되었죠. 정말 요즘에 영화화되지 않은 게 다행일 듯해요.
러시아의 행태는 말씀하신 것처럼 파시스트 그 자체죠. 라시즘(Rashism, Ruschism, Russism)이라는 말은 의외로 오래되어서 1995년의 제1차 체첸전쟁 때부터 나왔지만 올해의 침략전쟁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요.
Z가 쓴 오명은 언제가 되어야 벗을 수 있을지...짐작조차 안 가네요.
대왕고래
2022-09-19 16:17:45
새로운 하켄크로이츠가 태어났네요... 아무튼 2차대전때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아무 죄 없는 특정 문양이나 특정 기호들이 더럽혀지고 그러네요. 전혀 좋지가 않네요.
마드리갈
2022-09-19 17:51:42
그나마 하켄크로이츠 같은 건 안 쓰면 되지만, Z는 로마알파벳을 문자로 채택한 언어에서는 다 쓰이는 것이니 사실 문제는 러시아의 Z 남용 쪽이 훨씬 심각해요. 게다가 독일어나 체코어같이 Z 자체를 많이 쓰는 언어도 있다 보니 Z를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져 있어요.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렇게 언어오염을 시킨 것은 그 자체로 불쾌하죠. 의도한 거라면 정말 이번에도 악마가 실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