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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40화 - 짙은 안개(2)

시어하트어택, 2022-12-15 14:46:32

조회 수
127

지하철역에서 빠른 걸음으로 누군가가 올라오는 걸 보자마자, 나디아와 안젤로는 자신들의 시야가 돌아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분명히 1m 바깥에 있어서 보이지 않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이는 것이다. 나디아도 이 정장 입은 여자를 본 적이 있다. 만화부와는 여러 가지로 엮인 게 좀 있기 때문이다.
“그... 변호사님, 맞죠.”
“아, 그래. 너희들, 혹시 누구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라고까지는 할 게 없어도,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과 마주 보는 메이링의 얼굴이 보이자, 나디아는 순간 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건 상관없어. 이제 상황은 종료될 것이거든. 내가 그 능력자 옆을 지나간 순간, 그 초능력은 해제된 거니까. 안개가 점점 사라지는 게 보이지?”
과연, 메이링의 말대로 안개는 메이링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사라지고 있다. 메이링은 곧바로 나디아와 안젤로에게 준비한 질문을 한다.
“그런데 혹시, 파마머리에, 키는 150cm 정도고, 가방을 멘 사람 혹시 못 봤어?”
“어... 그러니까...”
“아까 내 부하 직원하고의 통화 시간으로 미루어 봐서는 바로 지금이 그 사람이 이 지하철역 출입구를 지날 시간인데.”
“어... 정말요?”
하지만 분명히, 나디아가 본 것은 키 170cm, 모자를 쓰고 후드티를 입은 남자다. 아무리 봐도 키 150cm 정도는 아니었다. 시간은 맞고, 걸음걸이도 의심할 만하지만, 인상착의는 매우 달랐다. 그렇다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건가? 나디아도, 안젤로도 그건 똑같이 봤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아까 본 건...”
안젤로가 방금 그 후드 입은 남자가 지나간 쪽을 돌아보는데...
“어, 뭐야!”
조금 전, 그 후드 입은 남자와 똑같은 걸음걸이, 그리고 걸음 속도로 내려가고 있는, 파마머리의 가방 멘 150cm 정도 키의 사람이 보인다. 분명히, 조금 전에는 후드 입은 남자였을 터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메이링이 말한 그 인상착의의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디아, 봐봐!”
나디아도 안젤로를 따라 돌아보니, 정말이다. 파마머리인지까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어도, 키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건 확실하다.
“쫓아가자!”
메이링이 그렇게 말하자, 곧바로 나디아와 안젤로도 지하철역 출입구로 들어가서 그 파마머리를 한 사람을 쫓는다. 하지만, 계단을 다 뛰어 내려가고 개찰구 앞에 다다랐을 때, 그 파마머리의 사람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 데도 보이지 않잖아!”
그러고 보니, 지금은 마침 출근 시간대다. 발 디딜 틈 없이 꽉꽉 들어찬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하철역 안은 인파로 가득 차 있다. 틀림없이 저 안에 숨어 들어갔을 것이다.
“어떡하죠?”
“어떡하기는, 그 초능력자도 학교로 갈 거잖아! 그러니까 쫓아가야지.”
그리고 메이링 역시 나디아와 안젤로를 따라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그대로 내려간다.
“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 다 나름대로 방법이 있으니까.”

한편 그 시간, 토마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새 옷은 아까 입은 알록달록한 셔츠에서 검은 후드티로 바꿔 입었다. 가방은 여전히 그대로고, 파마머리도 풀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후... 하마터면 걸릴 뻔했잖아. 또 내 능력이 풀려 버렸어.”
그렇게 토마는 안도하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또 수증기를 주위에 일으킨다. 긴장한 것 때문인지 자꾸 기침하는 건 덤이다.
“콜록... 콜록... 이거 상황이 안 좋잖아. 그리고 누가 쫓아오는 것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이윽고 전철이 도착하고, 토마는 전철에 탄다. 여기서 목적지인 미린대역까지는 세 정거장이다. 5분 정도면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마치 50분처럼 느껴지는 게 토마에게 닥쳐온 상황이다.
“어떻게 이걸 빠져나가... 그리고 아까 그 민이 누나 친구가 여기까지 왔으면 내 능력을 사용할 수도 없을 거고...”

전철에 탄 토마는 자리에 앉을 수가 없다. 이미 자리가 꽉 찼고, 통로에는 사람들이 많다. 하는 수 없이 가슴을 졸이며, 또 자꾸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토마는 그렇게 서 있다. 그러다가, 전철이 급정거하자, 토마는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몸이 기울어지더니, 맞은편에 선 사람과 부딪친다.
“으앗!”
“어...”
토마가 얼굴을 들어 보니, 키가 180cm는 넘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서언이라는 건 모르고, 토마는 고개를 꾸벅 숙여 죄송하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서언이 토마를 보자, 서언도 토마를 잠시 좌우로 이리저리 본다. 서언도 메이링에게서 받은 그 능력자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드를 쓰고 있어서 정확한 머리 모양은 보지 못하고, 서언은 그저 토마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토마도 토마대로, 의심을 피하고자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 그냥 여기서 나가, 아니면 원래 내릴 데서 내려?’
토마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고민이 오가는 사이, 다른 칸에서는 나디아와 안젤로, 그리고 메이링이 그 능력자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간은 이제 3분 남았어.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찾아야 해.”
“하지만 그사이에 8량이나 되는 전철을 어떻게 다 뒤져요?”
나디아가 되묻자마자, 메이링은 바로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뒤지다니? 그렇게 무식한 수단을 쓰지는 않아. 정확히 말하자면,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
“기다리... 다니요?”
“그 사이에 그 능력자가 도망가거나 할 수도 있잖아요?”
“다 생각이 있어.”
메이링이 그렇게 말하고서 기다리는 그사이, 메시지가 하나 온다.
“오, 반디 조카한테서 온 건가?”
메이링의 그 말대로, 서언에게서 온 메시지가 하나 있다.

[변호사님, 그 능력자하고 일치하는 인상착의의 사람을 찾았어요. 제 바로 옆이에요]
[그래? 너 혹시 몇 번째 칸에 있어?]
[앞에서부터 세 번째 칸이에요]

“오, 세 번째 칸?”
메이링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러면 여기서 불과 2칸 떨어졌다는 거다.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밀치고 지나가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메이링은 다시 서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앞에 있는 그 사람 잘 주시하고 있어. 혹시 특기할만한 특징이 있어?]
[자꾸 기침을 하네요]

“기침...?”
“만화부에 아까 말한 것과 같은 인상착의를 가지고 자꾸 기침하는 사람이라면... 한 명밖에 없는데.”
안젤로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나디아도 알 것 같다. 어제 만화부에 새로 들어온... 그 사람. 그리고 그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이번 역은, 미린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메이링은 곧바로 2칸 앞에 있는 서언에게 전화한다.
“여보세요?”
“네, 변호사님?”
“지금이야. 그 능력자를 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문이 열리기 전에, 알겠지?”
“네...”
서언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잡기 위해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는데...

“어, 뭐야? 그 사람 어디 갔어?”
서언의 눈앞에,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다. 모두 다, 아까 그 사람과 똑같은 후드티를 입고 가방을 멘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분명히 복장과 머리 모양 모두 제각각일 테고, 얼굴 또한 같지 않을 텐데도, 언제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머리 모양, 똑같은 복장이 되어 버렸다. 키도 마찬가지다.
“뭐야...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야...”
서언이 아무리 봐도, 다들 얼굴이 똑같이 생겨서 알 수가 없다. 바로, 서언은 메이링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변호사님? 아무리 봐도 안 보여요. 다들, 똑같은 얼굴과 복장으로 바뀌어 버렸다고요]
[뭐야? 금방 가 볼게]

그리고 약 30초 정도 뒤, 열차 뒤쪽의 통로 문을 열고 메이링이 들어온다. 급히 들어온 건지, 메이링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배어 나온다.
“후... 열차 도착하기 전에 왔네...”
서언을 보자마자, 메이링은 바로 또 달려간다. 그러고 보니, 서언이 말한 그 인상착의의 인물은 어디로 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좀 전까지 네가 잘 보고 있었다고 했잖아.”
“모르겠어요. 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칸 안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얼굴과 복장으로 바뀌고, 그사이에 도망친 것 같아요.”
“어...?”
그러고 보니, 열차는 미린대역에 도착했고, 출입문이 이미 열리고 있다.
“하... 이거 벌써 도망갔겠는데.”
메이링의 말대로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전 역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많다. 분명히, 저 안에 끼어 들어갔을 것이다.
“빨리 내리자! 쫓아가자고!”

한편, 그 시간, 지온은 혼자 천천히 걸어서 학교로 가는 중이다. 여느 날과는 달리 걸어서 가니, 시간은 조금 더 많이 걸리기는 해도 가는 보람이 있다.
“오늘은 아침에 쌀쌀하지도 않고... 구름도 없고...”
지온은 아직 나디아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는 듯하다. 아무튼,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RZ타워가 바로 옆에 있는 미린역 사거리를 지나고, 카페거리도 지나고, 학교 바로 근처에 있는 주택가까지 다다른다.
“어, 8시 20분이잖아. 좀 늦기는 한데, 그래도 갈 만은 하네.”
지온이 막 그렇게 말하며 길을 걷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지온의 뒤를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돌아보니, 민과 아이란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
“어, 지온이 형이잖아?”
“뭐야, 너도 이 시간에 나온 거냐?”
“아, 그런 일이 있어서.”
민은 지온의 말에도 왜 일찍 나왔는지를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온은 일단 아이란과도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아이란은 기다렸다는 듯, 폰을 켜더니 어느 만화 연재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규 연재’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그 중 첫 번째 열에, 이런저런 만화가 표시되는데, 아이란은 그중에 <히어로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라는 제목의 만화를 콕 가리킨다.
“이거, 선배님이 좋아할 만한 만화인데요.”
“어... 뭐야, 제목이... <히어로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작가도 못 보던 작가인데.”
“그러니까요. 어느 대회에서 우수상을 타고 이번에 정식연재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꽤 좋아요. 꼭 보세요.”
“어...”
지온은 잠시 더듬거리는 듯하더니, 곧 다시 아이란에게 되묻는다.
“그런데... 어떤 점이 매력적인 거지?”
지온의 질문을 들은 아이란의 눈이 빛나는 게, 지온에게도 보인다. 확실히, 아이란이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2-19 22:52:10

괴이한 일이 일어났네요. 보통 아무리 변장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신체의 물리적인 크기 자체를 저렇게 늘였다 줄였다 하는 건 불가능하니 그 점에서 완전히 허를 찔려 버린 것이고...토마의 능력은 변형능력일까요, 아니면 환각능력일까요? 그것을 갈피를 못 잡겠네요. 게다가 모든 사람이 똑같에 보이는 현상도 속출하는 것을 봐서는 환각능력같은데 그것도 보장은 못할 것 같고...


아이란이 신예작가의 작품을 찾아냈군요. 그리고 그런 것을 찾아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공감되어요.

우에노 메구루의 첫 갸루 같은 게 바로 그런 것이었거든요. 보통 애니를 먼저 보고 나중에 원작 코믹스나 라이트노벨을 접하는 저로서는 원작의 초기발매 때부터 좋아했던 게 애니화된 첫 갸루의 사례가 매우 반갑게 여겨졌어요. 속편이 안 나와 주는 건 분명 아쉽지만...

시어하트어택

2022-12-25 20:38:16

위장이라기보다는 수증기로 만들어내는 안개를 응용한 환각이 맞겠죠. 동시에 여러 사람들을 똑같이 위장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상조작 능력의 응용일 뿐입니다.


마드리갈님처럼 속편을 기대했는데 그게 없으면 많이 아쉽죠. 저도 그 기분 잘 압니다...

SiteOwner

2023-01-24 21:22:19

토마였군요, 문제의 그 남자는. 그리고 그건 자신의 신체를 변형한 것은 아니고 수증기 능력으로 조성한 환각...

서언과 부딪쳤는데도 그 능력 덕분에 도망쳤다는 것은 좋은 임기응변이긴 한데 그게 언제나 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한계는 곧 올 것 같습니다.


유명작가도 처음부터 유명해서 유명작가인 것은 아니지요.

누군가의 발견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이란이 부원인 게 이럴때만큼은 다행인 듯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2-05 23:24:13

날씨 조작 능력의 응용이라서 조금 어설프게 보이기는 해도 충분히 환각도 만들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대량의 수증기로 환각을 만들려면 조금 습기가 많이 높아지기는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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