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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소장품에 테러하는 심리의 안쪽

마드리갈, 2022-12-19 23:53:47

조회 수
213

올해 들어서 유독 박물관 전시물에 대한 테러가 많죠.
여기에 대해서 몇주 전부터 오빠와 대화해 왔어요.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 발족 직후부터 상정해 온 반문명주의 이야기도 곁들여서(공작창 문서 바로가기).

자칭 환경운동가들이 지지를 받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분노를 유발하고 왜 저런 방식을 고수하는가에 대해서 오빠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어요.
"왜 박물관을 노린다고 생각해? 박물관 소장품은 반격을 못하거든."
"만일 박물관 소장품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기관총 들고 반격해봐, 그 다음날부터는 뼁끼통 들고 오는 놈 있나 봐라."

확실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폭력 정당화에는 여러 기제가 있기 마련이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저항하기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한 대상을 노려 폭력의 투사대상으로 삼는 것이죠. 어린이를 표적으로 삼는다든지, 소형견이나 고양이같은 소동물을 학대한다든지, 아예 무생물이라서 항거할 능력 자체를 논할 여지가 없는 물체에 대해서 행패를 부린다든지 하는. 그런 사람들이 건전한 생각이나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졌다고는 여겨지지 않아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이런 것을 에코파시즘(Ecofascism)이나 에코테러리즘(Ecoterrorism)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그들은 과거 걸프전쟁 때 이라크가 쿠웨이트의 유전지대에 불을 지른 것에 항의한 적도 없는 것 같고,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로 개전 10개월째를 맞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해서도 침략자 러시아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뉴스도 접해본 적이 없어요.

최근에 읽은 자료 중 흥미로운 게 하나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내일 써 보도록 할께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대왕고래

2022-12-19 23:59:47

그 만화라던가 보면 이런 장면들 있어요. 졸개 몬스터들이 민간인을 습격하고 약탈하는 장면. 보통 이 다음 장면은 주인공이 나타나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죠.
저는 저런 에코테러리스트들이 저 몬스터와 다를 바가 없어보여요. 무슨 메세지를 전하겠다느니 뭐니 하는데 결국에는 파괴밖에 안 하잖아요. 몬스터잖아요, 저건.

마드리갈

2022-12-21 13:52:08

비유가 딱 맞네요. 정말 그들은 대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성장했는지도 모를 괴물들. 그리고 어떠한 이성적인 설득도 전혀 통용되지 않아요. 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어요. 그들은 오로지 만만한 타겟만 상대한다는 것. 당장 그들이 공항이나 군부대 같은 데에 침입하지 않는 것만 봐도 이미 명백해요. 그런 데에 침입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는 건 아주 당연하고, 극비 군사시설 같은 데에 무단침입했다가는 그냥 바로 사살될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얼마나 날뛸지는 모르겠지만 그 환경단체 구성원의 유입이 줄고 체포가 느는 이상 그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그들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세계가 그들을 바꾸어 보일 것도 분명해요.

Lester

2022-12-20 07:40:07

뼁끼통이 뭔가요? 변기통인가요?


뭐 반격을 안 하는 약자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옳은데 세상에서 부각되지를 않으니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자기중심적인 논리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논리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독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테러리스트라는 오명까지 감수하고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이전에 본래 주장 자체가 글러먹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거지만... 특히나 과거 환경잡지에 '환경의 전사'로 알려졌던 그린피스가 지금은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씁쓸합니다.

마드리갈

2022-12-21 14:01:38

뼁끼(ペンキ)는 페인트, 특히 유성페인트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인 pek이 일본어에 정착한 어휘예요. 그래서 뼁끼통은 페인트통을 말하는 것이죠. 게다가 이 어휘는 1994년에 나온 소설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어서 오빠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한 어휘인 것이죠. 저는 별로 쓸 일이 없는 어휘이긴 해도 오빠의 영향을 받아서 알고 있죠.


테러리즘은 약자의 무기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테러리즘을 실행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게 되는 기묘한 역설에 부딪치게 되죠. 그리고 자신들의 목적 관철을 위하여 무고한 제3자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행태는 이미 그 자체로 폭력인데다 성장동력을 아주 박살내 버리는 길이기도 해요.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은 안하겠죠.

"나는 옳은 일을 한다. 그러나 옳다" 라는 아집이 계속되는 한 저런 행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겠지만 공감대가 옅어지는 상황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할지는 심히 의문스러워져요.

마키

2022-12-21 00:10:25

화학섬유로 된 의복을 입고 화학적 가공을 거친 기름으로 움직이는 화학제품 덩어리인 자동차를 타고 와서 미술관에 처들어와서 화학약품 그 자체인 페인트를 뿌리며 한다는 소리가 "환경을 위하여!"


21세기 역사에 길이 남을 블랙 코미디에요.

마드리갈

2022-12-21 14:06:24

자신들부터 지키지 않는 그런 주장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자체가 아주 꼴사납기 짝이 없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21세기 역사에 길이 남을 블랙코미디에 다름아니죠. 게다가 많은 경우 미술관의 그림은 강화유리로 보호되어 있어서 그런 페인트투척 따위에 손상되지 않는다는 데에서 그들의 행동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문제는 조형물의 경우 피해를 입어 복원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지만...


후세는 이것을 무엇이라 평할까요. 에코반달리즘(Ecovandalism)이라 할지, 네오반달리즘(Neovandalism)이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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