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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에 대한 몇몇 이야기 (下)

마드리갈, 2013-06-26 13:59:07

조회 수
382

지난 글 - 6.25 전쟁에 대한 몇몇 이야기 (上)



3. 중공군과 역사문제

항미원조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한자로 쓰면 抗美援朝, 즉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북한)을 도운다는 뜻이 되는 말이예요. 6.25 전쟁에의 불법개입을 중국 내에서 자칭하는 용어인 항미원조전쟁이 바로 이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앞에서 논파한 냉전의 대리전 논리대로 하면 이러한 용어는 미국의 냉전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진영전쟁이라는 뜻이 되어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이미 6.25 전쟁은, 김일성이 주도하고 스탈린과 모택동이 지원하는 식으로 기획되고 실행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추진된 북한의 침략전쟁임이 명백해요. 그리고 이것은 소련 붕괴 후 각종 기밀문서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그 실체가 낱낱이 밝혀진 이상 더 이상 부정을 하려 해도 할 수 없어요. 그러기에 항미원조전쟁이라는 말은 모순에 가득차 있어요.


여기에 비교할 만한 좋은 사례를 하나 인용해 볼께요.

군국주의 일본이 도발한 태평양전쟁을 다른 이름으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대동아전쟁(大東亜戦争)이라고 하지요. 그 시대에 유년기를 겪은 세대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대동아전쟁이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일본군가를 들어보실까요? 1942년에 발표된 대동아결전의 노래(大東亜決戦の歌).

https://www.youtube.com/watch?v=OPMuoyUHMyg

가사를 조금 인용해 볼께요.


일어나도다 갑자기 격멸의 승전가가 오르는 태평양

동아 침략 100년의 야망을 여기에 엎어버리는

지금 결전의 때가 왔도다

자, 달성하세 10억의 아시아를 일으키는 대사명

단호한 응징 당당히 정의를 관철하는 철석같은 마음

지금 결전의 때가 왔도다


이 가사 액면 그대로,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작전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이 서구문명의 침략에 맞서 아시아를 일으키기 위한 대동아전쟁이라고 믿을 수는 없겠지요? 당연한 거예요.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침략전쟁을 이런 문구 몇 마디로 속일 수 있다면 큰 오산인 거예요. 그런데, 항미원조전쟁 운운하는 중국의 발상이 그렇게 비난하는 일본 군국주의와 닮아 있는 건 어째서일까요?


6.25 전쟁은 국제연합의 결의에 의해 국제연합군이 파견되어 수행한 전쟁이지 무슨 음모론마냥 미국이 한국에 대리전을 수행시키거나 북한의 남침을 유도한 전쟁이 결코 아닌데도 불구하고 抗美라는 말을 붙인 것 자체가 오류임이 명백해요.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를 적으로 명백하게 돌릴 수는 없으니 이것을 냉전의 대리전으로 조작하기 위해 억지로 진영간 대결로 끌어다 붙여서 침략전쟁을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엉뚱한 데에서 꼬리가 밟혀 버렸어요. 바로 援朝라는 용어에서.

북한이 침략자인 것이 이미 명백히 증명된 이상, 그 침략자의 도발을 지원한 중국은 공범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나름대로는 머리를 써서 침략전쟁임을 감추고 진영간 충돌로 포장하려 했지만 무심코 침략자로서의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어요. 침략이라는 말이 없으니 침략이 아니라구요? 그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대본영발표 제1호(1941년 12월 8일)가 어땠는지 보실까요?

帝国陸海軍は今八日未明 西太平洋においてアメリカ、イギリス軍と戦闘状態に入れり

제국육해군은 지금 8일 새벽 서태평양에서 미군 및 영국군과 전투상태에 들어갔음

그냥 전투상태에 들어갔다는 말만 있지요?

그런데 이걸 누가 믿어요? 일본이 처음부터 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수년간 충분히 준비한 것이 모두 증거로 드러났는데요. 6.25 전쟁의 경우도, 이미 처음부터 계획된 침략전쟁임이 낱낱이 밝혀진 이상 그런 궤변은 통용되지 않아요. 그리고 마침 잘 됐어요. 침략자를 도운 공범이라는 것을 자인했으니, 일본의 저 모호한 발표보다도 더 확실해요.


중국은 이렇게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우리나라에 큰 시련을 준 전범국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 단 한번도 중공군 개입에 대해 보상은 물론이고 사죄조차 한 적도 없었어요.

과연 이 역사문제를 가만히 두고 있어야 할지 생각을 해봐야 해요.



4. 6.25 전쟁이 내전이라면

6.25 전쟁을 아직도 내전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명백하게 국제전이라는 증거는 아주 많은데.

그래서 그 내전 주장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요.

  1. 내전이면 전쟁피해가 없는가?
  2. 내전이면 북한의 전쟁책임이 사라지기라도 하는가?
  3. 만일 북한의 전쟁책임이 내전으로 인해 사라진다면, 1980년의 5.18 당시 신군부의 행태에도 면죄부를 줄 수 있는가?
  4. 개전 당시에 왜 북한군은 최신 소련제 무기로 중무장한 반면 한국군에는 구 일본군이나 미군의 퇴역무기만 있었나?
  5. 내전과 냉전의 대리전 개념이 어떻게 양립하는가?
  6. 내전에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개입해서는 안되었다면, 소련과 중국이 개입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7. 내전이면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은가?
  8. 사실로 입증된 국제전을 굳이 애써 부정해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9. 백번 양보하여 내전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전쟁준비와 실천이 정당성을 얻을 이유는 있는가?
  10. 혹시 북한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 것인가?


6.25 전쟁에 관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이렇게 풀어놓았어요.

전쟁의 참상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할 거예요. 그리고 우리의 평온한 삶이 전장에서의 고귀한 희생 위에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어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 라는 유명한 라틴어 경구로 끝맺을께요.

Si vis pacem, para bellum.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13-06-26 18:46:50

- 좋게 봐 주기가 뭐한 건 사실이죠, 중국. 확실히 가재는 게편... 중국측에서 그런 용어를 쓰고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 6.25는 일단 한국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다른 나라의 개입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요. 중공군의 인해전술이라던지.

마드리갈

2013-06-26 20:34:57

중국은 여전히 항미원조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이 중국을 공격하지 않는 한은 그 용어를 유지할 것이 분명해요. 왜냐면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요. 중국이 왜 말로만 북핵문제에 대해서 화낸다고 하면서 단호하게 북한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것도, 미국을 반대하기 위한 도구로서 북한이 필요하다는 진영논리도 있는데다 우호교류 명목으로 거래했다가 북한에 떼인 돈을 받아내야만 하는 특단의 사정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본문에서는 언급은 안 했지만, 중국의 만행 중에는 이런 것도 있어요.

팔로군 소속의 조선계 군인 2만명 정도를 북한군에 넘겨주기도 했어요. 이것은 종북주의자들이 "독립군의 후예가 친일괴뢰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조국해방전쟁에 참전했다" 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하고 있어요.

HNRY

2013-06-26 19:59:28

중국은……애초에 옛날부터 동아시아에서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의 관계는 매우 껄끄러웠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죠. 중국이 개혁개방을 했다 한들 그 속은 변하지 않았을지도요. 뭐, 북한을 애써 감싸주고 있던 모습만 봐도 이건 말할 필요도 없었을지도요.


그나저나 6.25를 단순 내전이라고 보기엔 이미 그 참여 국가 및 구도가……세계대전 이후로 처음으로 벌어진 자유진영 Vs 공산진영의 열전이었죠.

마드리갈

2013-06-26 20:40:56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는 비이성적인 부분이 정말 많아요. 즉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한다는 게 많아요. 그것이 바로 공산진영의 행동방식이기도 해요.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다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이유도 그래요. 국제사회의 비난은 막아야겠고, 미국에 반대할 도구 마련 및 떼인 돈 찾기를 위해서 북한은 어떻게든지 활용해야겠고, 그래서 북한을 싸고 도는 거예요.


종북주의자들이 우리민족끼리 운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침략전쟁의 본질을 호도하고 그들의 목적을 정당화하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국제전 양상을 부정하려 들어요. 어림도 없는 시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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