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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77화 - 잡힐 듯 안 잡힐 듯

시어하트어택, 2023-04-21 22:03:27

조회 수
115

로베르토와 에밀리오가 서로 마주치던 그 시간, 법률사무소 스텔라. 메이링은 소송 자료를 검토하다 말고, 홀로그램에 나온 제보받은 영상들을 보고 있다. 하나같이, 그 후드를 쓴 불청객이 끼어든 사진과 영상들이다. 메이링이 일하다 말고 다른 걸 보는 그 모습을 옆에서 일하던 직원 아냐가 놓치지 않고, 재빨리 메이링의 옆으로 다가간다.?
“변호사님, 뭐 보세요?”
아냐가 옆으로 다가오자마자, 메이링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조금 전, 미린역 지하 아케이드에서 제보된 영상인데...”
“미린역 지하 아케이드요?”
“응, 또 그 사진마다 나타나는 그 사람이, 영상 밑에 저러고 있잖아.”
메이링이 보여주는 건 게임의 스크린샷 및 동영상 클립. 역시나, 그 후드를 쓴 불청객이 화면 아래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위치가 다 오른쪽 아래로 똑같다.?
“정말요? 그게 누구지?”
“후보군은 두 사람으로 좁혀졌어. 여기를 봐봐.”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로베르토와 에밀리오에 대한 조사 자료를 보여준다. 최대한 법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세하게 정리된 자료들이다.
“둘 다, 게임에 취향이 있지. 물론 주로 하는 게임은 완전히 달라.”
“뭐, 다들 하는 게임이야 저마다 취향이 있으니까 그건 다 다를 수도 있죠.”
듣고 있던 사무장 앨런이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마치 자신은 귀만으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말한다.
“왜, 제 사촌들도 그렇던데요? 다들 취향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죠.”
“그건 그렇고 말이지...”
메이링은 제보받은 사진과 영상을 보다 말고, 지도를 켜더니 미린역 근처에 있는 어느 한 지점을 특정한다. 그러자 그 PC카페의 이름과 주소, 좌석 규모 같은 정보가 쭉 나타난다. 로베르토와 에밀리오가 지금 한참 게임에 몰두한 그 PC카페다.
“그 PC카페가, 프로에서 아마추어 그 어딘가에 있는 게이머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라면서.”
“오, 정말이요? 저도 한번 가봐야겠는데요.”
듣고 있던 치라유가 마치 무언가 잡아내기라도 했다는 듯 말한다.
“그런데 말이죠, 변호사님은 그걸 어떻게 잘 알죠? 특별히 그런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으... 셨나요?”
“어, 나는 그렇기는 한데, 내 정보망은 그런 곳도 비껴가지를 않아.”
“그렇기야 하지만... 거기서 더 얻어낼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요...?”
“음, 글쎄...”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더니, 제보된 사진과 영상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연다.
“지금 있는 정보에서 더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아직 못 찾았네.”
그리고서, 메이링은 막 자리에서 일어선 직원들을 보고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한다.
“자, 이제 다들 일에 집중하자. 뭔가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진도가 나가지.”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RZ타워에 있는 오락실. 발 디딜 틈이 없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락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민과 친구들 역시 리듬게임기 하나를 차지하고서 막 게임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호오, 너희들이었냐?”
민과 친구들이 그 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니, 루카스가 어느새 민과 일행의 뒤에 서서 막 뭔가를 하려는 참이다. 마치 민과 일행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하지만... 역시나, 민의 반응은 한결같다.
“좀 다른 데 가서 하시죠? 내기 하자고 해도 받아 줄 생각 없는데.”
“......”
루카스는 막 뭐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금세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그 자리를 뜬다.
“에이, 난 또 뭐라고 더 할 줄 알았는데.”
카일이 루카스의 뒷모습을 보더니 말한다.
“저 형도 자동차 연구 모임이었지, 아마?”
“맞아. 또 우리한테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물론 민은 어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루카스가 자신에게 내기를 하려다가 실패한 건 새까맣게 모른다. 어쨌든, 처음 보는 리듬게임기 앞에서 민과 친구들은 잠시 기계를 훑어보고는, 곧바로 하는 법을 이해했는지, 곧이어 카일이 앞에 선다.
“왜, 네가 한번 해 보려고?”
“당연하지. 새로 들어온 게임을 맨 먼저 하는 건 언제나 나였잖아?”
카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다른 친구들은 카일의 그 말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에이’ 하는 소리를 조그맣게 낸다. 물론 민도 마찬가지지만, 민은 짐짓 카일을 보고 은근히 부추긴다.
“자, 그러면 한번 여기 영상에 나온 것들보다 좋은 기록을 내 보는 건 어때?”
“좋지.”
민이 플레이 영상에 나온 점수까지 보여 주며 카일을 부추기자, 카일은 더욱 자신감이 붙기라도 한 건지, 발판 위에 서서 음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린다. 잠시 후...
“시작한다!”
카일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발판에 나오는 불빛을 따라가며 밟는다. 처음 하는 것인데도, 마치 이런 걸 수십 번은 해 보기라도 했다는 듯, 매우 능숙하다.
“오, 꽤 잘 하는데? 내 예상보다 더 잘 하는 것 같아.”
지켜보던 코니가 그렇게 말하자, 민은 기다렸다는 듯 카일의 발동작을 가리키며 말한다.
“카일은 댄스 동아리 ‘디크루’에 들어가 있어. 그것뿐만 아니라 유치원 때도 춤 잘 추는 거로 유명해서 TV에도 나오고 했잖아?”
“어, 정말?”
“나는 몰랐는데.”
“야, 친구인데 그런 것도 모르면 어떡하냐!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어, 뭐야?”
카일이 당황한 듯 목소리가 흔들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나왔던 점수가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마치 카일을 게임기 자체가 시샘이라도 한다는 듯 말이다.
“왜 그래? 점수가 왜 저렇게 떨어져?”
“몰라. 지금 카일이 밟지 않는 발판에서 불빛이 나는데? 안 보이냐?”
코니가 발판을 가리키자, 민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런 것 같네. 카일이 분명히 안 밟은 건데 표시가 되고 말이야. 맞지?”
민의 머리가 또 복잡해진다. 이것도 또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인가, 아니면 기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골치 아픈 건 사실이다.
어느덧 한 게임이 모두 끝나고, 의기양양하게 발판 위에 올라갔던 카일은 마치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서 발판에서 내려온다.
“에이, 이 기계 왜 이래? 뭐 이렇게 성능도 안 좋은 걸 들여왔어?”
“그러게...”
다른 친구들 역시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카일의 말에 맞장구친다.
“다른 게임이나 하러 가자.”
그리고...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
“히히히, 성공이다!”
그 게임기에서 조금 떨어진 한구석에서, 투명한 상태였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한다.
“고맙게 생각해라, 루카스. 네 복수는 내가 해 줬으니까.”
그 말을 들은 루카스는 별 말을 다 듣는다는 듯 말한다.
“야, 토오루, 말은 좀 똑바로 해라. 무슨 내가 복수를 해 달라고 부탁이나 했냐?”
“아니, 아무튼, 뭐 그렇다고.”
루카스는 그런 토오루의 말을 듣자, 토오루가 방금 한 행동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한다.
“잘 들어, 토오루. 내가 해 달라고 할 때만 해. 알겠어?”
토오루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눈빛이나 표정은 전혀 루카스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듯하다. 오히려 다음에는 또 어떤 대상을 찾을지, 토오루의 레이더는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토오루는 그 대상을 찾은 건지, 루카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자리를 벗어나, 또 어디론가 향한다.

그리고 저녁 5시, RZ타워 52층의 식당가.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민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평소라면 이곳에는 별로 올 일은 없겠지만, 오늘은 하야토가 민이 좋아할 만한 식당을 하나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서 왔다.
아직도, 민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오락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나지 않는다. 카일이 한참 발판을 잘 밟고 있는데 저절로 발판이 불빛을 내는 것도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매우 비슷하다. 아까 그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추적하던 올리버와 베로니카는, 그저 우연이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5시 10분이 지나고 있다.
“그런데 왜 다들 안 왔지? 지금쯤 도착한다고 했는데...”
민이 막 그렇게 중얼거리던 바로 그때.
“야, 민아! 어디를 그렇게 보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반대쪽 통로에서 언주와 하야토, 유가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인다.
“뭐야, 벌써 왔었던 거야?”
“너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먹고 싶은 거 특별히 소개해 준다는데 네가 늦으면 어떡해!”
“아... 그렇지, 하야토 형 말은 듣지 않을 수 없어.”
그러다가 문득 돌아보니, 언주는 또 그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다.
“왜 또 그거 입었는데?”
“내 마음이라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번에 입었던 메이드 복장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술도 좀 적은 편이고, 리본도 간소화되어 있는 게 자세히 보니 보인다.
“도대체 그런 복장은 얼마나 있는 거야?”
“어... 자세한 건 말해 줄 수는 없는데 좀 많지, 아마?”
“그런 건 다 어떻게 집 안에 숨긴대?”
“그것도 다 방법이 있지.”
언주의 그 말을 들은 하야토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다.
“하, 네 방이 그런 걸 다 넣을 만큼 그렇게 넓어?”
“에이, 선배님, 다 방법이 있다니까요.”

어느덧 민과 언주, 하야토, 유가 식당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런데 바로 옆 테이블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선글라스를 쓰고 마스크로 입을 가려서 얼핏 분간이 어렵기는 하지만, 민이 조금 자세히 보니, 알 것 같다.
“뭐야, 레오하고...”
“쉿, 조용!”
민의 말을 들은 나타샤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우리가 여기 온 건 절대 아무도 알면 안돼!”
“뭘 안되기는 안돼. 내가 알아 버렸는데.”
“너는 사전에 연락을 하고 온 거고!”
나타샤의 그 말은 사실이었던 건지, 정말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다. 종업원도 그저 ‘신원을 알 수 없는 높은 신분의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는 모양이다.
“뭐, 아무튼 여기는 내가 너희들을 위해 고르고 골라서 온 곳이니까, 다들 배 터질 만큼 먹어도 돼. 그렇다고 정말 배가 터질 정도로 먹지는 말고!”
그렇게 하야토가 말하고, 주문을 한 다음, 잠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언주가 주위를 한번 돌아보더니 입을 가리고는 조용히 입을 연다.
“그런데, 혹시 이거 말해도 될까?”
“어, 뭔데? 말해 봐.”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다른 일행들이 부추기니, 언주는 더 목소리를 낮추고서 말한다.
“혹시, ‘프라이드 크루’라고 들어 봤어?”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4-21 22:18:56

로베르토와 에밀리오 중 누가 범인인지를 특정하기가 이렇게까지 어렵네요. 법조인인 메이링 변호사까지 저럴 정도면...

토오루는 정말 못난 짓만 골라서 하네요. 토오루의 투명화능력을 이용해서 저렇게 카일의 게임플레이를 방해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게 그 루카스에게도 탐탁치 않게 보일 정도면 루카스의 심성이 완전히 썩은 건 아니라는 것인지, 정말 답이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올리버와 베로니카는 그 기괴한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한번은 몰라도 두번세번 그러면 결국은 덜미가 잡힐 거예요.


프라이드 크루는 또 무엇일까요.

시어하트어택

2023-04-25 07:57:14

아무래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거기서 진전이 되지 않으면 답답하겠죠. 지금 메이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딱 그렇고요.


루카스가 토오루보다 덜하다기보다는... 루카스도 나름의 꿍꿍이가 있는데, 토오루가 하는 게 못마땅하게 여겨져서 그럴 겁니다.

SiteOwner

2023-04-22 18:43:44

빌런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만 그 빌런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로베르토인지 에밀리오인지 둘 중의 하나는 확실하지만 확률이 똑같고 확률차를 생기게 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정말 힘들기 마련입니다.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로마법상의 원칙이 이런 경우에는 힘을 못 쓰는 게 로마인들의 한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아무튼 토오루는 못된 짓을 골라서 하는군요. 게다가 이전의 토마가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토오루는 자기가 루카스의 복수를 했다고 자처하고 있기까지 하니 여러모로 곤란합니다. 빌런에는 그보다 더한 빌런이 있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듯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4-25 08:00:29

저래서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그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다면 정말 미치겠는 경우가 아마 저런 걸 겁니다.


토오루가 하는 건 루카스의 복수라기보다는 자기만족이 더 큽니다. 그냥 루카스가 옆에 있으니 적당한 이유를 갖다붙이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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