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3월의 9만 단어 작업도 끝나고 (+마작)

Lester, 2023-04-06 12:16:52

조회 수
144

그렇습니다. 1개월만에 9만 단어를 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추가작업이 들어와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게 어제 새벽인가 저녁쯤에 끝났습니다. 1명이서 9만 단어를 1달 만에 한다는 것은 절대 무리라서 3만 단어씩 나눠가지고 했는데, 제가 일찍 끝내고 다른 사람의 작업분을 조금이라도 수정했다면 나중에 몰아서 할 때 덜 피곤하겠지만, 작년 여름부터 이거 하나에만 매달렸다 보니 만신창이가 돼서 더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았네요.

=============

게다가 이번 게임 개발진들에게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더 추가됐는데, 바로 원래 버전(중국어)과 번역해야 할 버전(영어)의 내용이 전혀 딴판인 경우가 꽤 된다는 겁니다. 그것도 적당히 표현만 바뀌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캐릭터성까지 바꿔버리는 게 더 많아요. 가령 원판에서는 동네의 치안을 담당하지만 다소 내성적 혹은 쑥맥이라 좋아한다는 말도 대놓고 못하고 돌을 친구 삼는 남자 캐릭터가 있는데, 번역해야 할 세계판에서는 느와르를 좋아하고 살짝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연인 퀘스트는 주인공에게 일부러 보내는 사람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편지를 보내며 마음을 표현했던 게 덜미(?)가 잡히자 부끄러워서 자기 집 옷장에 숨었지만, 어쩌다보니 좀 전에 주인공네 우편함에 넣으려고 했던 편지를 잃어버려서 찾아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캐릭터 성격으로도 문맥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고, 실제로 그 캐릭터의 집을 조사하다 보면 그 캐릭터가 부끄러워서 옷장 밖으로 못 나온다더니 주인공이 이거 뭐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다 알려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세계판에서는 그냥 "그게 나일 리가 없어. 하지만 내 집이 사건 현장이 됐네, 한 번 조사해보고 '범인'을 프로파일링 해볼래?"라며 탐정놀이를 권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둘 다 편지를 찾으면 그 캐릭터의 속마음을 알고 고백을 들은 후에 사귈지 말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식의 전개로 이어지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탐정놀이를 하다가 '아하하 들켜버렸네' 하면서 고백하는 건 좀 이상하죠.

막상 이와 비슷한 부분을 Q&A에 물어봤더니, "우리 작가진이 중국어와 영어를 둘 다 하는데, 괴상하게 번역되겠다 싶은 부분은 바꾸기로 했어. 그러니 네가 영어랑 중국어 둘 다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번역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참 대단한 의뢰인들 아닙니까. 번역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네가 알아서 읽어보고 판단해라? 이 답변을 받고 나니까 더 이상 제 자신을 갈아넣으며 퀄리티를 챙길 필요가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국내 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긴 한데, 당장 상황이 이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나마 전반적인 검수는 게임이 정식으로 발매된 이후에 느긋하게 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입니다. 개발자가 확언한 건 아니지만 저 따위 일처리 방식도 '아 우리도 정식발매 준비하느라 바빠'라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확언이라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캐릭터 성격이나 말투가 너무 괴상하다 싶은 부분하고, 영어를 너무 이상하게 알아들은 부분만 고칠 거에요. 앞서 말했듯이 저 따위로 번역가를 배려하는데 제가 중국어 원문을 (구글 번역 돌려가며) 파헤치면서까지 챙겨줘야 하나 싶으니까요. 이것 때문에 거진 1년을 고생했는데.

=============

그렇게 하소연할 데 없이 한밤중에 욕설을 내뱉으며 일할 때마다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일요일에 열리는 보드게임 모임에 나갔지만... 회비는 시설 임대 때문에 올랐지만 막상 사람들이 웡요일 출근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빨리 끝나서 제 기준으로 본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네요. 심지어 원래 하려고 했던 마작은 사람들이 모임 내 리그전이 아니면 하지 않거나 인원수 핑계로 전탁을 꺼내지조차 않아서 매번 실망하며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작은 집에서 컴퓨터로 인공지능 상대로 자주 두게 되네요. 그마저도 마작 전문 게임(가령 요즘 유행하는 '작혼')이 아니라 용과 같이 시리즈라는 세가의 프랜차이즈에 항상 수록된 미니게임입니다. 그래도 적도라에 모든 기능이나 역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평범한 마작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점수봉을 많이 모으면 카운터에 가서 상품(10만엔짜리 백금쟁반, 1만엔짜리 금쟁반 등)으로 바꾸거나 마작방 내의 리그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도 깨알 재미고요. 물론 리그전은 인공지능들이 자비가 없어서 도전도 못하고 있네요.

그리고 오늘 새벽, 그 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며 열심히 일한 덕일까요. 이런 역도 나왔습니다.

Y4_yakuman.png
네. 울어서 망가진 역만 사암각(스안커)이 아니라, 녹색 패로만 이루어진 역만 녹일색입니다. (즉 빨간색이 들어간 통패나 만패는 물론, 1-5-7-9 등의 삭패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패미컴 마작 게임에서 세이브로드로 꾸역꾸역 만들기만 했는데 이렇게 별 조작 없이 만든 건 운이 좋았네요. 그냥 칠대작(치또이쯔)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녹색이 많길래 발-6삭-2삭 순으로 불러대며 설마 되겠어... 하다가 3삭을 쯔모해서 완성됐습니다. 게다가 보시다시피 선(동, East)이어서 32000점이 아닌 48000점.

물론 실제 마작이 아니어서 주위 사람들의 찬탄을 듣지 못하는 건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게임 속에서나마 '수고 많았다' 하고 격려받은 느낌이라 적잖이 기뻤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중급 테이블이라 그런지 인공지능들이 서로 울다가 쏘고 쏘여댄지라 도통 기회가 오지 않다가 갑자기 이렇게 됐습니다)

뭐 그래서, 오늘은 빨아뒀던 빨래를 개고, 나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에, 돌아와서 차분하게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오랜만의 그림이니 소재다 주제의식이다 고민하지 않고 그려야겠습니다. 번민이 많은 게 제 단점이니까요.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3-04-06 13:29:56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잘 하셨어요.

개발진들의 태도, 대체 뭔가요...읽다가 뒷목을 잡았어요. 그런 태도면 아예 자기들이 완전히 별개의 게임을 만들든지. 정말 너무하네요. 세상에는 진짜 앞뒤 안재고 미친짓 하는 자들이 넘치네요. 최근에 국내에서는 지하철 전동사의 기관사가 직접 방송한다고 민원을 넣어서 괴롭히는 빌런도 등장했고(기사 바로가기).


마작은 사키 본편/아치가편/전국편 애니를 본 것과 고독한 미식가 등의 일본 실사드라마 등에서 언급되는 정도만 접해봐서 잘 아는 편은 결코 아니지만,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성과가 좋았다는 건 잘 알 수 있었어요.

Lester

2023-04-09 01:25:21

그나마 돈이라도 많이 줘서 망정이지, 쥐꼬리만큼 줬으면 당장 때려치우고 차라리 장기휴가를 만끽했을 겁니다. 에이전시가 아니면(아니, 경우에 따라선 에이전시여도) 현지인에게 검수를 안 맡기는 경향이 있어서 번역기 돌려서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 걸 감안하면 그나마 양심을 걸고 최대한 신경을 써주고 있는데 근무환경이라도 좋게 만들던가... 이렇게까지 심신이 힘든 작업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만은 마작에서 점수를 낼 수 있는 족보 중 최강입니다. 처음에 1인당 2만5천점 혹은 3만점으로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명을 들통내서) 사실상 게임을 바로 끝낼 수 있긴 하나, 그만큼 안 나오는 게 단점입니다. 그나마 역만 중에서도 울어서(남의 패를 활용해서) 완성할 수 있는 쉬운 계통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SiteOwner

2023-04-06 23:36:40

말씀해 주신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군요. 그 와중에서도 일을 잘 수행해 내신 점에 긍지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예의 영어판 내용과 중국어판 내용은 대체 개발진들이 어떻게 일을 하면 저렇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영어판을 번역하는데 그것과 중국어판이 처음부터 다른 상태로 있는 그런 상태를 영어판 번역가에게 대처하라는 게 대체 상식이 있는 것인지...


게임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하든 자신이 기기를 통해 1인 플레이를 하든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고득점에 대한 축하의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Lester

2023-04-09 01:28:42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걸 보면 개발진들이 직접 번역한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변해도 지금까지 각 캐릭터에 대해 자기들이(혹은 제가 번역으로) 쌓아온 빌드업은 대체 뭐 어쩌자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네요.

그 게임도 어째서인지 점점 자기만족을 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버거운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질리는 것인지...

Board Menu

목록

Page 293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5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5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5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58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9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2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1
54

여태까지 써본 마스카라 간략 평 ㅇㅂㅇ

4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9 358
53

죠죠 All Star Battle 시저,에시디시 참전

6
사과소녀 2013-03-09 1401
52

우왕..

5
보스턴파워 2013-03-09 150
51

뜬금없는 등장

6
에일릴 2013-03-09 256
50

방학이다!!!!

3
먼지 2013-03-09 205
49

학교에서 있었던 언어혼동 경험담

18
대왕고래 2013-03-09 541
48

요즘 CC크림이란게 유행하려는 조짐이 보이네요.

8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8 319
47

끝을 볼때쯤 생기는 고민꺼리

3
여우씨 2013-03-08 171
46

와이파이가 전국 구석구석까지 터졌음 좋겠어요.

13
대왕고래 2013-03-07 354
45

폴리포닉 월드 위키의 저작권과 관련하여..

5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7 1488
44

이어폰이 "또" 고장났습니다.

13
대왕고래 2013-03-06 537
43

벨기에 고음악계의 위기

6
마드리갈 2013-03-06 548
42

요즘 죽은 사람들을 자꾸 꿈에서 봅니다.

3
벗헤드 2013-03-05 198
41

이것저것.

1
KIPPIE 2013-03-05 198
40

개강 소감문.

2
대왕고래 2013-03-04 209
39

[가입인사] 에...또...

7
causationist 2013-03-04 229
38

뭔가 뒤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6
트릴리언 2013-03-04 219
37

아직 프로계에서 검증받지 않은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4
벗헤드 2013-03-04 123
36

[한시공지] 건의사항 반영완료 및 향후방침

8
마드리갈 2013-03-04 292
35

만약에 스틸 볼 런에 나오는 예수가 세인트☆영멘의 예수라면?

2
사과소녀 2013-03-03 787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