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하게 작업하던 샌드록 번역을 겨우겨우 끝내서 보낸 게 2주 전인가 하는데, 쉴 틈도 없이 새로운 번역문이 도착했습니다. 4만 5천 단어에 1달 반이라길래 느긋하게 끝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을 2배로 늘립니다. 배치 10은 갑자기 9만 단어로 뛰었고 배치 11은 7만 단어랍니다. 이 두 개를 2달 안에 끝내달랍니다. 원래 느긋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도 급작스러워서 답변을 미뤘습니다. 다른 팀원들 생각도 볼 겸해서요. 저는 솔직히 그 사람들이 개발자들 욕하면서 파업(?)이라도 벌여줬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각자 팀을 끼고 있어서 '어떻게든 가능하다'고 하네요. (추가인력이 있긴 하지만 제가 통솔하는 형태가 아니라서 사실상) 혼자 일하는 저로서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결국 결정하진 않고 일단 배치 10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PM이 갈수록 꼴보기 싫네요. PM이면 우리 쪽도 편들면서 권리를 챙겨야지 개발자 앞잡이 노릇만 하고 있으니.)
어제(수~목) 오랜만에 전주 고향집을 다녀왔습니다. 요리할 줄 모르는 남자라 식량(반찬)이 필요했거든요. 덕분에 어머니께서 늘 그렇듯이 바리바리 싸주셨습니다. 한편으론 역시 늘 그렇듯이 '돈벌이는 되냐'고 하시는데, '바쁘다'고 하시니까 '돈보다도 건강이 우선이다'라고 말을 바꾸고 걱정해 주시더군요. 오늘 저 반응들을 보니... 이렇게까지 저 자신을 희생해가며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정말 의구심이 듭니다.
지쳤습니다. 제 권리는 어디 있는 걸까요. 사라지고 싶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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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2-26 16:21:50
갑자기 그렇게 일이 느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겠네요.
일이 계속 있는 것은 수입확보면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과중해서는 잘못하면 몸이 부서지기 좋은데, 프로젝트 매니저는 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럴 것 같으면 그런 직위가 왜 필요한지 모를 일이네요.
고향집에도 다녀오셨군요. 시간이 많이 걸렸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녀오신 게 여러모로 상황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렇게 여기서 말씀해 주시는 것도 그럴 것이고. 혼자 안고 있으면 정말 감당못하게 심각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Lester
2023-02-26 20:59:32
개발진들이 답변이 느려서 그렇지 돈은 어김없이 넣어주긴 하는데, 설령 이번 작업이 끝난다고 해서 올해 여름에 비로소 쉴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만약에 여름까지도 일하게 되면 그야말로 1년 내내 붙잡힌 셈이 되거든요. 다양한 테마를 두루 즐기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한 작품만 붙들고 있는 건 꽤나 고역이자 고문이기도 하고요.
고향집은 바로 다음날 버스로 올라오긴 했습니다. 내려가서는 느긋하게 쉬다 올라와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예상대로 워낙 과도하게 챙겨주거나 간섭하시는 게 많아서 여전히 피곤했습니다. 결국 고향집에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올라오는 버스에서 줄창 잠만 잤네요.
SiteOwner
2023-03-05 18:30:13
프로젝트 매니저가 무능하군요. 작업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의 각자의 사정이나 진척도 등은 생각도 안하고 그냥 일을 2배로 늘릴테니 그렇게 하세요 하면 그게 무슨 프로젝트 매니저입니까.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사람이 필요없습니다. 간단한, 스마트폰 앱 정도의 소프트웨어로도 그런 할당은 가능하기 마련입니다.
건강, 중요하지요. 저는 자취생활 이력도 길고 가사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평일중에는 힘들더라도 휴일에는 제가 가사를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요리 정도는 시중에 책도 많고 유튜브 등의 레시피영상도 있으니까 그것도 익혀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저에게는 올해가 투병생활을 겪은지 16년이 되는 해입니다. 회고해 보면 그때 정말 어떻게 견뎌냈는가 싶을 정도로 매일이 위험했는데 지금은 이미 그렇게 오랜 기간이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는 생각을 쓴 시가 있는 것인가 봅니다.
Lester
2023-03-06 00:01:23
더구나 개발자가 답변을 수시로 혹은 자세하게 하는 것도 아닌지라 PM이 하는 일이라곤 그냥 일정 전달하거나 답변해달라고 채근하는 것밖에 없지만, 크게 보면 PM도 결국엔 (갑인 개발자에 비해) 을이라서 그러려니 싶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의지할 데가 없으니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큽니다. 인정받거나 자부심을 느끼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하면 좋을텐데 둘 다 힘든 상황이거든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냥 그 버틴다는 것도 한계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