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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본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집필의도가 매우 저열하고 자가당착 투성이라서 비판해 보기로 했어요.
문제의 기사는 아시아경제에 나온 2023년 1월 11일의 기사.
공보다 선수 '몸'에 집중하는 카메라…골프 영상에 재현된 섹슈얼리티, 2023년 1월 11일 아시아경제 기사
저 기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런 것이죠.
어떤 연구논문에서는 여성 골프선수의 경기 중계에서 신체적 특징에 따른 선별적인 방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그런 현상이 "스포츠 미디어 상업 복합체" 로 통칭할 수 있는 섹슈얼리티 의존이라는 그런 것인데...
이따위 기사로 미모의 여성 스포츠선수를 욕해서 얻는 게 대체 뭐길래 저러는 것일까요?
그리고 얼굴이 나오지 않은 채 사진으로 소개되는 "A 선수" 에 대한 인격권은 어떻게 되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것일까요?
백번 양보해서 저 연구결과와 기사를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요.
여성다움이 주목되는 것을 섹슈얼리티니 성적대상으로 소비되느니 하면서 탄압하는 여성혐오 기조가 아주 팽배하다는 것. 그러면 미모의 여성 선수가 배제되거나 바디라인을 잘 드러내는 골프웨어를 입지 말아야 속이 시원하고 소원이 성취되는 것일까요? 여성의 외모가 죄악시되어야 한다는 논조가 여성혐오가 아니면 또 뭐라는지.
그리고 저 기사에 언급된 "A 선수" 는 미모로 화제를 얻으면서 국내의 20-30대 여성이 골프에 관심을 많이 갖게 한 계기를 만들게 되었어요. 즉 골프 저변을 늘렸는데다 여성팬도 많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 여성팬들은 그 선수를 보고 성적으로 생각해서 골프 향유층에 편입된 건가요? 여성이라면 일단 부러워할 체형과 좋은 실력과 뛰어난 패션센스로 동경심을 일으킨 게 그렇게 죄라는 건지. 단지 그 선수가 화면에 많이 비추어져 있다고 해서 성적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을지는 몰라도 인과관계는 전혀 입증되지 않아요. 즉 엉터리 연구라는 것. 그나마 다른 비교사례라도 많았으면 그나마 신빙성이 있어 보일 것이 그마저도 갖추지도 못해요. 즉 결함투성이의 연구를 인용해서 특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그런 기사는 섹슈얼리티 운운하면서 인간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죠.
이런 말까지 하면 그렇지만 이건 말해야겠네요.
그 미모의 여성골퍼가 없으면 예의 그 연구는 수행하고 기사는 쓸 수 있었는지.
그리고, 남성 선수들이 활약하는 다른 각종 스포츠경기에 남성팬들이 열광하는 것도 섹슈얼리티가 원인인 것인지. 그런 반례를 보고 어떻게 대답할지도 궁금해지네요.
2017년 여름에 쓴 글인 여류와 여류의 마지막 문장을 또 인용해야겠어요.
여성이고 남성이고 이전에 인간임을 인식하는 게 그리도 힘들고 어렵고 싫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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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3-01-18 20:11:53
섹슈얼리티 강조는 일단 잘못되었다는 게 기저에 깔려있다는게 느껴지네요. 무슨 판단이 서질 않네요, 뿌리부터 이상하게 깔아놨으니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요.
꼭 아이돌 보면서 "저렇게 노출이 많다니 말세다 말세!" 하는 거 같아요. 대체 언제적 주장인지...
마드리갈
2023-01-18 20:37:32
저 연구논문과 기사의 헛소리가 미모의 여성 스포츠선수를 희생양 삼아서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은 것은 아닐 거예요. 결국 그 추잡하고 저열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 그 골프선수를 악용한 것은 물론이고, 결국 비교대상이 된 그 골퍼보다 저 A 선수라고 지칭된 골퍼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기회가 더욱 늘어났으니까 그들 또한 그 골퍼가 미디어에서 더욱 많이 언급되도록 일조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들이 그렇게 비판하던 골프 중계방송과 결과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났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반성이라도 있을까요? 아마 기대못하겠죠. 태양이 내일 당장 서쪽에서 뜨는 게 빠를지도...
Lester
2023-01-18 22:52:10
일단 제목과 앞부분만 보고 바로 든 생각은 "PC가 또..."였습니다.
PC가 정말 악질적인 게 뭐냐면, 부정적으로 부각되는 건 철저히 비판하면서 긍정적으로 부각되는 건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아무 기준도 없이 말이죠. 변질된 페미니즘이나 문화계에서 소수파 존중 요구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례가 없으니까 만들어라' 식으로 일단 등장인물이나 어딘가에 꼭 집어넣으라는 거에요. 작품 그 자체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죠. 그래놓고 망가지면 또 PC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어쩐다 하면서요.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인데 누가 옹호할까요.
당장 F-1 레이스 같은 데에서 레이서들에게 양산을 씌워주거나 팀 홍보에 도움을 줬던 그리드 걸(통칭 레이싱걸)들 또한 '여성을 상품화시키지 마라'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알거지가 됐다고 하죠. 막상 그 주장을 했던 사람들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고, 레이스 주최자들은 섹슈얼리티가 없는 아동들을 대신 활용했다고 합니다. 아동 노동에는 관심도 없나 보죠?
(대왕고래님이 말씀하신 아이돌들의 노출에 의한 인지도 상승은 개인적으로 거북하긴 하나) '노출을 대가로 합당한 액수의 사례를 받는다면, 그리고 본인이 동의했다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PC 세력은 그런 걸 무슨 과거에 '오늘만이라도 버티기 위한 매춘'과 동일시하던데, 지금이 그런 시대인가요? 앞서 말한 그리드 걸들도 그런 PC 세력의 주장에 '당신의 사상을 위해 남의 직장을 파괴하지 마라'라고 반박한 적 있죠. 어느 의미에서는 프로페셔널한 지적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인간보다 그 인간을 감싸는 정보만 보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것도 마지막 링크글이 2017년인데 5년이 지나고도 딱히 변화가 없다니 참담하네요.
마드리갈
2023-01-19 12:31:02
역시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폐해가 여기서 또 재확인되었다는 것에는 저도 공감하고 있어요. 게다가 역설적으로 그 연구논문이며 기사며 할 것 없이 미모의 여성 스포츠선수를 도구화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사실 인간을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도구적 속성을 도외시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어요. 직업의 세계, 특히 대체불가능한 자질이 요구되는 세계에서 각 분야 종사자에 대한 급여가 천차만별인 것도 어떻게 보면 도구적 기능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직업의 세계에서의 도구화와 저 연구논문 및 기사의 도구화는 큰 차이가 있어요.
직업의 세계에서의 도구화는 스타에게도 고용주에게도 관객에게도 스폰서에도 모두 득이 되는 것이죠. 스타는 수입과 명성이 높아지고, 고용주는 단체스포츠의 구단 차원에서든 개인스포츠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기업 차원에서든 그 스타를 통해서 이득을 보게 되고, 관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활약에 기뻐하고, 스폰서는 그러한 선순환 덕분에 명실상부한 우위를 지닐 수 있게 되어요. 그러나 반면에 저 연구와 기사는 미모의 여성 스포츠선수를 질시하고 증오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정작 미모를 지니지 않아서 미디어에의 노출이 적어진 다른 선수의 비중은 역설적으로 더 줄어들은 것이죠. 독자도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 연구자나 기자가 고수입을 벌어들인 것 같지도 않고, 그야말로 독이 될 뿐.
정보가 적은 옛날에는 적은 정보로 지레짐작, 정보가 많은 지금에도 특유의 괴상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지레짐작...어째 옛날보다 나아진 게 없는 건 물론이고 도리어 퇴보까지 해버렸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 연구자와 기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냥 평등하게 스코어보드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