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수어(手語)에 대해 뜻하지 않게 인식이 달라진 그때

마드리갈, 2022-10-20 14:32:09

조회 수
131

대학 신입생 때의 일이었어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기피하지도 않지만 열렬히 환호하지도 않는 성격인 터라 학생들의 모임에 딱히 적극적으로 가는 편은 아니었죠. 게다가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경춘선 철도를 이용해 본 적도 없었다 보니 노선이 달라지기 전의 경춘선을 이용해 볼 겸 해서 MT에 참여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MT라는 것이 멤버쉽 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의 약자라지만 음주행태를 보면 "마시고(Mashigo) 토하고(Tohago)" 의 약칭이라 해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말이죠.

그날 저는 다른 일이 있다 보니 동기들과 같이 가지는 못했고 나중에 합류하기로 해서 결국은 저녁때에 혼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주말이다 보니 역시 비슷한 목적의 대학생들도 많이 탔어요. 그 중에는 대화로 미루어볼 때 다른 대학 소속으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있는 듯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수어, 또는 수화(手話)에 대한 대화도 듣게 되었어요. 요즘은 수어라는 표현이 정착했지만 당시는 수화가 더 일반적이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수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환상이 있었어요.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사랑 등의.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대화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게 드러났어요. 사용자들이 여러 다양한 표현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중에는 그 사람들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각종 속어라든지 음담패설 등도 있다고. 그래서 세간의 선입견이나 환상에 의지하기보다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주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의 마음가짐일 것이라고 하는 말도 나왔어요.
그렇게 수십분간 옆자리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진 대화는 그저 옆에서 듣고 있기만 했던 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다양하고 또한 그것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도 생각이 다각도로 필요하다는 인식 등. 그래서 그 오래전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이른 봄날 저녁 경춘선 열차 내에서 마주쳤던 이름모를 사회복지학 전공자들의 대화가 깊어가는 가을의 한낮에 고맙게 여겨지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1 / 30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

6
  • new
Lester 2025-03-02 160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352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05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3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5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921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49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31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40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154
6032

"자칭 히로스에 료코 용의자 체포" 의 충격

  • new
SiteOwner 2025-04-08 7
6031

러시아의 첩보센서는 영국 영해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1
  • new
SiteOwner 2025-04-07 10
6030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06 26
6029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new
마드리갈 2025-04-05 28
6028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

6
  • new
SiteOwner 2025-04-04 75
6027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4-03 37
6026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

2
  • new
마드리갈 2025-04-02 58
6025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

2
  • new
마드리갈 2025-04-01 43
6024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

3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31 71
6023

최근 자연재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군요

3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28 74
6022

4개월만의 장거리여행

2
  • new
마드리갈 2025-03-26 47
6021

천안함 피격 15년을 앞두고 생각해 본 갖은 중상의 원인

2
  • new
SiteOwner 2025-03-25 56
6020

감사의 마음이 결여된 자를 대하는 방법

2
  • new
SiteOwner 2025-03-24 52
6019

발전설비, 수도 및 석유제품의 공급량에 대한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3-23 57
6018

일본 라디오방송 100주년에 느낀 문명의 역사

2
  • new
SiteOwner 2025-03-22 59
6017

어떤 의대생들이 바라는 세계는 무엇일까

2
  • new
SiteOwner 2025-03-21 66
6016

옴진리교의 독가스테러 그 이후 30년을 맞아 느낀 것

2
  • new
SiteOwner 2025-03-20 59
6015

여러모로 바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 new
SiteOwner 2025-03-19 56
6014

"극도(極道)" 라는 야쿠자 미화표현에 대한 소소한 것들

2
  • new
마드리갈 2025-03-18 60
6013

요즘은 수면의 질은 확실히 개선되네요

2
  • new
마드리갈 2025-03-17 6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