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미국의 명작 그래픽노블 "왓치맨(Watchmen, 1986-1987)"의 제목 겸 주제인 그리스 풍자시인 유베날리스의 경구 중 하나입니다. 당시에는 감시를 맡은 관리들의 부패를 풍자한 내용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 그 자체의 타락 여부를 알기는 어려우며, 그렇기에 항상 자제심과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목을 단 이유는 어느 유튜버(큰 문제가 될 것 같아 직접적인 영상 링크 및 명칭 언급은 피하겠습니다)가 "직접 뛰어다니며 마약사범 잡는다"는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경찰해야 할 듯"…100명 넘는 마약사범 잡은 유튜버 / SBS뉴스) 얼핏 들으면 마치 현실에 나타난 슈퍼히어로 같은 느낌이죠. 뉴스에 나온 영상 또한 그런 식이었고 앵커도 그렇게 알고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해당 뉴스 댓글을 토대로 문제의 유튜버 이름을 검색했더니 연관검색어가 'XXX 실체'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검색어로 찾아본 영상들은 전혀 딴판이었죠. 해당 영상들에서 지목된 문제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포럼 규칙에 위반될 수 있으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1. 성범죄 전과 지적 논란
사실 과거의 전과 자체는 일사부재리 원칙상 이미 판결이 끝났고, 또 도의상(?) 다시 끄집어내서 지적할 수 없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유튜버는 이에 대해 그냥 끝난 일이라고 넘어가면 되는 것을 악명 높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이라며 과도한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래의 문제점과 합쳐보니 더 심각하게 보이더군요.
2. 경찰력 낭비 및 비하
대체로 경찰이 함정수사를 할 수 없으니 자신이 함정수사(?)를 하고 뒷처리는 경찰에게 신고해서 넘기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튜브 방송을 해야 한다며 경찰이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도 방송을 계속하지 않나, 오히려 수사에 방해되거나 민감한 내용이 유출될 수 있으니 방송을 끄거나 자리를 피해달라고 하는데도 옷 속에 숨기고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지어 신고 내용이 모호하여 출동하기 힘들거나 출동한 경찰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일을 못한다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봐도 경찰과 '협력'하기보단 '이용'하는 거라고밖에 볼 수가 없겠죠.
3. 용의자 유죄추정 및 일방적 개인정보 유출과 협상을 빙자한 갈취
앞서 말한 '함정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실시간" 방송에서 드러내는데 용의자의 신상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심지어 '인터뷰(취재)'라는 명목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민감한 정보를 캐묻거나 용의자의 차량번호 등이 드러나도 개의치 않습니다. 해당 용의자가 정말로 유죄이더라도 이는 개개인이 멋대로 할 수 없는 신상털이이며, 심지어 그 '용의자'가 무고한 사람일 경우 문제가 더 커진다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얼마를 주면 신고를 취소하겠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고소도 아니고 신고인데 말이죠. 더 나아가 2번처럼 경찰을 불러다놓고 신고 취소했다며 괜한 출동을 시키기도 합니다.
4. 기타 언행
모 대학교 인근의 좁은 골목길에서 자가용인 외제차를 몰고 가다가 그저 '차가 잘 못 간다(즉 인파 때문에 차가 갇힌 것도 아닙니다)'는 이유로 살짝 과속을 했고, 이에 당황한 보행자들과 시비가 붙자 오히려 반말하냐며 언성을 높인 적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거 학교폭력이나 1번에서 말한 성범죄 전과를 오로지 '니들(시청자들)보다는 잘 산다'는 이유로 자랑스레 언급하기도 했죠.
즉 종합하자면 겉으로는 범죄자를 잡는 모범시민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방송 수입에 미친 괴물이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마약사범을 비롯한 범죄자들을 잡는데 옹호는 못해줄망정 욕을 하냐는 뒤틀린 정의감까지 있어서 더욱 문제죠. 그래서인지 뉴스에서인가 뉴스 댓글에서인가 지나가듯이 언급하기를 '경찰로부터 포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나왔는데, 경찰 쪽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이 유튜버 이전에 비슷한 유형의 유튜버(역시 명칭 생략)를 유튜브에서 접한 적이 있습니다. 오토바이 배달부들이 안전장비 착용 및 자잘한 교통규칙을 위반하자 모조리 촬영해서 경찰에 신고하더군요. 그나마 경찰을 종처럼 부리지는 않고 오로지 '제보'에 그쳤다는 점은 훨씬 낫긴 했습니다. 하지만 타락할 여지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죠.
세상이 각박해지니 사람들이 점점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그러면 모를까,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당당해지는 게 문제입니다. 앞서 말한 유튜버도 그렇고 나돌아다니기가 무서워졌어요. 잘못을 하건 안 하건 인터넷 방송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얼굴이 팔려버릴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특히나 제가 사는 지역은 저런 방송꾼들을 만나기는 힘들지만, 오히려 진짜 범죄자를 만날지도 모르는 동네라 불안합니다. 한편으론 SNS 같은 데에 개인 사진을 올리지 않은 게 다행이고, 또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소한 인터넷 무고에 엮여서 온라인에서 매장당할 일은 없을테니 말이죠.
아마도.
(추가)
사실 해당 뉴스는 MBN에서 3주 전에 먼저 나왔고, 또 명색이 방송인들인데 진위여부 확인하지 않고 방송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요즘 방송사도 시청률에 눈이 멀어서 일단 보도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믿기가 그래요. 안 그래도 어느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 중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뢰'가 증발했다"란 글도 있었던지라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지 도무지 헷갈립니다. 본문 마지막에 적은 것처럼 그냥 조용히 사는 게 답이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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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마드리갈
2023-01-10 00:35:38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상당히 좋은 주제예요.
사실 이것은 현대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가치 중의 하나인 신용에 관련된 문제거든요.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전기제품이 작동되고 가스밸브를 열고 가스렌지를 켜지면 가스불을 쓸 수 있고 은행에 예금한 돈은 나중에 찾을 수 있죠. 이것이 모두 신용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또한 그 신용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불신을 전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미군정 때 일본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탈세를 막기 위해서 GHQ가 단행한 조치 중의 하나가 집 앞에 납세내역을 게재하게 한 것. 그 이후 온갖 방법으로 탈세를 하려 했던 일본인들의 악관행이 수년만에 뿌리뽑혔어요. 어차피 옆집 생활수준은 어떻게든 어렴풋이 알게 되니까 그 간단한 조치로 보는 눈을 여럿 만들어 놓은 것이 아주 주효했어요. 그리고 현대에는 일본의 음주운전 퇴치정책에서 늘 강조하는 게 안내문은 아주 짧게 반말로 쓰고 음주운전을 하면 누구에게든지 목격된다는 것을 늘 상기시키는 것도 있어요. 포스터에 가부키화장을 한 배우가 눈을 부릅뜬 모습이 그려져 있으면서 "네놈의 음주운전, 보고 있다!!" 라고 반말로 써 놓은 것이라든지. 그렇게 보는 눈을 많이 만들어 두고 그걸 저변에 확대하는 것이 신용사회의 근간을 지키는 것이죠.
문제의 유튜버의 경우도 감시자의 기능을 하는 것이죠.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여기에서 논리의 함정을 하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죠.
"특정인이 옳은 행동을 한다" 와 "특정인이 옳은 사람이다" 라는 두 문장은 어떨까요? 이 두 문장이 분명 같은 문장은 아닐 거예요. 전자는 행동에 대한 평가이고 후자는 행위자에 대한 평가. 그래서 엄연히 다른데 의외로 혼동하죠. 옳은 행동을 하니까 그 특정인이 옳은 사람이라고 스리슬쩍 독립된 두 진술이 병합되어 버리거든요. 바로 그것이 문제. 그리고 그게 특정인을 외부에서 보는 사람만이 저지르는 오류가 아니예요. "나는 옳은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옳다" 라는 모순을 범하게 되고 어느새 괴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주객전도, 자기본위의 이중기준 등이 합리화되는 것이기도 하고. 문제의 유튜버가 말하고 싶은 것을 거칠게 요약하면 "내가 옳은 일을 하는데 감히 너희들이 나를 막아? 너희들은 불의한 족속들과 한패 맞지?" 라고 자신을 영웅으로 타인을 빌런으로 만드는 것이죠.
사실 예의 논리적 함정은 저라고 예외가 될 수도 없어요.
포럼의 운영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다 포럼관리 이외의 영역에서는 그다지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도 많은 지극히 보통인 사람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래서 이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니까 생활의 운신의 폭을 굳이 넓히려는 욕구도 가지지 않고 그러한...
제 생각은 그러해요.
그리고, 이런 주제를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아니니까 포럼에 기고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자율에 맡길께요.
Lester
2023-01-10 03:43:41
문제시 삭제하겠다는 부분은 주제보다는 "특정인 및 특정사건 언급으로 인한 분란 유발"인지 아닌지 헷갈려서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해당 유튜버가 정의의 편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수단과 방법 그리고 '부조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포럼에서 주제보다 특정 사건을 상세하게 서술한 것은 제 시각이 옳은지 그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웅 놀음에 취하지 않고서야 저런 사람을 옹호할 리도 없겠지만요.
마드리갈
2023-01-10 14:38:53
그러면 그 점에 대해서 더욱 명확하게 설명을 드릴께요.
주제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기고할 경우에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건이 최소한 개략적으로는 언급될 필요가 있어서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런 주제에 대한 기고문에서 해당 보도를 빼 버릴 경우에 글이 불완전해져버리거나 아예 쓸모조차 없어져 버리는 것이죠. 포럼의 운영진으로서도 회원으로서도 회원의 기고문이 그렇게 불완전한 채로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회원간의 분쟁이라든지 포럼에서 이용규칙상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사안 같으면 바로 개입해서 처분을 내리겠지만, 여기가 건전한 의견교환의 장으로 있으려면 회원이 운영진의 눈치를 봐서 이래도 될까 저래도 될까 하기보다는 일단 자율사항으로 하는 게 옳다고 해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었어요. 제 입장은 여기까지임을 밝혀드려요.
Lester
2023-01-11 04:50:12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지라 더 자세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해당 뉴스의 오류보다는, 특정 유튜버의 행각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무슨 신문고마냥 자세하게 써두는 게 포럼 규칙상 어긋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게 궁금했습니다. 유튜버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해당 뉴스의 댓글을 둘러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포럼까지 쫓아와서 난리치지는 않겠지만요.
마드리갈
2023-01-11 13:46:39
그럼 확실히 말씀드릴께요. 현재 본문에서 기사를 소개하고 언급한 정도로는 이용규칙상 문제없어요. 그리고 저 정도의 소개는 사안 이해에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것이니까 이것을 막을 수도 없는 것이기도 해요.
SiteOwner
2023-01-11 21:51:01
소개된 사안에 대해서 보니까 과거의 김대업 사건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김대업 사건이란 2002년의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해 허위날조의 음해를 한 사건으로 결국 이회창 후보의 낙선과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진 사건입니다. 당시 김대업이 제기한 의혹은 그 자체로도 결함이 많았지만 범죄경력도 많았습니다. 병역비리라든지 사기라든지 공문서위조라든지.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해서 "범죄자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다" 운운하면서 김대업을 옹호하고 그랬습니다. 그때의 그 일이 생각나서 떨떠름해집니다.
정의를 입에 담는 사람이 많고 그렇지만, 더러운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고 그 음식 자체는 괜찮으니까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면 다들 미친놈이라고 그러지요.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Lester
2023-01-12 13:39:57
정치판 그 자체로도 혼란의 소용돌이인데 대상자가 주객전도 격으로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 가짜 뉴스의 문제점까지 얽힌 사건이었네요. 특히 정치판은 혼자서 옳고 그름을 따졌다간 공천이고 뭐고 없이 같은 조직 내에서도 팽당해버리니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소수 의석을 지닌 정당들도 시비보다는 잿밥이나 환심성 공약에나 치중하고 있고... 이러니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