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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III-5. 미궁 탈출

국내산라이츄, 2023-01-29 23:36:31

조회 수
127

-다들 식사 받아.

연인을 잃은 그 여자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던 그는 아침 식사를 알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 앞에 놓여진 식사를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남은걸까?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누군가 답해주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런 것에 에너지 낭비 할 시간에 차라리 게임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결승에 가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니까.

아침식사로 들어온 것은 샌드위치였다. 플랫 브레드 안에 두툼한 베이컨과 양상추, 토마토, 아보카도, 피클이 들어가 있었다. 한 입 베어물면, 호스 래디시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음료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콜라였고, 디저트로는 치즈소스와 함께 나쵸가 왔다.

'대학원에서 종종 먹곤 했는데... '

실험때문에 스케줄이 꼬이기 일쑤였던데다가, 방학중에는 학생식당도 일찍 문을 닫는다. 그런데다가 중간에 나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후배한테 잠깐 봐달라고 부탁하고 근처 샌드위치 매장에 가서 늘 먹던 대로 사 와서 먹는다. 석사를 마칠때까지는, 그게 그의 루틴이었다.

-다 먹었으면, 다들 준비해.

각 방에서 참가자들이 나왔다. 진행 요원들이 참가자들을 줄세우고 있을 때, 사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후반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네요. "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면, 하얗고 아름다운 여자가 보인다. 베일처럼 흩날리는 까만 머리 끝으로 가면, 분홍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동안 그가 봐왔던 눈과는 다른, 형형색색의 눈이 참가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까만 옷 위로는 검은 망사로 된 케이프를 걸치고 있었고, 케이프 밑으로는 어깨를 따라 길게 띠 장식이 있었다. 옷에 달린 장식과 케이프에는 역십자 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부드러워보이는 옷은 허벅지까지 트여있었고, 그 밑으로 까만 스타킹과 까만 구두가 언뜻 보인다. 팔에도 비슷한 재질의 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그녀의 머리에는 까만 역십자 장식과 함께 까만 베일이 쓰여져 있었다.

"앗, 성녀님께서 직접... "

그녀가 나타나자, 진행 요원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이렇게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

진행 요원들은 그녀를 '나락의 성녀'라고 불렀다. 잘은 모르겠지만, 진행 요원들이 저렇게까지 대할 정도면 계급이 꽤 높은 사람인 듯 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는 멀리서 그대를 지켜보고 있을것입니다. "

참가자들을 둘러보던 그녀는, 연인을 잃은 여자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위로를 받은 여자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다. 마치 잠에 들 것만 같이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그럼,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 "

낯선 여자가 가 버리고 잠시 후, 진행 요원들은 참가자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반은 빨간색, 반은 검정색인 원판이 있는 손목시계 같은 것이었다. 바늘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원판은 빙빙 돌고 있었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이게 꼭 필요하니까 가지고 있어. 이게 없으면 제대로 된 진행을 할 수 없으니까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돼. "

신신당부까지 하면서 무언가를 채운 다음, 진행요원은 참가자들을 위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열두명은 경기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이번 판데모니움 로열은 특별히 나락의 성녀님께서 제공해주신 미궁 스테이지에서 진행하겠습니다. "

그가 있는 곳은, 정사각형의 방이었다. 방의 벽에는 까만 문이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손목에 찼던 단말에 있는 바늘은 빨간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있는 이곳은 바로, 나락의 성녀님께서 특별히 만들어주신 나락의 미궁입니다. 여기서 각 참가자들은 문과 계단을 통해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요... 과연 어떤 참가자가 살아서 무사히 출구로 나가게 될까요? "

밖에서 들여다보면서 방송을 하는 것처럼, 장내 방송이 들렸다. 동시에, 각 참가자들에게도 규칙 안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번 방 문을 열게 되면, 그 색깔의 방문만을 열어야 해. 미궁의 구조상 절대 특정 색의 문을 선택한다고 해서 갇힐 일은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계단이 있는 방에 도착하게 되면,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이동할 수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탈출은 신중하게 하도록. "

그의 눈 앞에는 검은색 문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검은색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방으로 이동하면서, 계단이 있는 방을 찾아 움직였다.

'이 바늘은 뭘 가리키고 있는거지? '

동시에 그는, 손목에 찬 단말의 원판이 정상적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는 채였다. 아직까지는 같은 색의 문을 열어 방 안을 탐색하고, 계단이 있는 방을 찾는 게 목표였다.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가 최상층인가? '

층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채로, 그는 계단을 찾고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헷갈리지 않게끔 하기 위해, 지나온 방의 문을 열어둔 채로 움직였고 계단이 있는 방에 도달했다. 계단에는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간 다음, 또 다시 문을 열고 계단이 있는 방을 찾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손목에 있는 단말을 보니, 어느새 원판이 돌아서 바늘은 검정색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의 끝이 되었습니다. 참가자 분들께서는 지금 머물고 있는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디선가 안내 방송이 울렸다. 그리고 눈앞에 쿠키와 차가 나타났다. 순간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경계했지만, 잠시 휴식을 해 달라고 했던 걸 보면 먹어도 되는거겠지, 그는 쿠키를 한 입 베어물었다.

'이게 뭐지? '

쿠키 속에 숨겨진 쪽지를 발견한 그는 쪽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쪽지에는 '아래'라고 쓰여있었다. '아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도 적당히 채워진 것 같으니 움직이기로 했다.

아래로 가는 계단을 또 다시 찾은 그는, 계단을 내려가 다른 계단이 있는 방을 향해 움직였다. 여전히 쪽지에 적힌 말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아마도 출구의 위치가 더 아래라는 얘기겠거니, 생각한 그는 또 다시 하루가 끝날떄까지 최대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두 층정도 내려왔나...? '

내려오면서 그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차원에 있나? 그것도 아니라면 전부 다른 방에 있나? 그럴 리가 없다. 문 색깔이 두 개이고 한 가지 색깔만 통과한다고 해도, 적어도 한 번은 마주치게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그럴 일이 없었다. 미궁은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매우 적막한 공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설마... 다 죽었다거나... 아니겠지? 아닐거야... '

간식으로 온 쿠키 속 쪽지에는, 점 하나만 찍혀있을 뿐 아무 글자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 층에서 계단이 있는 방을 찾긴 했지만 위로 올라가는 계단만 있었다. 간식으로 온 쿠키를 다 비우고 움직인 그는, '출구'라고 쓰여진 팻말이 붙어있는 문을 발견했다.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고 생각한 그가 문을 막 열려던 찰나.

'탈출은 신중하게 하도록. '

마지막에 규칙을 설명하고 끝맻은 말이 떠올랐다. 탈출은 신중하게, 무슨 말일까? 손목에 찬 단말과 뭔가 관련되는 거라도 있나? 이 단말이 한바퀴 돌고 나면, 하루의 끝이라고 하면서 쿠키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게 낮과 밤인가? 출구를 앞에 두고 그는 여러가지 생각에 빠졌다.

몇 명이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섣불리 나갔다가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의 특성상, 그런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 분명 몇 명은 죽었을 것이고, 그게 탈출은 신중하게 하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참동안 생각한 끝에 그는 결론을 내렸다.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숨겨둔 규칙이 있다면, 이 단말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면, 그리고 탈출은 신중하게 하라고 했다면 아마도 이 단말과 뭔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검정색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지금 나가자.

-끼익

그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진행 요원이 있었다.

"축하해, 다섯 번째로 이 방에 들어왔고 세 번째로 탈출하게 됐어. "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급받은 단말을 반납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 진행 요원은 다섯명 중 두 명은 숨겨진 규칙을 몰라 죽었다고 했다. 그 숨겨진 규칙이라는 건, 단말의 바늘이 가리키는 색과 출구로 가는 문의 색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 먼저 나간 두 명 중 한 명은 타이밍이 좋아서 색깔이 일치했고, 다른 한 명은 앞서 들어갔던 한 명이 색깔 불일치로 죽는 것을 본 후 들어와서 살았다고 했다.

전부 탈출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렴풋이 죽게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끝으로, 그는 미궁을 나오기 전에 연인을 잃었던 여자에 대해 물었고 진행 요원은 거기에 대한 대답을 끝으로 그를 미궁 바깥으로 내보냈다.

"아까 다섯명 중 두 명이 죽었다고 했지? 그 여자도 죽은 사람 중 하나야. 남자친구가 탈락해서 죽은 시점에서, 살 의지는 없었던거겠지... 그렇다고 해도 정말 규칙을 모르고 무작정 들어온건지, 규칙을 알면서도 남자친구를 따라가려고 일부러 틀리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4 댓글

마드리갈

2023-01-30 14:59:24

나락의 성녀...그녀가 만든 미궁은 정말 공포스러운 것 없이 공포스러워요.

숨겨진 규칙을 간파하지 못하면 바로 죽는다. 그리고 규칙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결말은 절대로 좋을 리가 없다. 즉 이 미궁이 빠르던 늦던간에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장소이다. 이렇게 정리되겠네요.


왜 그 미궁의 고안자가 성녀라고 불리고 또한 나락의 성녀인지 알 수 있겠어요.

국내산라이츄

2023-01-30 23:26:47

1. 참가자의 반 이상이 탈출에 성공했을 경우(출구에 도달했을 경우가 아니라 탈출에 성공했을 경우입니다) 그 때까지 출구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인원은 탈락처리되고 사망합니다.?

2. 반대로 참가자의 반 이상이 숨겨진 규칙을 간파하지 못해 죽을 경우 그 때까지 출구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인원은 통과처리되고 생존합니다.?


판데모니움 로열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원래 코스모가 다음 진행 요원으로 굴려먹는게 정상이지만, 나락의 미궁에서 탈락하는 탈락자들은 예외입니다. 나락의 성녀는 스테이지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스테이지 탈락자를 가져갈 것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SiteOwner

2023-02-23 20:41:10

아주 적은 단서로 숨겨진 규칙을 찾아라...참가자들은 아주 고생하겠군요. 어떻게든지 살아남으려고.

그런데 그들이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정녕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생전에 누군가를 괴롭히려고 애썼을 때 그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렇게 판데모니움 로열에서 돌려받는다는 생각은 정녕 안했는지. 그럴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이 꼴이 날 리도 없겠습니다만...


보통 성녀는 축복의 상징일텐데, 나락의 성녀는 그 반대일 것 같습니다. 성녀의 마력은 만능입니다.

국내산라이츄

2023-03-12 01:59:29

나락의 성녀가 너무 강한 나머지 마물들이 절로 허리를 숙이게 되기때문에 '성녀'라는 호칭이 붙은 것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녀와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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