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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43화 - 어색한 시간(2)

시어하트어택, 2022-12-24 09:33:49

조회 수
130

어느덧 첫 번째 시간이 끝나고, 5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다. 지온은 아까 머리에 떨어졌던 그 통통 튀었던 무언가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분명히 물컹한 무언가였는데, 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감촉은 장난감 공 같았는데, 그런 게 여기에 있을 리는 없을 테니.
“도대체 아까 그거 뭐였지...”
토마는 지온의 시선이 또 자신에게 향할까 봐 불안하다.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다. 분명히 지온은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의심할 만한 사람은 토마뿐이다. 지금 여기서 일어섰다가는, 분명히 의심받을 것이다!
하지만...
“어, 선배님!”
누군가가 지온을 부른다. 지온이 돌아보니 줄리안이다.
“선배님, 아까 머리 위로 떨어진 게 뭔지 궁금했죠?”
“아... 그래. 그게 뭔데, 도대체? 무슨 젤리 같이 생겼는데...”
지온은 머리 위에서 떨어졌던 무언가를 줄리안에게 보여준다.
“천장에서도 이런 게 떨어지나?”
“아, 그런 건 당연히 아니죠! 선배님 머리가 젖을 뻔해서 제가 손을 쓴 거라니까요?”
“어... 그래?”
지온이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물방울이 맺힌 건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게 있는 지온은, 곧바로 옆을 돌아본다. 하지만...
없다. 토마는 이미 자리를 떴다.
“이상하네. 이야기를 좀 해 보려고 했더니.”

한편, 복도로 나간 토마는 한숨 돌린다. 부실에 있다가는 줄리안이 또다시 질문공세를 해 올 것이고, 그러면 토마가 한 일이 금방 드러날 게 뻔했다. 이렇게 나와 있으면, 숨도 돌리고, 거기에 토마가 정말로 하려고 하는...
“다시... 구름을 한번 만들어 보자.”
토마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막 손 끝에 모은 수증기를 구름으로 만들려던 그때.
“어, 토마, 거기서 뭐 해?”
토마의 신경이 잔뜩 곤두서며, 구름을 만들어내려던 손끝을 치운다. 그 말이 들린 쪽을 돌아보니, 민이 거기 서 있다. 거기에다가, 유와 리카까지도.
“어, 그러니까... 그냥 밖에 보고 있던 거지!”
토마는 당황했는지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입에서는 또다시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다.
“콜록...”
“야,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렇게는 묻지만, 민은 방금 봤다. 토마의 손끝에서 무언가가 흰 연기 같은 게 나오려는 장면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은 겉으로는 못 본 척 연기를 한다.
“아니... 아무 일도... 그냥 기침은... 콜록... 천식 때문에...”
“어, 정말인... 거지?”
민의 옆에 서 있던 유가 토마 앞으로 다가온다.
“지금 좀 심하게 기침을 하는 것 같은데, 목에 전기 자극을 좀 주면 나아지려나.”
“어, 어... 그러니까...”
토마는 뒷걸음질을 치려고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토마가 서 있는 곳은 복도 창가다. 도망칠 수도 없다. 유가 자신에게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봐, 긴장된 탓인지 숨이 가빠진다. 또다시 쌕쌕거리는 소리도 난다.
“어, 왜 그래? 괜찮다니까?”
토마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유의 왼손이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닌지 그것 때문에 더욱 불안해진다. 설상가상으로 기침도 더 잦아진다.
“콜록... 콜록...”
“야, 토마, 괜찮다니까? 그냥 눈 딱 감아.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미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불안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눈을 감고 없는 것처럼 있으라니, 말은 쉬운데 그게 되지가 않는다.
“으... 흐으...”
토마가 그러건 말건, 유의 왼손은 이미 토마의 목과 가슴 사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기가 목 안으로 들어오는 게 말이다.
“하지... 하지... 마... 뭐 하는... 콜록...”
“그냥 1분만 눈 감고 있자.”
그리고 1분 뒤. 토마는 뭔가 바뀐 걸 깨닫는다. 쌕쌕거리던 목구멍에 좀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거기에, 콜록거리는 기침도 없어졌다!
“오...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치료한 거 아니야. 그냥 네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고... 고맙다고 해야...”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고서, 민과 리카 쪽으로 돌아온 유는 민과 리카의 귀에 대고 뭔가 귓속말을 한다. 민과 리카는 고개를 끄덕인다. 토마는 그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토마도 나름대로 뭔가 생각한 게 있다.
‘구름은 안 되겠는데... 다른 걸 한번 해 볼까... 아, 맞아! 어제 회오리를 만들어 봤지...’

그리고 시간은 오후 8시. 나디아는 운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마침, 센 바람이 나디아의 온몸을 때린다. 그냥 센 바람은 아닌, 단지 입구에 걸린 깃발이 펄럭일 정도의 세기다.
“오, 오늘은 좀 바람이 세게 부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다거나 하는 정도의 세기는 아니다. 옷을 좀 여며 입으면 충분히 그 바람 속에서도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나디아는 얼른 자기 집이 있는 동으로 들어간다.
한편, 그 시간, 토마의 집에 있는 토마의 방.
“후... 후...”
토마는 또 천식 증상 때문인지 거친 숨을 뱉어내며 창밖을 본다. 창밖에는 바람이 점점 세게 불고 있다. 지금은 나무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고, 그네가 이따금 사람도 없는데 좌우로 흔들리는 정도다.
“됐어... 후... 지금 정도면, 조금 더 하면 폭풍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그러면... 후... 깜짝 놀랄 서프라이즈가 되겠지...!”
막 그렇게 여러 가지 상상에 젖어 있던 토마의 전화가 문득 울린다.

♩♪♬♩♪♬♩♪♬

“응? 윤진 선배님?”
“그래.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어... 왜요?”
“혹시, 내일 네가 우리 부스 판매대에 좀 있어 줄 수 있어?”
“네... 네?”
윤진의 뜻밖의 말에 토마는 잠시 말을 못 한다. 갑자기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에 앉아 있으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 건가?
“선배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
“아, 그러니까, 아론이 원래 오기로 했는데, 사정 때문에 못 오게 됐어. 그래서 대신 있을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어... 그건...”
“싫으면 그냥 다른 거 해도 돼. 너한테만 전화하는 건 아니니까, 부담감은 갖지 마.”
“네...”
“그래, 토마야, 잘 자고, 내일 보자.”
윤진으로부터 온 전화가 끊어진다. 토마는 긴장했던 탓인지 기침을 몇 번 한다. 거기에다가 쌕쌕거리는 숨소리까지 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윤진과 전화할 때는 윤진의 부탁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토마는 할 게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좋다. 판매 부스에 있다는 것은 의심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다가 토마의 능력은 근거리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 외로 괜찮은 제안을, 토마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내일 마리나 센터에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토마는 기대가 된다.

한편 이곳은 윤진의 집.
“어... 토마가 내 의도대로 그 자리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는데.”
윤진은 전화를 끊고는 잠시 방 한쪽에 걸린 걸개를 돌아본다. 내일 있을 코믹 페스타의 부스 위치, 만화부의 활동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걸개다. 잠시 후, 윤진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전화 발신음이 울리고 얼마 안 되어,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 변호사님, 저 미린 만화부장 윤진이에요.”
“어, 어떻게 전화한 거니?”
“그 능력자를 붙잡아 둘 수 있을지도 몰라요.”
“붙잡다니 어떻게? 너 그 능력자가 누군지, 혹시 아니?”
“네... 알 것 같아요. 어제 새로 들어온, 토마라는 아이요.”
윤진이 그렇게 말하자, 메이링은 잠시 말이 없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 얼굴도 보이지 않아서, 표정이 어떤지 여기서는 알 수 없지만, 잠시 후 메이링은 다시 입을 연다.
“그럴 줄 알았어.”
“어, 알고 계셨어요?”
“어제부터 감이 왔다니까. 그런데 만화부에 내가 파악한 인상착의의 사람은 그 토마라는 아이밖에 없다며?”
메이링의 대답을 듣자, 윤진은 그간의 불안함이 조금이나마 없어지기라도 한 건지 목소리가 조금 침착해진다.
“네... 차라리 이게 잘 된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그래. 네 생각대로 한번 해 봐. 그 아이가 더 이상한 장난을 치지 않게 좀 막아 보고.”
“네. 계속 신경써 주셔서 고마워요.”
전화를 끊고 나서 윤진은 한숨을 푹 쉬더니, 한 마디 중얼거린다.
“그건 그렇고, 마연희 그 애는 무슨 예언가인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날, 토요일.
지온은 눈을 뜨자마자 홀로그램에 나타난 메시지부터 본다. 윤진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오늘 코믹 페스타 잘 즐기자. 내가 부른 사람들은 부스에 오는 거 잊지 말고!]?

“아... 시간이 벌써 8시 30분이잖아.”
스르르 자리에서 일어난 지온은 기지개를 켜고는 방을 나선다. 마침, 누군가가 지온의 방 밖에 서 있다.
“어, 형 일어났네. 어째 오늘은 빨리 일어났어?”
“야, 이거 늦은 거라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온의 말에 지온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9시에 나가기로 했는데, 지금 일어나면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아무것도 못 챙긴 채로 나가 버린다고!”
“하, 하하하!”
유온은 지온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는다.
“엄마가 그런 건 벌써 다 차려 놨지. 형은 먹기만 하면 된다니까?”
“어, 정말이야?”
지온이 보니, 과연 상 위에 1인분의 토스트와 주스가 차려져 있다. 먹기 좋게 썰어져 있는 건 덤이다.
“이야...”
그런데 어머니는 화장실에 간 건지, 아니면 어디 다른 데라도 간 건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너는 오늘 어디 안 가?”
“어... 나도 어디 갈 데가 있지.”
지온이 자리에 앉자마자, 유온은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누군가와 전화한다.
“여보세요? 어... 아론이야? 거기 오락실 어딘지 알지? 그래. 이따가 거기서 봐.”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9시 10분, 블랑코 제과점.
민은 안에서 샌드위치를 고르고 있다. 아침에 와서 그런지 빵들에는 전부 기름기가 올라 있고, 빵 사이에 든 양배추, 토마토 등도 신선해 보인다. 거기에다가 소스도 오늘따라 맛있어 보인다. 그런데 고민이 하나 생긴다.
“오늘은 부스에 4명 앉아 있기로 했는데 아론 형이 안 온다고 하네... 그럼 3개만 사야 하는 건가...”
민은 고민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나하고... 아이란 누나하고... 마린 누나... 이렇게 셋인 건가, 결국...”
그렇게 중얼거리던 민의 전화에, 메시지 도착음이 울린다. 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보자...

[토마가 오기로 했으니까, 판매 부스는 그대로 가면 돼]

“아... 그러면 4개 사면 되겠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2-12-24 16:31:08

줄리안이 젤리화 능력으로 토마의 장난질을 저지하기는 했는데...

물이 저렇게 젤리화되어 떨어지면 저것이 머리에 떨어졌을 때의 충격력은 어떻게 되려나요. 그리고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저런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뭔가 판타지 창작물에 잘 나오는 슬라임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토마는 자신의 능력 남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으면서 왜 저런 무모한 시도를 반복하기에 여념이 없을까요. 현명한 사람은 남의 과오에서 배우고 보통 사람은 자신의 과오에서 배운다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과오에서도 못 배운다는데...


이제 그것도 얼마 안 남았겠네요. 토마 본인은 모르고 있는 그 운명의 행방이...

시어하트어택

2022-12-25 21:43:13

줄리안이 만든 젤리화된 액체는 가볍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지온의 머리에는 그냥 '떨어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의' 충격만 가해졌을 뿐입니다


토마가 또 무슨 능력을 보여 줄지, 그건 아직 나오지 않았죠. 금방 나오겠지만요.

SiteOwner

2023-02-11 15:35:08

읽으면서 이렇게 일본어 문장을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코리나이 야츠다나(懲りないやつだな)" 라고.

"혼쭐나도 정신 못 차리는 놈" 이라는 의미의 이 문장은 글자 그대로 자신이 초래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겪고도 사념에 사로잡혀서 이상한 짓을 그치지 않는 것에 대한 탄식.

그리고 이미 그를 주시하는 시선은 그가 문제의 이상한 기상현상의 주범임을 특정해 두고 있고, 이제는 토마가 현행범으로 잡힐 것만 남았군요.


마연희의 감이 참 좋은 것인지, 간혹 저렇게 묘하게 예언하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몰라도 지나보면 그게 참 적확해서 안 놀랄 수가 없게 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2-12 21:56:29

토마 정도의 집념이면, 무엇을 해도 성공했을 겁니다. 단지 그 에너지를 이상한 데 쏟아붓고 있으니까 문제죠. 주변에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못하니까 그럴 겁니다.


연희는 아마도 여러 가지 괴담이나 전설 같은 걸 많이 수집했으니 거기서 누적된 데이터도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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