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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이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 분간은 못 하겠다. 하지만 오른쪽 입술 아래에 있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만 제대로 알면 누구인지 찾아내는 건 그렇게까지는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마침 그때, 아멜리에게 보인다. 남학생 한 명이, 이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
“어, 차논, 늦지는 않았네!”
“선배님이야말로요. 많이 기다린 건 아니겠죠?”
“그럼. 나도 온 지는 몇 분 안 됐는데.”
차논이라는 이름의 남학생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아멜리의 앞에 자신이 가지고 온 사진 몇 장을 꺼내들고는 말한다.
“거의 좁혀진 것 같아요. 이것도 어디까지나 저희가 아는 정보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입술 아래에 점이 있고, 중학생이고, 키가 이 정도 되는 사람을 추려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확실히 그러겠네. 문제는 ‘그 중에 누구냐’겠지만...”
“뭐, 이런 것도 저희 MI스터리가 하는 일 중에 하나지만요.”
차논은 그렇게 말하더니, 사진을 다시 가방 안에 넣고는 다시 말한다.
“이따가 2시, 저희 동아리방으로 오면 더 많은 정보를 알려 드릴 수 있으니까, 기대하세요.”
“어, 야! 원래 너네가 우리 방송실로 오는 거였잖아!”
아멜리가 그렇게 말해도 차논은 마치 자신이 무언가 더 많은 걸 쥐고 있다는 듯 말한다.
“에이, 선배님! 그 비밀에 다가가고 싶지 않으세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괴이한 이야기도 듣고 싶잖아요. 안 그래요?”
“어... 뭐, 그러기야 한데...”
“그럼 오시는 거예요!”
빈틈을 놓치지 않고 차논이 그렇게 말하자, 아멜리에게는 빈틈이 없어진다. 하는 수 없이, 아멜리로서는 차논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다.
“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시간은 오전 8시 40분, 미린초등학교 5학년 H반 교실 근처 복도.
민은 막 교실에 들어가려는 길인데, 누군가와 한가운데에서 마주친다. 그 마주친 사람이란, 다름 아닌 자기 반의 담임 카키자키 선생이다.
“어, 민이구나! 마침 잘 왔어!”
선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민을 부른다. 민이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선생에게 가 보니, 선생은 민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사진 하나를 꺼내 들며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 혹시 아는 거 있니?”
“어... 글쎄요...”
사진에 나온 건 전형적인 연인 사진이다. 왼쪽이 카키자키 선생, 오른쪽은 연인이다. 전형적인 다정한 연인 사진이다. 그런데 분명히 둘만 찍혀 있어야 할 사진 가운데에는, 다른 사람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그걸 보자마자, 민은 직감한다. 이 얼굴, 틀림없이 어제 민과 친구들이 같이 찍은 사진에 끼어 들어가고, SNS에서도 화제가 된 그 사진 속의 누군가다. 코와 입만 드러내고, 미린중학교 칼라가 보이는 것도 같다. 선생도 그 사진 속의 의문의 인물의 교복 칼라가 초록색이고, 그게 미린중학교 교복이라는 것까지는 알고 있다.
“어느 녀석인지, 생각할수록 화가 나잖아. 특히나 SNS상에서 이런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는데, 내가 막 화를 내거나 할 수도 없고.”
하지만 민도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아무리 민의 능력이 강하다고 해도 범인이 누군지를 능수능란하게 알아내거나 하는 건 능력 밖의 일이다.
“저... 선생님. 그러니까, 저도 알고는 있는데... 누군지는 이 사진만으로는 확실히 보이지 않아서요.”
그런데 그때, 몇 명이 더 이쪽으로 온다. 민과 선생이 보니, 교실에서는 유가 나오고 있고, 바로 옆의 계단에서는 로지가 올라오고 있다.
“뭐야? 나는 좀 알 것 같은데.”
“내가 알 것 같거든?”
먼저 이쪽으로 온 건 로지다. 로지는 먼저 민과 선생을 돌아보며 나름대로 한 추리를 꺼낸다.
“어떻게 알 것 같냐면, 여기 찍힌 사진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하지만 그렇게 막 말을 하려던 로지를, 유가 끼어들더니 말을 가로막고 입을 연다.
“뭐 그렇게 복잡하게 말해! 여기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간단한... 방법?”
“그래.”
유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꺼내들더니, 카메라 기능을 켜고는 다짜고짜 미린중학교 건물이 나오도록 방향을 돌리고 민과 선생, 로지를 찍는다.
“음?”
그리고 잠시 후 나온 사진에는, 민과 선생, 로지 말고도 그 후드를 쓴 누군가도 함께 찍혀 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로지의 눈이 확 뜨인다.
“어... 좀 알 것 같기는 한데...”
“응? 어떻게?”
“그러니까, 오빠, 이 사진을 나한테 좀 보내 줄래? 그러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사진만 보고 어떻게 알아?”
“다 방법이 있어.”
로지는 그렇게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다시 4학년 교실 쪽으로 내려간다. 그걸 보더니 유가 한마디 한다.
“어떻게 알겠다는 건지. 혹시 그것도 자기 초능력으로 알겠다는 건가?”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 미린중학교 운동장.
운동장 한쪽에서는 몇 명이 농구를 하고 있고, 그걸 지켜보는 구경꾼들이 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만화부의 나디아와 마린, 그 외의 동급생 몇 명이다.
“헤에, ‘미술 애호가 동아리’라는 건 또 뭐냐?”
“미술 애호가 동아리? 뭔가 좀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동아리 이름이 말해 주지 않냐?”
“하긴, 그럴 것 같기는 한데...”
마린은 동아리의 이름을 보고서도 얼른 믿기지는 않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동아리 이름이 너무 대놓고 이러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너도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알기로는 ‘미술 동아리’가 이미 있는 것 같은데...”
“별개의 동아리야.”
나디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마린을 한번 돌아본다. 마린은 그 동아리에 대해 뭔가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위아래로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 동아리, 왜 있는지 조금은 알겠어. 황당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정말로 높은 신분이라든가 하면 좀 따로 관리될 필요는 있겠지. 그런데 너무 이름이 노골적이면 뭣하니, 조금 ‘고상한’ 취미로 보이는, 그럴싸한 이름을 달고 있는 거겠고.”
마린의 말은 ‘조금 안다’기에는 매우 자세한 편이다. 분명히 무언가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디아는 한 번 더 묻는다.
“뭐야, 너 알고 있는 거냐?”
“어... 알기라기보다는, 지레짐작하고서 조금 알아봤는데, ‘역시나’였지.”
마린의 그 말에 나디아는 손뼉을 치더니, 마린의 옆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게 누군데? 누구 아는 애 있어?”
“어, 그러니까 말이지...”
마린이 나디아의 귀에 소곤거리자, 나디아의 눈이 확 뜨인다. 그러더니, 마치 무언가 대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더니, 감탄사부터 입에서 터져 나온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돌아본다.
“오, 그런 애들이야? 이거, 대박인데?”
한편, 그 시간, 미린초등학교 운동장. 운동장 한가운데에서는 RC카 동아리가 트랙을 깔아 놓고 다들 구경하라는 듯 ‘시합’을 벌이고 있고, 몇 명은 그 트랙에 바짝 붙어 구경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산책로에서 걸으면서 구경한다든가, 아니면 벤치에 앉아서 구경한다든가 하는데, 한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민도 그렇다. 물론 민은 구경만 하는 건 아니고, 조금 있다가 있을 동아리 교류 행사를 앞두고 때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대체 그런 동아리에는 뭘 준비해서 가야 하나...”
민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 아침에 통보를 받고 나서 나름대로 연구를 하기는 했는데, 뭘 가져가야 할지도 고민이다. 어차피 그 동아리에 누가 속해 있는지는 알고 있고, 또 다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를 주제를 맞춰 가려면 뭔가 준비는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이런 거라도 봐서 가야 하나?”
민이 지금 보고 있는 건 ‘이번 달 전시’라는 제목의, 여러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소개하는 페이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민 정도 나이의 또래가 보기에는, 좀 난해한 게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민의 부모님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읽어내려가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그러던 중, 어느 전시 사진이 민의 눈에 바로 보인다.
“제목은 ‘케이크와 과자에 대한 고찰’...”
이상하게도 다른 사진은 그냥 휙휙 넘기던 민의 눈이 그 전시를 보자마자 시선이 확 꽂혀 버린다. 다른 곳으로 떼지도 못하겠다.
“우와, 이거 뭐지? 거기에다가 우리 집에서 멀지도 않잖아!”
사진 속에 있는 디저트 모양의 조형물들은 모두 실물이었다면 민이 얼른 손을 뻗어서 집어먹었을 것이다. 민은 저런 종류의 디저트라면 얼마만큼 돈을 치러서라도 먹을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럴 만큼 여유도 된다.
“이런 전시도 있었나...”
그때 마침, 민의 옆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보인다. 마침 이쪽 운동장에서 RC카 시합이 있어서 구경하러 왔다가 들른 하야토, 그리고 아냐다.
“어, 마침 잘 왔어! 여기 좀 봐봐!”
“응?”
민이 이들을 괜히 부른 건 아니다. 하야토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RZ그룹 집안이고, 아냐는 문제의 미술 애호가 동아리 멤버들 중 한 명을 개인적으로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하야토는 아직 속한 동아리가 없기는 하지만.
“이런 거 이따가 준비해서 가져가야 하나?”
“뭐야...”
하야토와 아냐는 잠시 그 사진을 둘러본다. 그리고 잠시 후 하야토가 입을 연다.
“너희 동아리, 이런 거 하는 동아리 아니잖아?”
“어, 맞기는 한데...”
“그러니까 말이지.”
아냐도 하야토가 그렇게 말하자, 덩달아 말한다.
“혹시 네가 먹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 순간, 민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하필이면 사진도 큼지막한 케이크가 딱 가운데에 있다. 분명히 전시회 페이지인데...
“아, 아니야! 그냥 내가 한번 사전에 이런 거 좀 보고 가면 좋겠다는 건데.”
“다 안다니까. 네가 굳이 할 필요는 없을걸.”
“아니, 아니, 안다고. 그러니까 내 말은...”
“그리고, 네 취향 잘 알았어!”
이번에는 하야토가 간만에 가볍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뭐야, 하야토 형. 그렇게 여유있는 표정, 오랜만인데.”
“요즘 그렇게 큰 압박은 없어서 말이야. 망중한이지 뭐. 어쨌든, 언제든 환영이야. 오면 저런 거 얼마든지 먹게 해 줄 테니.”
“아니라니까...”
민은 그렇게 부정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같은 일이라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게 딱히 기분이 나쁘다든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저렇게 놀러 갈 일이 생긴다는 건 그것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러던 중, 문득 아까 그 사진이 민의 머릿속에 다시 떠오른다.
“아, 그건 그렇고, 그 사진에 나온 사람은 어떻게 알아냈나?”
그렇게 혼잣말을 한 민은, 로지에게 메시지를 보내 본다.
[혹시 알아냈어?]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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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3-03-14 22:27:36
사진에 저렇게 끼어든 인물이 미린중학교의 학생이라는 건 확인되었는데, 대체 로지가 어떤 수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대체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인지...
그러고 보니 참 묘한 이름의 동아리가 자주 보이네요. 자동차 연구 모임에 이어 미술 애호가 동아리라는 것도 있고, 문제의 미술 애호가 동아리는 미술 동아리와는 또 다르고...포토카노의 사진부 및 포토부, 타리타리의 성악부 및 합창부가 같이 생각나고 있어요. 정말 혼동 많이 될 듯 하네요.
시어하트어택
2023-03-18 10:00:45
이름이 비슷해 보이는데 별개의 동아리가 있으면 확실히 혼동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활동 방향이나 내용 등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고지한다든가 하면 큰 충돌은 없을 것 같군요.
로지 역시 나름대로의 능력이 있겠죠. 작중에서는 살짝 보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SiteOwner
2023-03-26 17:17:03
아멜리가 만난 남학생 차논은 MI스터리라는 동아리 소속이군요. 여러 괴사건을 많이 파헤치는 동아리이다 보니 축적된 정보와 노우하우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차논 및 MI스터리의 활약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뭔가를 말하는데 내부사정을 잘 아는 듯하는 마린이 실은 넘겨짚었고 좀 더 파헤쳐보니 정말 그랬다...이것도 참 기묘하군요. 뭔가 차지맨 켄에서 죽여놓고 보니 쥬랄성인이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마린이 통찰력이 꽤 좋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사진 속의 불청객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군요. 로지가 좋은 답을 줄지...
시어하트어택
2023-03-26 22:45:57
차논이 속한 MI스터리도 도라고의 도컬트 못지 않게 축적된 자료도 있고, 또 전수된 것도 많겠죠. 서로 정보 교류도 하는지는 아직 묘사는 하지 않았지만, 작품이 진행되다 보면 교류를 하는 장면도 묘사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린이 넘겨짚은 것치고는 바로 핵심을 찔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