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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가 지온이 가리킨 방향을 돌아보자, 어느새 유와 리카도 만화부 부스 앞에 와 있다. 토마가 돌아보니, 유의 손에서 전기 스파크가 보이는 건 덤이다. 토마가 잔뜩 당황했는지 그 스파크를 보고서 자꾸 숨을 쌕쌕거리며 내뱉고 기침도 하자, 유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아, 토마, 걱정은 하지 마. 지금 저 구름이 없어진다는 건 아니야. 다만 내가 이렇게 조금씩 구름 속에 있는 전기를 흡수해서 이 안에 번개가 치지 못하게 하는 거지.”
“너... 너까지 이럴 거야!”
“그러니까, 토마.”
토마가 막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자, 민이 토마의 어깨를 다시 짚으며 말한다.
“애초에 시작을 안 하면 됐던 일이잖아? 그렇지?”
“......”
토마는 잠시 말이 없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연다.
“그러니까 자꾸 스트레스받게 하지 말라고! 지금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그리고 바로 그 시간, 근처에 있는 요시노 감독의 사인회가 열리는 이벤트실.
“응? 뭔가 바람이 좀 세게 부는 것 같지 않아?”
복장을 갖춰 입고 한쪽에서 쉬고 있던 토니가 옆에 있는 나디아에게 묻는다.
“너도 그런 것 같지? 안 그래?”
“아, 선배님, 그럼 선배님이 보든지 하죠.”
“뭐야, 말을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잖...”
그러고서 토니가 위를 올려다보니, 회오리 같은 게 하나 생겨나고 있는데, 조금씩, 점점 커지고 있다. 깜짝 놀란 토니가 이벤트실 앞에 나오자, 마침 이벤트실 앞으로 달려온 윤진이 보인다. 바로, 토니는 윤진을 보며 천장을 가리킨다.
“저기, 선배님, 선배님, 저기 좀...”
“어, 왜 그래?”
윤진이 토니가 가리키는 쪽을 따라 천장을 올려다보니, 점점 커지는 회오리가 보인다.
“토마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요. 어떻게 하죠?”
“야, 토니, 나만 찾지 말고, 너는 저걸 멈출 만한 능력이 있잖아.”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사람만 가둘 수 있다고요.”
“이런...”
윤진이 한번 위를 올려다보니, 회오리는 점점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이벤트실 안에 붙여 놓은 장식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마치 폭풍에 흩날리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처럼. 이러다가, 요시노 감독이 올 때쯤이면 이벤트실 안이 엉망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그 전에 어떻게든 토마를 멈춰야 한다. 하지만, 윤진은 일부러 사용해 본 적은 없는 능력이다. 잘못 썼다가는, 마리나 센터 전체가 어떻게 되어 버릴지 모른다. 윤진은 다시, 만화부 부스를 향해 뛰어간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간.
“하아... 흐으...”
토마는 아직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가쁜 숨과 기침을 뱉어내고 있다. 그 옆에서 민과 마린이 계속 토마에게 뭐라고 한마디씩 하고 있다.
“야, 토마. 좀 진정하고.”
“그러니까. 여기 물 좀 마셔.”
민이 준 물을 마셔 보려고 하는데, 손에 든 물이 자꾸만 수증기가 되어 버리고, 그게 구름이 되어 버리는 듯하다. 그나마 불규칙하던 호흡이 고르게 되고, 앉아 있을 수는 있게 된다.
바로 그때, 민의 전화가 울린다.
♩♪♬♩♪♬♩♪♬
“어, 여보세요, 윤진이 형?”
“어, 토마는 뭐 하고 있어?”
“그러니까...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얼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거기에다가 막 씩씩대는데...”
“야, 어떻게든 진정시켜. 지금 토마가 진정을 못 하니까 사인회 열리는 데에 회오리가 커지고 있다고!”
윤진의 말투는 평소 듣던 말투가 아니다. 거기에다가 다급하기까지 하다.
“일단 알겠어.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
‘...라고는 했지만 어떻게 진정시킨담!’
민은 난감했는지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거기에다가 푹 내쉬는 한숨은 덤이다. 그런 민에게, 어느새 아이란이 옆에 다가와 있다.
“어? 왜?”
“뭐를 고민해? 설마 토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지?”
“......”
민은 말이 없다. 그리고 토마를 한번 돌아본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이다.
“하, 하하하! 뭘 그렇게까지 풀이 죽을 필요가 있어!”
“아니, 아이란 누나, 그럼 누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윤진이 형이 막 뛰어오는 다급한 상황인데!”
“우리가 왜 만화부겠어?”
“어... 어?”
난데없는 아이란의 말에 민뿐만 아니라 부스 앞에 있는 지온을 비롯한 다른 부원들도 의아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민이 문득 보니 지온의 손에는 <그린 마스크드 파이터> 최신 회차가 들려 있고, 리카는 <셀렉트 원>에 나오는 히어로들의 굿즈들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 있다. 아이란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지온을 보고는 책을 가리킨다.
“어? 왜? 이거 보고 있던 건데? 그것도 최신 회차라서 열심히 보고 있던 거라고!”
아이란의 예상대로, 지온이 조금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자, 아이란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 바로 말한다.
“잠깐 주기만 하면 돼요, 선배님.”
”혹시 그거 가지고 뭐라도 할 거 있어?”
“그러니까요, 우선 지금 이 상황을 끝내야 할 거 아니에요.”
“뭐? 너 지금 무슨...”
그러든 말든, 아이란은 그 만화책을 대뜸 토마에게 가서 보여 준다.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던 토마의 손에 난데없이 만화책이 들리니, 토마는 잠시 당황했는지 가만히 있다가, 이윽고 손에 쥐어진 그 책을 읽기 시작한다. 부스 안과 밖에 있는 모두가, 숨죽여 토마의 반응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토마는 만화책을 보고는 거기에 집중이라도 하기 시작한 건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어느새 아까 그렇게 구름을 만들어서 비를 내리고 폭풍을 일으키겠다는 집념은 한쪽으로 치워 둔 건지, 눈에서 살짝살짝 보였던 살기는 싹 사라졌다.
“오, 이거 꽤 효과가 있는데.”
부스 밖에 있는 지온은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놀랍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아까도 민과 마린 때문에 구름이 작아진 게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에 띄게 작아질 줄은 몰랐다.
“이제 구름이 아예 없어지면, 장난을 더 안 친다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
옆에서 보고 있던 세이지가 조용히 한마디 한다.
“분명 토마는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거야. 그런데 잠깐 그걸 치워 뒀을 뿐이야. 그래도, 여기에는 토마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고. 아예 못 하게 막을 수는 없어도 즉각 대응은 가능하니까.”
“아니, 잠깐...”
듣고 있던 민이 한마디 한다.
“세이지 형, 설마 내가 능력을 발동해서 토마를 막으라고?”
“뭐, 그래야지. 여기 너 말고 더 있냐?”
“아니, 내가 내 능력을 왜 잘 안 쓰려고 하는지는...”
세이지는 그런 민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한다.
“필요하면 써야지. 너같이 수억 명 중 한 명 될까 말까 한 능력자가 자기 능력을 안 쓰고 꽁쳐두는 건 낭비라고!”
“쳇, 세이지 형은 초능력도 없으면서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았대.”
민은 그렇게 조금은 불만스러운 듯한 말을 하면서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서, 민의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생각이 가지를 친다.
‘토마를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고? 그런데 그걸 내가 하기에는 또 귀찮은걸. 그러면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데... 누구한테 이걸 넘겨!’
그리고 그때, 윤진은 막 만화부 부스 바로 앞까지 온 참이다. 마구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시어 가며 온 것까지는 아니지만, 윤진은 불안감 때문에 초조하다. 그러다가 살짝 보니, 연희가 있는 도컬트 팝업스토어에서 마치 드라이아이스처럼 퍼져 있던 수증기도 어느새 없어진 게 보인다. 물론 대전시장 천장에 있던 구름이 싹 사라진 건 덤이다.
“상황이... 이렇게 빨리 정리된 건가? 어떻게?”
그때, 윤진의 전화가 울린다.
♩♪♬♩♪♬♩♪♬
“여보세요? 나디아, 왜?”
“다행이에요. 여기 회오리는 없어졌어요.”
“어? 진짜?”
그런데, 윤진은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히 나디아의 목소리는 밝아야 하건만, 어딘가 어둡게 들리기도 한다. 그 이유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요시노 감독님이 좀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아니, 어째서? 그 어지러운 회오리를 좀 수습했으면 다행이지 않...아? 아니면, 거기 장식물들이 어지럽게 흩날린다든가...”
“아니, 아니, 그 반대예요.”
“어, 뭐야, 반대라니?”
“그... 오히려, 그 어지럽게 흩날리는 장식물들이 <5월은 거짓말>의 분위기에 더 어울린다고...”
“하... 나 원 참.”
윤진이 몸속의 기가 확 빠져나간 듯, 한숨을 내뱉는다.
“요시노 감독님이 취향 특이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만화부 부스 바로 앞에 선 윤진은 그렇게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한마디 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다. 물론 다리에 힘이 확 빠지는 정도여서, 기둥을 짚으니 좀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러다가 문득, 만화부 부스에 모여 있는 부원들이 보인다. 모두, 막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선 윤진을 막 돌아본 참이다.
“어, 얘들아! 너희들은, 괜찮은 거야?”
“에... 윤진이 형? 저희는 괜찮은데요.”
윤진을 처음 본 지온이 입을 연다.
“형이야말로, 거기서 뭐 하고 있어요?”
“아, 나는... 그러니까...”
윤진이 빨리 와서 뭔가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불행인 건지 아니면 다행인 건지, 지금 시점에서는 상황이 다 종료되었으니, 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한마디 한다.
“그러니까 여기 부스가 걱정되어서 보러 온 거지!”
“그러니까, 윤진이 형.”
부스 안에 있던 민이 일어나더니 말한다.
“조금 전까지 나하고 통화했잖아. 그것 때문에 왔는데 상황은 종료됐고. 안 그래?”
“어... 그렇지! 그런데 내 말도 딱히 틀린 건 아니야! 만화부 부스가 잘 되는지 보러 오는 것도 내가 할 일 중 하나니까.”
윤진은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부스 안을 돌아보다가, 토마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여전히, 토마는 만화책에 빠져 있다. 어느새 부스 천장에 있던 안개같이 모인 수증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저 애를 만화부에 들어오라고 하기를 잘 한 것 같아.”
“에에...?”
아이란과 마린이 돌아보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한다.
“저렇게 사고 치고 사인회를 망칠 뻔했는데도요...?”
“누군가는 통제할 수 있으니까.”
“뭐야, 윤진이 형!”
옆에서 듣고 있던 민이 발끈한다.
“설마 그게 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윤진이 기다렸다는 듯 민에게 말한다.
“네가 아니더라도 토마를 신경 써 줄 수 있는 애는 있거든. 음침한 토마 성격 좀 바꿔 줄 겸도 해서 말이야.”
“어? 그게 누구...?”
그렇게 묻기는 했지만, 민도 누군지는 대략 알 것 같다. 어제 살짝 신입 부원 명단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다.
“뭐... 그래. 그 애라면 괜찮으려나.”
한편, 윤진은 잠시 토마를 바라보다가, 토마에게 다가가 어깨를 친다.
“어... 선배님!”
“토마, 나하고 요시노 작가님 사인회라도 갈래?”
“네...? 저는, 여기가 더...”
하지만, 어느새 토마의 몸속에 물이 차는 느낌이다. 토마는 본능적으로, 윤진과 다른 부원들의 시선을 직감한다.
“네... 네! 물론이죠!”
그렇게 토마는 윤진을 따라가고, 부스 안에는 마린과 아이란, 민이 남아 있다.
“그래... 토마가 가니까 확실히 습하지가 않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앉아 있던 세 사람의 앞에, 어느새 누군가가 와 있다.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다. 곧바로, 아이란과 마린이 그 남자를 보고 일어선다. 둘은 이 얼굴을 잘 안다. 만화부는 아니지만.
“어... 선배님이 여기는 웬일이세요?”
그 이름 모를 남자는, 민과 아이란, 마린을 향해 웃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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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49화부터는 2부인데 2부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 고민중입니다. 대체로 '교내의 다른 동아리' 또는 '다른 학교의 만화부' 둘 중 하나가 주소재가 될 듯합니다. 49화는 조금 쉰 다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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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1-06 14:00:50
류젠리츠인 유의 전기능력이 여기서 이렇게 나타나네요. 그러면 토마가 생각했던 것도 무위로 돌아갈 것이고...
게다가 민의 말이 정답이네요. 그런데도 또 어떻게 말대꾸할 여지를 찾는 건가요. 진짜 살의를 느끼네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에서 쿠죠 죠타로가 누케사쿠를 주먹으로 갈긴 거라든지, 4부에서 히가시카타 죠스케가 자신의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상한 소리를 듣자 바로 눈이 뒤집힌 거라든지, 5부에서 판나코타 푸고가 "이 저능아 새끼가!!" 라고 욕하면서 포크로 나란챠 길가의 얼굴을 확 찔러댄 그 기분이 이해되고 있어요.
아이란이 제시한 의외의 간단한 해법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네요. 천만다행이예요.
그리고 요시노 감독은 토마가 일으킨 그 소동을 뭔가 이색적인 이벤트로 여기고 있었던 거군요. 정말 특이한 취향...
이렇게 48화까지 써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그리고 이게 1부였군요. 2부는 또 어떤 모험이 될지가 기대되기도 해요.
시어하트어택
2023-01-08 21:02:16
역시 강력한 힘을 누를 수 있는 건 더 강력한 힘입니다. 토마도 윤진의 능력을 대충은 눈치챘을 테니, 순순히 따라간 거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토마가 민의 능력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도무지 없습니다. 다만 민이 귀찮아서 안 쓸 뿐...
2부는 아마도 조금 더 있다가 업로드될 듯합니다. 그 사이에 단편이 또 하나 업로드될 예정이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SiteOwner
2023-02-12 15:14:11
이렇게 1부가 완결되었군요. 1부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제 읽고 코멘트를 따라잡았습니다.
토마가 자신의 능력으로 일으킨 이변은 어느 한시의 구절로 요약가능하겠군요.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이라는. 그렇게 뜬구름 생기듯 살고 뜬구름 없어지듯 죽는 그의 사념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가 나가니까 습기가 없어져서 쾌적해지고...
그런데 도중에 일어난 그 소동이 뭔가 준비된 이벤트로 여겨진 게 좀 무섭기도 합니다. 일본의 얀데레 메이드카페에서 일어났던 상해사건이라든지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총기난사테러 같은 것들이 같이 떠올라서 그런 것인지...시어하트어택
2023-02-12 22:26:28
아마도 마음껏 장난을 치고, 그걸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은 것, 그 자체일 겁니다. 이제 브레이크를 걸 때가 됐죠. 비록 최종적인 목적 달성에는 실패해도, 토마는 충분히 즐겼습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 구름도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