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주말도 지나가고, 그다음 주 월요일.
어느덧, 미린고등학교의 점심시간이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언제 수업시간에 조용했냐는 듯, 학교 여기저기는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지온은 점심 식사를 다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길이다. 물론 지온 본인이 직접 뛴다든가 하려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구경하러 나가고 싶은 것이다. 농구라든지 축구라든지, 친구들이 하는 것 아무거나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지온은 알고 있다. 이 시간쯤이면 다들 나와 있을 거다. 그리고 몇몇은 이미 나와서 몸을 풀거나, 연습경기를 하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구경거리겠지만, 거기에 더해서 친구들과의 잡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지온이 기대를 품고서 막 1층 문을 나서는데...
“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가 오고 있다.
그것도 꽤 굵은 줄기로 말이다.
“뭐야...”
지온의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분명히, 일기예보에도 없던 하늘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내는 소리. 불안감과 경악에서 나오는 이 소리는, 이윽고 커지더니, 지온의 귀에 확실히 들린다.
“오늘 비 온다는 일기예보 없었잖아.”
“그러게. 농구는 어디서 하고?”
“야, 농구는 체육관 가서 하면 되는데 축구는 어떻게 해?”
하나둘씩, 불안감에서 나온 목소리가 주위를 뒤덮는다. 지온은 얼른 일기예보를 찾아본다. 어제도 보기는 했지만, 지금 다시 확실히 본다. 오늘 비 온다는 뉴스는 없다. 오히려 오늘은 종일 맑고, 습도도 별로 높지 않다고 나온다. 말 그대로다. 아침에 등교할 때, 그리고 1교시와 2교시 쉬는 시간에 하늘을 잠깐 올려다봤는데, 비가 온다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름만 조금 꼈을 뿐, 맑았다.
“아니, 비가 온다고 했던가? 다시 봐도 그런 건 없는데... 분명히 아까 보니까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도 비는커녕 구름만 조금 끼고 맑다고 했는데...”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구름은 아주 좁게 끼어 있다. 딱 네모꼴로 생겼다. 마치, 일부러 구름을 잘라 넣거나, 아니면 네모난 모양으로 빚어서 만든 떡과도 같은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자연적으로는 생길 수 없는 형태의 구름이다.
“구름이... 저런 모양으로도 생길 수가 있나?”
지온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문득 옆에서 현애와 니라차가 주고받는 말이 들린다.
“저거 혹시 네 능력으로도 저렇게 할 수 있냐?”
“아니, 구름에다 했다가는 구름이 얼어서 땅에 떨어질걸.”
“야, 그래도 너는 시도라도 할 수 있잖아.”
니라차는 괜히 땅바닥에다 농구공을 튀기며 짜증섞인 목소리를 낸다.
“저 구름에 얼굴이라도 있었으면 좀 도움이 되는 건데.”
“왜, 구름이라도 조종하게?”
“그랬으면 좋겠다니까. 농구를 못 하게 됐잖아.”
현애와 니라차가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던 지온에게 문득 하나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혹시 이 일, 나디아나 민도 알고 있는 건가?
곧바로 메신저에 메시지를 보내 본다.
[지온 : 혹시 거기도 비 와?]
지온이 메시지를 보내고 1분도 안 되어, 민과 나디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한다.
[민 : 그게 무슨 소리야. 비가 오다니?]
[나디아 : 오늘 비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무슨 이상한 소리 하는 거예요?]
한편 그 시간, 민은 4층 교실에 앉아서 <셀렉트 원>의 지난 회차를 다시 보고 있다.
“오, 여기서 이렇게 변신하던 거였나? 몰랐는데...”
민이 그렇게 한참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있을 때.
[지온 : 미린고 쪽 봐. 비 온다]
“그게 무슨 소리야, 비가 온다니?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메시지를 받자마자, 곧바로 복도로 나와서 미린고등학교 쪽을 보니, 과연 지온의 말대로 미린고에는 비가 오고 있다. 그리고 마치 미린고와 미린중 사이에 차단벽이라도 있는 것 같이, 비가 오는 곳과 안 오는 곳의 경계가 확연히 갈리는 것도 보인다.
“잠깐... 미린고 쪽에만 비가 오잖아. 미린고에만.”
민은 금세 알아낸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인가, 거기에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한다. 민이 아는 범위 안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날씨를 조작하는 능력은 들어 보기는 했지만, 민이 아는 사람 중에는 없다.
“도대체 뭐야... 어떻게 된 거냐고.”
민은 나름대로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짚어 본다.
“‘레오’는 분명히 그런 능력은 아니고... 줄리안 형이 할 리도 없는데...”
우선은 만화부원들이 떠오르지만, 몇 명 지워 나가다 보니, 역시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 또는 비슷한 능력을 쓰는 사람들은 없다. 이어 다른 주변의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로 확대해 봐도 마찬가지다...
그때, 누군가 민의 어깨를 툭툭 친다.
“응, 누구...?”
뒤돌아 보니, 유가 왼손을 공중에 휘휘 젓고 있다.
“에이! 놀랐잖아.”
“이상하네...?”
“그러게. 왜 손을 공중에 젓는 거야?”
“어... 이거?”
민이 그 이상한 행동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는 잠시 손을 더 허공에 젓는다. 그리고 뭔가 낌새를 눈치챈 건지, 손뼉을 친다.
“아! 조금은 알 것 같아.”
“뭘 알 것 같다는 거야?”
“전기가 평소보다 더 잘 통하는 것 같아.”
“응...?”
민이 고개를 돌려서 유의 왼손을 보니, 마치 번개가 금방이라도 치려는 듯한 스파크가 보인다. 유의 손이 마치 번개를 머금은 구름처럼 보이는 건 덤이다.
“여기, 금방 비가 올 것 같은데. 아니면, 이미 오고 있거나.”
“그게 무슨 말이야?”
민의 말에, 유는 민을 교실로 데려가더니, 창밖의 운동장을 가리킨다.
“저기, 저기 한번 보라고.”
과연 유의 말대로,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에 비가 오고 있다. 막 비가 오기 시작한 건지,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 미린고 쪽을 돌아보니, 그쪽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구름이 없어졌다. 거기에다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교실 안 역시 조금 후덥지근해졌다. 민뿐만 아니라, 다른 동급생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 그렇다.
“뭐야, 이거 설마...”
민에게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퍼즐이 하나 끼워 맞춰진다.
“비를 내리는 능력과 습하게 하는 능력을 동시에 가진 건가? 그 누군지 모를 능력자는?”
“맞아, 그러고 보니까...”
유의 얼굴이 조금 찡그려졌다. 며칠 전에도, 민은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하, 또 그 녀석이야?”
다시 한번, 민은 교실 안에 있는 동급생들을 하나하나 본다.
“‘모네’도 아니고, ‘린’도, ‘신주’도...”
역시나, 이 중에는 난데없이 비를 내리게 하고 습도를 확 높여 버릴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짜증 나게 하는 누군가임은 틀림없다.
“야! 비 오네?”
“그러게. 멈추지도 않는 것 같아.”
“다음 시간이 체육시간인데, 수업 시작할 때까지 비가 오면 어떡한담.”
동급생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민은 문득 불안해진다. 이제껏 몸을 움직이기 귀찮았는데, 지금이 왜인지 모르게 몸을 움직이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리고 오후 1시.
친구들의 걱정대로, 체육시간은 다음날의 자유시간으로 미루어졌다. 체육시간에 이것저것 해 보려고 잔뜩 기대하고 있던 몇 명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민도 그중의 하나다. 간만에 몸을 좀 움직이면 재미있을까 했는데, 그게 어그러져 버렸다.
“하,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비를 내리는 건지...”
민은 잔뜩 침울해진 표정을 하고서 창밖을 내다본다. 생각 같아서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을 모두 공기 중에 흩어 버리고 싶고, 또 그럴 만한 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귀찮다. 또 그렇게 하다가는 누군가가 민이 했음을 눈치챌 것이다. 그래서 가만히, 창밖만 보고 있다.
사실 비슷한 걸 해 본 적이 한 번 있기는 했다. 몇 달 전 해변 공원에 놀러 갔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공원 쪽으로 왔다. 근처 편의점에 앉아 있던 민은 파도를 향해 손짓을 한번 했다. 그러자 파도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형되더니 곧바로 산산이 흩어져 잠잠해졌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람들이 모두 그 파도를 잠재운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민이 며칠 정도 모른 척하고 입을 싹 닫고 있었더니 그 움직임은 잠잠해졌지만, 아무튼 그 일 이후로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염동력을 사용하기는 좀 꺼려졌다.
“응, 너 뭘 그렇게 보는 거야?”
다른 친구들이 민의 뒤에서 말을 걸자, 민이 귀찮다는 눈빛으로 친구들을 돌아본다.
“보면 몰라? 못 나가니까 그러잖아.”
그중, 민이 보기에도 포동포동해 보이는 동급생 한 명이, 창가로 오더니, 구름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번개 한번 쳐 보게 하면 재미있을 텐데.”
“그거 내 거 아니야!”
민이 그 동급생에게 바로 큰 소리로 말한다.
“좀 제대로 알고나 말해.”
“뭐야, 너 번개 치게 하는 능력 아니었어?”
“수호야. 그건 좀 너무하지 않냐? 너 민이 잘 알고 지내잖아. 어떻게 그런 것도 몰라.”
다른 동급생이 수호라고 불린 그 동급생에게 핀잔을 주자, 수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기 자리로 들어간다. 그 동급생이 오더니 또 민에게 말을 건다.
“혹시, 저 구름 좀 흩어 줄 수 없어? 저거 때문에 체육시간에 운동도 못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몰라, 그러면 더 귀찮아.”
“왜? 구름만 흩어 버리면 그만 아니야?”
“야, 코니.”
또 다른 동급생이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비는 그쳐도 땅바닥이 질퍽거리잖아. 그러면 어차피 운동은 못 해.”
“아, 그런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나서도, 민은 계속 자리에 앉아서 창밖만 보고 있다. 이제 별 이유는 없다. 그냥 창밖만 보고 싶을 뿐. 눈에 띄고 싶지도 않고, 따라서 적극적으로 뭘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때...
민의 뒤에서, 누군가가 툭툭 어깨를 건드린다.
“뭐 해?”
돌아보니, 토마가 민의 옆에 서 있다. 분홍색 머리를 보니 바로 알 만하다.
“어... 엇!”
“왜 그렇게 놀라.”
불쑥 나타난 토마의 등장에 민이 깜짝 놀라자, 토마는 오히려 왜 그렇게 놀라냐며 두 손을 들어 보이고는, 다시 민의 옆으로 간다.
“무슨 구경을 그렇게 해? 하늘을 뚫기라도 하게?”
토마는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이 말한다. 민이 살짝 돌아보니, 정말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눈에 보이는 게 있다면 분명 신기해하거나 할 텐데, 의도적으로 그런 표정을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려니 한다.?
“무슨, 하늘을 뚫기는. 그냥 보는 건데.”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창밖을 보던 민은 고개를 돌리더니, 토마를 보고는 다시 입을 연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데, 너... 좀 나아졌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공지사항 6
|
2014-11-11 | 7231 | |
공지 |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공지사항 |
2013-09-02 | 2345 | |
공지 |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공지사항
|
2013-02-25 | 4690 | |
11 |
[전재] 피자를 만들어보자냥|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481 | |
10 |
월요일날 올리게 될 설정의 간단한 개요.;ㅁ;| 설정 3 |
2013-03-01 | 160 | |
9 |
[전재] 역대 하기와라 유키호의 성우의 I Want,키라메키라리| 영상 2 |
2013-03-01 | 1190 | |
8 |
[전재][번역] 두근두근 죠죠리얼 Girl's Side 캐릭터 소개란 번역| 설정 10 |
2013-03-01 | 3708 | |
7 |
[오리지널] Seulet의 캐릭터 설정| 설정 5 |
2013-03-01 | 1082 | |
6 |
[오리지널] 3.1절이라서 그린 그림|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1112 | |
5 |
[오리지널] 미쿠미쿠?| 스틸이미지 4
|
2013-03-01 | 747 | |
4 |
[전재] 러브라이브! 2nd PV-Snow halation| 영상 4 |
2013-02-28 | 558 | |
3 |
[전재] 동방으로 건방진☆딸기우유 [손발오글 주의]| 영상 3 |
2013-02-28 | 805 | |
2 |
[전재] 가사 뒤에 「커넥트」를 붙히면 이렇게 된다 - by 니코동| 영상 3 |
2013-02-27 | 423 | |
1 |
[전재] 요즘 고래가 사용하는 바탕화면| 스틸이미지 12
|
2013-02-26 | 2047 |
4 댓글
마드리갈
2022-09-21 00:06:56
요즘 국지성강우라든지 선상강우대 형성 같은 것도 적지 않다 보니 예측불가한 비가 오는 건 그 자체로 이상하지는 않지만, 역시 이상하네요. 구름의 형태가 저래서는. 그리고 역시 누군가의 소행인 듯하네요.
확실히 염동력 같은 초능력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보이기는 곤란하겠죠. 게다가 이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초능력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도 단언할 수 없을 듯하고...그래도 최소한 구름을 흩어지게 할 능력은 있다는 게 꽤나 강력하네요. 구름의 고도를 생각해 보면 꽤 장거리 투사가 가능하기도 하고.
불쑥 나타난 토마가 던진 말이 뭔가 심상치 않네요. 그 또한 초능력자이고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시어하트어택
2022-10-10 20:18:22
확실히 저런 형태의 구름과, 저런 형태의 강수는 드물기는 하죠. 그래도 뉴스를 보면 아예 없는 사례는 아니다 보니, 초능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토마가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죠.
SiteOwner
2022-09-25 19:31:28
갑자기 오는 비,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동요시키기 충분합니다.
과거처럼 어느 정도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높았던 때도, 그리고 이상기후로 불확정성이 커진 현재도. 여러모로 당황해 한다든지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면서도, 혹시 이런 것까지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어 섬찟해집니다.
다른 창작물의 경우 어린이드라마 댕기동자에 언급되었던 음력 5월 10일에 내린다는 태종우(太宗雨), 일본의 드라마 99.9 형사전문변호사에 나오는 국지성호우나 드래곤사쿠라 2021년판에 나오는 예보에 없는 강우 등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것은 인간의 힘과는 직접 상관이 없지만...시어하트어택
2022-10-10 20:19:38
그래서 기상법에 기상조절 금지 조항이 있는 것이겠죠. 날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입니다. 당장 죠죠에 나오는 웨더 리포트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